출생신고 하라고 돈 3번 보냈는데.. "딸 혼자 보낼 순 없어" 극단 선택한 친부의 문자
출생신고가 안 돼 있어 학교도 못 가고 친모의 손에 숨진 8세 딸과 함께 가겠다며 극단적 선택을 한 친부 최모씨의 생전 문자 메시지가 공개돼 누리꾼들의 가슴을 후벼팠다. 최씨는 생전 아이 A양의 친모인 백모(44)씨에게 “돈을 보냈으니 출생신고를 하라”고 수차례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JTBC ‘뉴스룸’은 지난 22일 방송에서 8세 딸을 잃은 슬픔으로 세상을 떠난 최씨의 휴대전화를 입수, 생전 그가 백씨에게 보냈다는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최씨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내용에 따르면, A양의 친모 백씨는 지난 7일 최씨에게 컵라면을 먹는 아이의 동영상을 보냈다. 이른 본 최씨는 “혼자서 하나를 다 먹나?”, “물 마시라고 해 짜니까!” 등 아이의 건강을 염려했다.
영상이 찍힌 다음날 아이는 목숨을 잃었다.
그 사이 최씨는 받지 않는 딸의 휴대전화로 47차례나 전화를 걸었다. 한 번에 14번 발신한 기록도 있었다.
최씨의 지인에 따르면, ‘딸바보’였던 최씨는 생전 가족을 위해 지방에 택배일을 하러 다녔을 정도로 딸을 아꼈다.
최씨는 또 백씨에게 수개월간 여러 차례 아이의 출생신고를 할 것을 재촉했다. 문자 메시지에는 “50만원 보냈고”, “10만원 넣었다”, “출생신고 됐나?”, “출생신고 한다고 받아간 돈만 3번째다” 등 출생신고를 요구하는 내용이 여러 개 발견됐다.
최씨는 친부임에도 직접 출생신고를 할 수 없는 처지였다. 숨진 딸이 ‘혼외자식’이었기 때문. 백씨는 전 남편과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최씨와의 사이에서 딸을 낳았다. 현행법상 아이의 출생신고는 친모의 법적 남편 앞으로만 할 수 있다.
백씨는 출생신고를 재촉하는 최씨에게 “출생증명서만 다시 제출하면 끝나”라고 했지만, 딸이 죽는 마지막 순간까지 출생신고는 하지 않았다.
끝내 아이는 생전 어린이집도, 학교도 다녀보지 못한 채 사망증명서에 ‘무명녀(이름이 없는 사람)’로 삶을 마감했다.
백씨는 아이의 시신을 집 안에 보관해오다 일주일 후인 15일 경찰에 신고하며 범행이 드러났다. 동시에 최씨에게도 딸의 사망 사실을 알렸다.
최씨는 남동생에게 “딸을 혼자 보낼 수 없다. 딸 없이 혼자 살 자신이 없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같은 날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숨진 최씨는 아무 것도 몰랐다
친모 백씨는 지난 8일 인천 미추홀구의 한 주택에서 딸 A양의 호흡을 막아 숨지게 한 혐의로 17일 구속됐다. 그는 딸 사망 후 1주일이 지난 15일에야 119에 아이가 숨졌다고 신고했고, 본인도 자택에서 이불과 옷가지들을 태워 극단 선택을 시도하려다 경찰 등에 발견됐다.
A양의 시신은 부패가 많이 진행된 상황이었다. 경찰의 의뢰를 받아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패가 심해 사인을 알 수 없다”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인천 미추홀경찰서는 20일 살인 혐의를 받는 백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백씨와 숨진 최씨는 사실혼 관계를 이어오다 2013년 딸을 낳았다.
그런데 최씨는 딸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사실을 2018년에야 알았고, 백씨가 이혼하지 않은 유부녀 상태란 사실은 지난해에야 인지했다.
최씨와 백씨는 갈등을 겪다 결국 지난해 6월부터 별거에 들어갔다.
백씨는 생활고에 시달려 딸을 살해하는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지만, 경찰 조사에선 ‘아이의 친부 최씨에게 충격을 주고 싶어서’라는 범행동기를 밝혀 공분을 일으켰다. 그는 딸을 살해하기 전 최씨에게 전화를 걸어 “너 때문에 내 인생 다 망가졌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해 11월 여수에서 숨진 채 냉장고에 2년이나 방치됐던 영아 역시 엄마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로 밝혀져 충격을 준 바 있다.
YTN에 따르면 이처럼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미등록’ 상태로 살아가는 아동은 국내 최소 8000명에서 최대 2만명으로 추산된다. 이에 친부모만 출생신고할 수 있는 현행 제도를 고쳐 의료기관 등이 즉시 아동 출생 사실을 통보할 수 있는 제도 등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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