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떠나 흙에 살리라?.. 살아보고 결정하세요 [이슈 속으로]
도시민 41% "귀농·귀촌 의향 있다"
감염 불안 덜고 자연친화적 생활 추구
귀농 67%가 5060.. 귀촌은 2030 절반
비대면 마케팅 등 활용.. 마을에 활기
정부, 트렌드 따라 지원책도 변화
지자체 '한달살기' 등 체험 프로 마련
일자리 탐색·주민과 교류.. 정착률 높아
2021년 89개 시군서 500여가구 지원 계획
준비없는 귀농 '백전백패'
영농기술·농지 마련 등 '공부'는 필수
초기 정착금 2억 소요.. 지원금도 체크
귀농·귀촌을 고려하는 도시인이 실제로 늘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농촌 국민의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도시민 중 은퇴 후 또는 여건이 될 때 귀농·귀촌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41.4%였다. 전년 대비 6.8%포인트 뛴 수치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운영하는 ‘귀농·귀촌종합센터’ 홈페이지 방문자가 299만명으로 전년(208만명) 대비 44% 증가했다. 코로나19가 귀농·귀촌 흐름에도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은퇴자에서 청년으로, 귀농에서 귀촌으로
유다님(26)씨와 박기완(34)씨는 이달 말 경남 밀양으로 귀농한다. 환경을 해치지 않는 자급자족 생활을 꿈꾸며 지난해 토종 벼농사를 짓는 농장에서 농업기술, 목공기술, 설비·가공 등을 배웠고, 이후 전국 농촌을 돌아보다 밀양 감물리의 다랑이논에 반했다. 귀농 첫해인 올해는 한 마지기 정도 농사를 지을 계획이다.
유씨는 “지역 농업기술센터와 귀농관련 부서를 찾아 정보를 얻었고 살 곳도 마련했다”며 “두려움보다 기대가 더 크다. 동네 어르신들께 농사법, 요리법 등을 배우고 ‘자급연구소’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자급하는 법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귀촌인은 49.7%가 30대 이하로 5060세대(27.6%)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경북도청 귀농·귀촌센터 담당자는 “5060 세대 유입이 여전히 많지만 도시에서 돌아와 가업을 잇거나 지역의 유치사업을 통해 자발적으로 귀농·귀촌하는 청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청년들은 트렌드에 민감하며 비대면 마케팅에 강하고,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면서 마을에 활기를 주기 때문에 지역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귀농·귀촌 준비는 보통 2∼4년 정도가 걸린다. 결심하고, 살고 싶은 곳을 정하고, 지역 분위기를 탐색하고, 농지나 집을 구하는 과정 등이 필요하다. 귀농·귀촌을 지원하는 농림수산식품교육정보원은 상담부터 정착까지 단계별로 수많은 교육을 제공한다.
하지만 직접 경험해보는 것보다 효과적인 것은 없다. 각 지역에는 도시민들이 농촌 생활을 경험해볼 수 있는 각종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곡성에서 2019년 시작된 ‘청춘작당’은 청년들이 100일 동안 농촌에서 생활하며 귀농·귀촌을 미리 체험하고 일자리를 탐색할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2019년 30명, 지난해 24명 총 54명이 참여했다. 그중 20명이 프로그램을 마친 뒤 곡성에 정착했다.
결혼하면서 귀촌해 청춘작당 대표를 맡은 민찬양(27)씨는 “귀촌한 뒤 가장 만족스러운 점은 누가 시키는 일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최근 정착한 청년들도 지역 기업, 사회적기업에 취업하거나 사진관, 공방, 교육 등 자신의 특기를 살려 창업하는 등 즐겁게 일하며 생활한다”고 설명했다.
전남도는 2019년부터 ‘전남에서 한 달 살기’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5일에서 50일까지 농촌을 미리 체험해보는 이 프로그램에 2년 동안 1280명이 참여했다. 그중 16%인 210명이 인근 농촌으로 완전히 이주했다.
전체 89개 시군에서 약 500가구를 지원한다. 참가자는 최장 6개월의 주거(농촌체험마을·귀농인의집 등)와 연수 프로그램, 월 30만원의 연수비를 지원받는다. 주 2회 일자리를 경험할 기회도 준다.
귀농형과 귀촌형 중 선택할 수 있으며 참가자는 △청년 구직자 △40대 이직 희망자 △5060 은퇴 예정자로 나뉜다. 3월부터 참가를 접수할 계획이다.
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귀농이나 할까”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마치 농촌에서 살기만 하면 여유롭고 편안할 거라 생각하는 듯이. 하지만 농촌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준비 없는 귀농은 스트레스만 더할 뿐이다. 귀농·귀촌 교육 담당자들이 지적하는 공통적인 실패 요인 몇 가지가 있다.
겨울이면 스키를 타고 나머지 계절엔 농사를 지으며 편히 살겠다며 강원도 횡성으로 이주한 강성원(51)씨 가족의 정착 초기는 ‘실패담’에 가깝다. 강씨는 농사를 짓고, 아내는 농가에서 나오는 작물을 활용해 카페를 창업하고 수익을 낸다는 멋진 구상에 빠져 아무런 준비 없이 즉흥적으로 귀농한 것이다. 하지만 집 짓는 과정에서 사기를 당해 재산을 날리면서 시작부터 우울한 귀농생활을 경험했다. 농사도 쉽지 않았다. 이후 지역 센터의 도움을 받아 착실히 일하며 노하우를 쌓고 ‘귀농 실패담’을 공유하면서 회복해가는 중이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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