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함도 몰랐네요.." 여야 없이 애도했다, 국회의 구두 아저씨
24년간 국회에서 구두미화원으로 근무했던 고(故)정순태씨의 죽음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정치권이 한 목소리로 애도하고 있다. 국회 의원회관 5층 귀퉁이에 있는 ‘구두수선실'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메모지(포스트잇)가 빼곡히 붙었다. 암으로 정씨가 숨졌다는 소식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국회 한 켠에 마련된 추도 공간에 여야 정치인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2일 국회 직원들의 익명 게시판인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는 “인턴시절 의원님 구두를 닦으러 간 구둣방에서 내 구두 굽이나 먼저 갈라면서 벗어보라시던 안경 사장님”이라면 정씨를 회고하는 글이 올라왔다.
글을 쓴 국회 직원은 “정겨움은 없었지만 구두만 봐도 누구 구두인지 알아보시던 묵묵한 달인 사장님”이라면서 “구두 신던 비서에서 스니커즈 신던 비서관으로, 그리고 지금은 운동화 신고 다니는 보좌관이 되었지만 그 좁은 구두방의 약 냄새가 생생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없어진 국회 후생관에서 치른 제 결혼식 예식화를 빛나게 닦아 주셨던 것 정말 감사했다”면서 “편히 쉬시기를 기도한다”고 썼다.
정씨의 별세 소식은 지난 21일 알려졌다.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국보협)이 국회 의원회관 5층 한 구석에 추모 공간을 마련하면서부터다. 박준수 국보협 회장은 페이스북에 “안경 쓴 구두아저씨로 더 알려지신 정순태님께서 간암으로 운명하셨다”면서 “가족이 안 계셔서 장례식 없이 바로 화장장으로 가신다”고 알렸다. 이윽고 주호영 원내대표, 김성원 원내수석을 비롯한 원내 지도부가 이 추모공간을 찾아서 고개 숙였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김상희 국회 부의장은 조화를 보냈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우상호 의원도 조문했다.
국회의장 출신인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름 모를 국회 ‘구두 아저씨’ 사망 소식에 애도를 표했다. 정 총리는 2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오늘 국회에서 구두 미화하시던 선생님께서 별세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아팠다”면서 “죄송스럽게 저는 선생님 성함도 모르는군요”라고 썼다. 이어 “어쩌다 복도에서 마주치면 선한 눈빛으로 인사를 건네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수많은 사람의 구두를 닦아 주면서도 선생님께서는 늘 검정 티셔츠에 검정 슬리퍼만 신고 다닌 것으로 기억한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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