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리카 앨범 저작권이 스트리밍 업체에 팔렸다고?

홍장원 2021. 1. 2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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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리카 /사진제공=A.I.M
[스쿨오브락-176] 록 음악을 즐겨 듣지 않는 사람들도 메탈리카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이 꽤 있을 것이다. 대중적으로 흥행한 록밴드의 대표 주자. 그러면서도 음악성을 잃지 않고 수많은 변신을 시도하며 고유의 색깔만은 지켜냈던 명밴드. 한국에 공연 오면 올림픽 스타디움을 가득 채울 수 있는 팬층을 거느린 거물. 그래미상을 따내며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밥 먹듯이 했던 대중성 있는 메탈밴드.

메탈리카는 수많은 공연을 했지만 그중 백미는 단연 1991년 구소련 모스크바에서 열린 몬스터스 오브 록(Monsters of Rock)일 것이다. 판테라, AC/DC 등 한 세대를 풍미한 동료 록밴드와 함께한 무료 공연이었다. 당시는 공산주의 이념이 무너지고 소련이 개혁·개방 체제로 막 넘어가던 시기였다. 음악 갈증을 느끼던 소련 팬들이 메탈리카가 왔다는 소식에 160만명이나 운집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이들을 통제하러 나온 군인까지 신이 나 떼창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면 소름이 돋는다. 이때는 그야말로 메탈리카 전성기였다. 그들의 대표 앨범 중 대표 앨범인 '블랙앨범'이 나온 바로 그해였다. 여기에 명곡 엔터 샌드먼(Enter Sandman)이 담겨 있다. 2013년 은퇴한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마리아노 리베라(Mariano Rivera)가 주제가로 썼던 바로 그 곡이다.

이 앨범의 공식 명칭은 밴드 이름인 '메탈리카(Metallica)'였다. 앨범 커버가 새카매 블랙앨범으로 불리고 있지만 말이다. 밴드 이름을 앨범 이름으로 쓸 만큼 애정을 듬뿍 담은 작품이다.

이 앨범은 메탈리카 전반부의 화려한 피날레, 중반부의 화려한 시작을 상징한다. 그전까지 스래시 메탈 밴드로 분류되던 메탈리카는 이 앨범을 기점으로 좀 더 말랑말랑해지고 대중성을 보강한다. 그래서 그들의 '버전 2'의 화려한 시작을 장식하는 앨범이다.

그런데 이후 나온 앨범과 비교해 이들의 날카로운 스래시함은 이 앨범까지는 여전히 살아 있다. 그래서 이 앨범은 스래시 메탈 밴드 메탈리카의 화려한 결말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정표 같은 앨범이라는 뜻이다.

대중적으로도 이 앨범은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둔다. 빌보드 차트 200위권 내에서 250주가량을 버텼다. 5년간 순위권에서 살아남았다는 뜻이다. 전 세계에 팔린 앨범만 3000만장이 넘는다.

최근 이 전설적인 앨범의 저작권 일부가 영국의 온라인 음악 투자 회사로 넘어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주인공은 이 앨범 제작자로 참여한 전설적인 프로듀서 밥 록. 그는 '블랙앨범'에 대한 자신의 음원 저작권을 영국 '힙노시스 송스 펀드'에 팔았다고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힙노시스에 따르면 블랙앨범 수록곡의 온라인 감상 횟수를 합치면 무려 70억뷰에 달한다고 한다. 발매한 지 30년이 지난 앨범이지만 여전히 지금 이 순간에도 스트리밍된다는 얘기다. 앞으로도 무수한 수익 창출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힙노시스는 캐나다 출신 전직 음악매니저 머크 머큐리아디스가 2018년 설립했다. 머큐리아디스는 건스앤로지스, 엘튼 존, 비욘세 등의 매니저를 지냈는데 스트리밍 음악 시장의 성장성을 미리부터 간파했다. 저스틴 비버, 비욘세, 리한나 등을 비롯해 유명 가수 히트곡을 포함해 5만7000여 곡의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사실 코로나19 여파로 가수들이 수입을 올릴 수단이 많이 축소된 게 현실이다. 예전 같으면 전 세계를 돌며 어마어마한 티켓 파워를 과시했던 밴드들도 공연 자체가 열리지 않아 고민에 빠졌다. '랜선 공연' 등으로 활로를 찾는 아티스트들도 있지만 한계가 있다. 일부 팬덤이 두꺼운 아이돌 스타는 랜선 공연으로 오히려 비용을 아껴 더 큰 수익을 내기도 하지만 '현장감'을 중요시하는 밴드 공연은 궤가 다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저작권을 스트리밍 업체에 파는 상황이 더 많이 나타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앨범 시장 몰락과 스트리밍 문화의 득세로 가뜩이나 '기울어진 운동장'이 코로나19 여파로 강펀치를 얻어맞고 더 맥을 못 추는 모습이다. 이념전쟁 끝자락에서 서구 밴드로는 거의 처음으로 모스크바에 건너가 현장을 열광시켰던 메탈리카 블랙앨범의 저작권 이슈이기에 더욱 관심을 끈다. 세상이 그만큼 확 달라졌다는 뜻이다.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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