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도 실리도 부족한 경항모, 5조원짜리 장식품되나 [박수찬의 軍]
해군은 이달 초 2033년 모습을 드러낼 경항모 조감도를 국방일보 등에 공개하며 경항모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이슈몰이에 나섰다.
해군의 여론전이 본격화하면서 이를 비판하는 모습도 나오고, 이를 반박하는 해군 예비역과 전문가들의 칼럼이 이어지는 양상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건조비와 F-35B 수직이착륙 스텔스 전투기 20대 도입비를 합치면 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메가톤급 전력증강사업이 논란의 소용돌이에 빠지는 모양새다.
◆기존보다 발전된 경항모 조감도
기존에 알려진 것과 달리 함교가 1개에서 2개로 늘어났다. 높이도 예전보다 다소 낮아졌을 가능성이 있다. 함교 위의 마스트도 예전보다 다소 경사진 모습이다.
함재기를 비행갑판으로 이동시키는 엘리베이터 2기는 오른쪽에 집중됐다.
엘리베이터를 함교가 있는 오른쪽에 배치하면, F-35B 이착륙에 관계없이 엘리베이터로 함재기를 운송할 수 있다. 함재기 이착륙과 운송 과정에서 동선이 서로 겹치지 않아 작업 효율성을 높인다. 면적이 좁은 비행갑판의 공간 효율성도 향상된다.
전광판을 설치하면 장병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때 제공하는 효과가 있다.
함교 앞쪽에 미사일 수직발사기로 추정되는 장치가 눈에 띈다. 항모를 건조한 선진국들의 전례로 볼 때, 이 장치에는 국산 해궁 함대공미사일 30여 발이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선체 앞뒤에는 3500억원을 들여 2030년까지 개발될 국산 근접방어무기체계(CIWS) 2기가 장착된다.
국산 CIWS는 레이더, 광학장비, 사격 통제장치 등 핵심 구성품은 국내 개발 제품을 사용한다. 기관포는 개발기간 단축을 위해 해군이 쓰고 있는 골키퍼 CIWS의 30㎜ GAU-8 개틀링건을 활용할 예정이다.
전자전 장비는 해군이 사용중인 소나타(SONATA) 시스템을 개량한 것이 쓰일 전망이다. 2000년대 초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한 소나타는 전파방해를 통해 적 함정이 발사한 대함미사일로부터 아군을 보호하는 장비다.
소나타 시스템과 해궁 미사일, CIWS의 조합은 경항모 방어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유사시 경항모가 자체적으로 미사일 공격을 저지할 수 있다면, 호위함정의 부담은 그만큼 줄어든다.
◆한계 뚜렷…대책은 있나
문제점도 적지 않다. 경항모의 ‘눈’인 조기경보능력 부재는 가장 큰 문제다.
항모를 보유한 서방 국가 중 완전한 수준의 조기경보능력을 갖춘 나라는 미 노스롭그루먼 E-2C를 운용하는 미국과 프랑스뿐이다. 이들 국가는 최신형 E-2D를 도입한다.
영국은 멀린 헬기에 레이더를 장착한 크로우네스트(Crowsnest) 체계를 개발해 도입할 계획이다.
반면 한국형 경항모는 조기경보기나 헬기를 탑재하기 어렵다. F-35B에 감시정찰 임무를 부여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으나, 12대에 불과한 F-35B에 정찰 임무가 추가되면 전투력 발휘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경항모가 공군 조기경보통제기 지원을 받을 수는 있다. 일본 경항모 이즈모함은 항공자위대 E-2C/D 지원을 받을 수 있다. E-2C/D는 미 해군이 쓰고 있고, 항모전투단 공중전 통제에 최적화된 기종이다. 항공자위대는 E-767을 별도로 갖고 있어 이즈모함은 충분한 수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한국 E-737은 4대뿐이다. 조기경보통제기 추가 도입이 이뤄져도 6대 수준이다. 육지에서의 공중전 수요도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E-737은 미군이 도입하지 않은 기종이다. 해상에서의 공중전 통제 능력은 E-2D보다 부족할 수밖에 없다. 합동작전에 필요한 성능개량 소요가 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미군이 사용하지 않고, 판매 규모도 10여 대에 불과한 E-737의 성능개량 비용은 비싸다. 지난해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결정된 E-737 피아식별장비(IFF) 및 링크(Link)-16 성능개량사업 예산은 4900억 원에 달한다.
차기 조기경보통제기 사업으로 2대가 추가 도입되면, 성능개량 대상도 늘어난다. 조단위에 달하는 비용 증가 위험이 적지 않은 셈이다.
F-35B의 빈약한 전투력도 논란거리다. F-35B는 암람과 사이드와인더 공대공미사일, 합동정밀직격탄(JDAM) 등을 탑재한다. 외부 탑재 시 해리어보다 무장을 2t 더 장착할 수 있지만, 종류는 별 차이가 없다. 스텔스 기능은 사라진다.
미국도 록히드마틴이 AIM-260 공대공미사일을 만들고 있으나, 개발 완료 및 F-35B 체계 통합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영국 해군은 F-35B에 음속의 5배가 넘는 속도로 비행하는 미티어 중거리 공대공미사일(사거리 100~300㎞), 스피어-3 공대지 미사일(사거리 140㎞ 이상) 등을 장착, 공격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일당백 함재기’가 필요한 한국이 영국의 사례를 고려할 수 있으나, 비용이 관건이다.
하지만 F-35B를 그대로 쓰면, 조기경보통제기와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로 무장한 중국 공군과 해군 항공대를 제압하기 어렵다. 과감한 투자의 필요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경항모 내부 구조 문제도 걱정을 키운다. 항모는 단순히 배를 만드는 작업이 아닌, 공항을 세우는 건축에 가깝다.
비행기 이착륙과 정비, 급유, 관제, 화물 운반, 관계자 출입 등의 기능과 전기, 수도 등 인프라를 갖춘 수백만㎡ 넓이의 공항을 길이 250m짜리 배에 밀어넣는 것과 같다. 사람이 쓸 공간을 실용적으로 설계하는 고도의 건축학적 접근이 필요한 대목이다.
F-35B는 길이 15m, 날개폭 11.7m에 높이는 4m가 넘는 대형 기체다. MH-60R과 마린온 및 마린온 무장형과 해상작전형 헬기 탑재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MH-60R은 블랙호크급 헬기로 와일드캣이나 링스보다 크다. 마린온의 원형인 수리온은 기체 높이가 높다.
경항모에 F-35B와 헬기, 항공무장, 식량, 연료 등을 모두 탑재하면서 함재기에 대한 정비작업 등까지 고려하면 내부 구조와 공간 배치는 쉽게 해결하기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경항모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확산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군은 해상교통로 보호와 주변국 견제, 해양 우세 확보를 통한 전쟁 조기 종결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해군의 설명만으로는 우리나라가 바다에서 지켜야 할 핵심 이익이 무엇인지 명확치 않다.
우리가 바다에서 지켜야할 대상과 범위가 확실하게 정의되어야 경항모 건조를 포함한 해군력 증강도 당위성이 인정된다. “주변국이 갖고 있으니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경항모가 등장할 2030년대 중국과 일본의 해군력 수준을 예측해보면, 경항모를 확보해도 해상교통로 보호에 필요한 지역 패권을 장악하기는 어렵다. 극초음속 미사일이나 대함 탄도미사일 등 비대칭무기가 더 적합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경항모가 위력을 발휘할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타국과의 연합작전이다. 해상교통로에 공통의 이익을 지닌 미국, 일본 등과 함께 연합 항모전투단을 구성해서 활동하는 것이다. 프랑스 핵항모 샤를 드골도 미국이나 영국 함정과 같이 행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자주 국방을 위해 만든 경항모가 타국 함정과의 공동작전에 의존한다면, 국내적으로 논쟁이 벌어질 우려가 있다. 원치 않는 경항모 파견을 강요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경항모를 둘러싼 논란이 건조 과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샤를 드골호 건조 당시 프랑스에서는 핵항모 보유가 적절한 지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이는 설계와 건조 준비 부실로 이어졌다.
그 결과 최대속력이 기준치에 미달했고, 비행갑판이 E-2C가 쓰기에는 짧아 추가 공사를 실시했다. 핵 방사선이 누출되고 라팔 조종사 양성이 지연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해 프랑스 해군의 작전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다.
경항모 사업은 한국형전투기(KF-X)만큼이나 도전적인 과제다. 항모 건조 경험이 많은 미국, 영국, 프랑스도 숱한 착오를 겪었을 정도로 어려운 사업이다.
리스크를 줄이면서 사업기간을 단축하려면 경항모가 지켜야 할 해양에서의 국익, 미래 한국 해군의 핵심 과제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설명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경항모는 끊임없이 논란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결과는 경항모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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