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해우소] 주류·안전사고 책임은 무조건 기사 탓?
공정위, '갑질' 당하는 배달기사 불공정약관 시정
한계 지적도..시정 업체는 3곳 뿐
[이데일리 황효원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장기화로 배달은 이제 삶의 필수 요소가 됐다.
배달 노동자들은 서울에 불어닥친 20년 만의 강추위에도 어김없이 배달에 나서야만 한다. 배달 노동자 단체는 악천후엔 주문 접수를 중단해 달라며 긴급 호소문을 낸내는 등 전국 20만명의 배달 노동자를 위한 보호 제도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개밥 못 먹겠다” 배달원이 겪은 변호사 부부 갑질
최근 청소년들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악용해 술을 구매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논란이다. 배달 앱으로 술을 주문할 경우 성인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으로 음식을 주고받는 일이 늘다 보니 미성년자가 성인의 개인 정보를 악용해 인증을 하는 꼼수도 생겨나고 있다.
배달대행 기사가 술을 주문한 고객이 청소년으로 의심되는 경우 신분증 검사를 해야 하지만 비대면 배달 등으로 이러한 조치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한 커뮤니티에서는 ‘변호사 부부의 갑질’이라는 제하의 사연이 공개돼 공분이 일었다.
국밥집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 17일 배달 앱을 통해 국밥 2그릇과 소주 2병 주문을 받고 직접 배달에 나섰다. A씨가 배달 장소에 도착해 벨을 누르자 집안에서 “엄마가 문 앞에 두고 가시래요”라는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A씨는 “술이 있어서 놓고 갈 수 없어요. 직접 받아주셔야 해요”라고 말하자 “그냥 놓고 가라고 해. 못 나간다고”라는 짜증 섞인 아이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A씨와 엄마 B씨는 현관 앞에 음식을 두고 가는 문제로 실랑이를 벌였고 결국 A씨는 주류가 있어 대면으로 전달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B씨는 “아이 목욕을 시키고 있어 나갈 수 없다. 코로나 때문에 불안하니 놓고 가라”고 전했다. 이어 “사장님과 통화하겠다”며 “단골 가게이고 변호사 집이니 괜찮다”고 덧붙였다.
A씨는 “제가 사장이고 변호사 댁이라 뭐가 괜찮은지 모르지만 벌금 등의 처벌은 우리가 받는다”면서 “그럼 술은 가져가겠다”고 말하고 현장을 떠났다.
현행 배달 앱을 통해 주류를 배달할 때는 전달 시점에 미성년자 여부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배달과정에서 청소년임을 재확인하지 않으면 가게 사장과 배달원이 처벌받게 된다.
‘기사 탓’ 불공정은 바로잡았지만…배달기사 평점제도 생겨난다?
그동안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음식 배달이 많아지면서 사고나 분쟁이 늘어났다.
이에 그동안 포장 불량부터 주문 취소까지 모두 배달기사에게 책임을 떠넘기던 불공정 계약을 맺은 배달 대행업체들이 시정에 나섰다.
지난 2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우아한청년들(배민라이더스,배민커넥터)과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요기요익스프레스), 쿠팡(쿠팡이츠) 등 3개 플랫폼 사업자와 배달기사 간 불공정 계약내용을 자율시정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배달기사가 일방적으로 부담했던 배상 책임을 배달대행업체와 나눌 수 있게 된 것이다.
자율시정안은 문제 발생 시 배달기사가 사업자를 면책할 의무는 삭제하고, 사업자의 고의 과실이 있는 경우 사업자가 책임을 지도록 개선된다. 즉 종전 모든 책임을 배달기사가 떠앉는 구조를 고친 것이다.
미성년자에게 주류를 배달한 경우 발생한 모든 책임은 그간 배달기사에게 있었다. 배달대행업체의 법적 책임까지 배달기사가 면책시켜줘야 하는 계약 조항 탓이다.
앞으로는 배달기사가 성인임을 확인했지만 위조신분증 제시 등에 따라 문제가 발생한 경우 배달대행업체가 져야 할 법적 책임은 사업자가 부담하는 것으로 바뀐다.
배달 과정에서 분쟁이나 사고에 대한 업체의 면책 조항을 삭제하고 정당한 이유 없는 불만신고로 배달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개정했다.
하지만 여전히 배달원을 보호하기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일부 배달대행 업체들이 고객서비스 제고라는 명목으로 배달 기사 평점제도를 도입해 배달 기사들을 더 큰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불공정 계약 관행 시정에 나선 배달대행 업체도 세 곳에 불과해 대다수의 지역 배달노동자들은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무조건 네 책임은 아니지만 입증책임은 ‘너한테 있어’ 정도로 바뀐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번 시정된 계약서로 현장에서 일어나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황효원 (wonii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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