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2021 KBO리그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LG 트윈스 앤드류 수아레즈

오상진 2021. 1. 23.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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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야구공작소 김수연

앤드류 수아레즈(Andrew Jose Suarez)

선발 투수, 좌투좌타, 183cm, 91kg, 1992년 9월 11일(만 28세)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 – 56경기(31선발) 7승 15패, 202.2이닝 65BB 160K, ERA 4.66

2020시즌 성적 – 6경기 0승 0패, 9.2이닝 6BB 5K, ERA 3.72

[스포탈코리아] LG 트윈스의 2020년은 막판 부진으로 정규 시즌을 4위로 마무리했지만, 투·타 모두에서 새로운 선수(홍창기, 이민호 등)들이 좋은 활약을 보여주면서 미래를 더 기대케 하는 해였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정든 선수와의 이별의 시간도 다가왔다. LG의 상징과도 같았던 박용택이 은퇴했고, 3년간 마운드 안팎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외국인 투수 타일러 윌슨을 떠나 보냈다. 이미 은퇴를 예고한 박용택과 달리 2년간 큰 부상 없이 에이스로서 LG를 이끌었던 윌슨과의 이별은 뜻밖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모두가 힘들었던 2020시즌을 윌슨은 유난히 더 힘들어했다.

시즌 초반 함께 안 좋았던 것은 동료 외국인 선수 케이시 켈리도 마찬가지였지만, 켈리가 점점 예년의 모습을 회복했던 것과 달리 윌슨은 끝내 반등하지 못했다. 결국 차명석 LG 단장은 이별을 선택했고, 약 한 달의 시간과 공을 들여 윌슨을 대체할 젊고 새로운 투수를 찾았다. 새로운 외인 투수는 만 28세의 좌완 앤드류 수아레즈다. 켈리와 같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출신인 수아레즈는 LG의 아쉬웠던 점을 채워줄 선수로 기대 받고 있다.

배경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출신의 수아레즈는 고향에서 꽤 알아주는 유망주였다. 고등학교 졸업 후 참가한 첫 드래프트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9라운드 지명을 받았으나, 프로 진출 대신 대학 진학을 선택했다. 그리고 고향의 마이애미 대학으로 진학한 것은 성공을 거뒀다. 고등학교 시절 겪은 어깨 부상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씻었고, 구속 증가와 함께 꾸준함을 보였다.

그렇게 2015년 드래프트 2라운드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입단했다. 드래프트 당시 에이스가 될 만한 폭발적인 구위를 가지고 있진 않지만, 준수한 제구력과 플러스급 슬라이더로 메이저리그에서 안정적인 활약을 보일 유망주로 평가받았다. 마이너리그에서 패스트볼 구속이 향상되고 체인지업을 가다듬는다면 최대 3선발이 될 수 있다고 예상됐다.

수아레즈 최고의 시즌은 2017년이었다. 정석대로 1년에 한 레벨씩 단계를 밟아 올라갔고, 2017년에는 트리플 A에 도달했다. 타자 친화적인 퍼시픽 코스트 리그(PCL)에서도 15경기 평균자책점 3.55로 준수했고, 팀 내 유망주 2위까지 올라갔다.

이듬해인 2018년은 순항하던 수아레즈의 운명이 뒤바뀐 해였다. 2018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수아레즈는 기존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이 겹쳐 생각보다 많은 기회를 받았다. 29경기 7승 13패, 평균자책점 4.49로 평범한 성적이었지만, 첫해부터 많은 경기를 뛰었고 차기 선발 후보로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2018년 10월 파르한 자이디 사장의 샌프란시스코 부임 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LA 다저스 시절부터 빠른 공과 높은 회전수를 지닌 선수를 선호했던 자이디 사장의 기준에 수아레즈는 미치지 못했다. 수아레즈의 포심 패스트볼 회전수는 2,000 RPM 이하로 메이저리그 평균인 2,300~2,400 RPM과는 멀찍이 떨어져 있다.

그래도 몇 안 되는 좌완 유망주에 성실한 태도를 지닌 수아레즈였던 만큼 샌프란시스코도 포기하지 않고 변화를 모색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삼진을 잡을 수 있는 확실한 공이 없던 수아레즈는 불펜으로도 쓰이지 못했고, 결국 지난 2년간 메이저리그 등판은 27경기에 그쳤다.

스카우팅 리포트

들어가기에 앞서 알아둘 것이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2019시즌부터 새로운 피칭 코디네이터를 선임하고 코치진이 대폭 교체됐다. 새 코치진들은 새로운 구종의 장착보다는 선수들의 투구폼, 구질의 회전수, 회전축 등 기존의 것을 개선하는 쪽을 선택했고, 수아레즈에게도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2020시즌은 마이너리그가 열리지 않아 메이저리그 등판이 적었던 샌프란시스코 선수들의 2018시즌 이후 데이터는 KBO에서 보여줄 데이터와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이 스카우팅 리포트에서는 2018시즌까지의 데이터를 전제로 하되 2019시즌 이후의 변화는 간단히 언급만 하는 것으로 한다.

수아레즈는 포심 패스트볼, 슬라이더, 체인지업, 투심 패스트볼, 커브를 던지며, 2020년 현재는 슬라이더와 투심 패스트볼에서 강점을 보인다. 위 구종은 분석 매체에 따라 분류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슬라이더가 커터, 투심 패스트볼이 싱커로 잡히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

포심 패스트볼은 최고 94마일(151km/h), 평균 92마일(148km/h)로 KBO 리그 좌완 투수 중 빠른 편에 속한다. 그러나 회전수(RPM 2,000 이하)는 메이저리그 평균보다 약간 낮고, 무브먼트가 거의 없는 수준이어서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큰 고민거리였다. 따라서 KBO 리그에서도 빠르다는 것 외에는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한편, 슬라이더는 제구력과 함께 수아레즈를 메이저리그까지 올려준 일등 공신이었다. 수아레즈의 슬라이더는 더블 A까지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고 위력적이었고, 메이저리그 무대에서도 어느 정도 통하는 모습이었다.

수아레즈와 샌프란시스코 코치진은 체인지업, 커브, 싱커 등 슬라이더에 이은 세 번째 구종을 장착하려 부던히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드래프트 당시부터 요구됐던 체인지업의 향상은 끝내 메이저리그 평균 수준으로 올라오지 못했고, 커브는 쉬어가는 용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약간의 성과가 있다면 싱커를 배우는 과정에서 투심 패스트볼의 움직임이 좋아져 체인지업을 대신할 만한 세 번째 구종으로 떠올랐다.

기본적으로 수아레즈는 구질의 아쉬움을 뛰어난 제구력과 완급 조절 그리고 마운드에서의 승부사적 기질로 극복해 메이저리그까지 올라간 선수다. 일정한 릴리스 포인트와 안정적인 투구폼은 꾸준한 제구력과 경기력을 보여주는 비결이다.

또한, 대학 시절부터 자신의 공이 통했던 더블 A 무대까지 수아레즈의 9이닝당 볼넷 비율은 2개를 넘지 않았다. 맞아 나가기 시작한 트리플 A 이후부터 제구력이 흔들렸다. 2019년에 트리플 A 리그에 도입된 메이저리그 공인구 문제도 원인일 수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제구에 대한 감을 가진 선수인 만큼 KBO 리그에서 자신의 공에 대한 믿음을 되찾는다면 본래의 제구력이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전망

트리플 A 이상 레벨에서 수아레즈는 리그 평균 이하의 포심 패스트볼 구속과 구위로 장타를 많이 허용해 명확한 한계를 보였다. 반면, 수아레즈가 향한 KBO 리그와 드넓은 잠실야구장을 홈구장으로 보유한 LG라는 팀은 수아레즈의 단점을 상쇄해줄 최적의 장소로 판단된다.

LG 입장에서도 수아레즈는 안정적인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다. 특히 지난 몇 년간 LG에는 부상으로 안정적인 활약을 보이지 못한 외국인 선수들이 많았다. 그런 면에서 고등학교 시절 당한 어깨 부상 이후 5년간 별다른 부상을 겪지 않은 수아레즈는 믿고 지켜볼 수 있는 선수다.

지난해 LG에 부족했던 좌완 선발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LG의 좌완 선발의 축을 이뤘던 차우찬, 이우찬이 모두 부진한 가운데 김윤식, 남호라는 00년생 듀오가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아직은 미숙하다. 따라서 수아레즈의 가세는 우완에 편중된 LG 선발진의 균형을 잡고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낙관만 할 순 없다. 슬라이더를 제외한 나머지 구질은 KBO 리그에서 통한다고 확신하기 어렵다. 수아레즈는 압도적인 구위로 탈삼진을 뽑아내는 투수가 아닌 기본적으로 맞춰 잡는 유형의 투수다. 또한, 본래 스트라이크존 하단 공략을 즐기고 투심 패스트볼 사용 빈도가 높아지면서 많은 땅볼을 만들어내게 됐다. 따라서 LG 야수진의 좋은 수비가 곁들여지지 않는다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

야구 외적으로는 마운드 밖에서의 수아레즈는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으로 알려졌다. 마운드 위에서 타자와의 몸쪽 승부도 피하지 않는 적극적인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안정적인 선발 기회가 보장된 것도 수아레즈에게는 플러스 요인이다. 수아레즈는 전력에서 완전히 배제된 2019시즌부터 마이너리그를 오가며 마음을 잡기가 어려웠다. KBO 리그에서는 안정적인 선발 기회가 보장되는 만큼 초반 적응기를 잘 넘긴다면, 곧 본연의 좋았던 모습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야구공작소
유은호 칼럼니스트 / 에디터=김준업, 나상인

참조=팬그래프, 베이스볼아메리카, Mi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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