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름, 평생 후회할 것 같다며 소송 결심" 노선영과 무슨 일 있었나

김상윤 기자 2021. 1. 23.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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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름과 노선영이 2018년 2월 21일 평창올림픽 팀추월 7·8위 순위결정전이 끝난 뒤 경기장을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왕따 주행’ 논란에 휩싸였던 전·현직 빙상 선수 김보름(28·강원도청)과 노선영(32·은퇴)이 법정에서 다툼을 벌이고 있다. 김보름은 작년 11월 “올림픽 당시 허위 주장으로 국민적 비난에 시달리게 돼 정신적·경제적 피해를 입었다. 2010년부터 지속적인 괴롭힘도 당했다”며 노선영을 상대로 2억원의 손해 배상을 청구했다. 지난 20일엔 서울중앙지법 민사36부(재판장 황순현) 심리로 첫 변론 기일이 열렸다. 둘을 대리해 참석한 양측 변호사는 열띤 공방을 펼쳤다.

한국체육대학교(한체대) 선후배인 둘 사이의 갈등이 외부로 드러난 계기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8강전이다. 김보름이 약 3년이 지난 시점에 소송을 낸 이유는 뭘까. 또 김보름은 노선영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노선영의 반박은 무엇일까.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을 정리했다.

◇왜 이제 와서 민사소송 제기했나

김보름 측이 법원에 제출한 소장 중 일부. 원고는 김보름, 피고는 노선영.

김보름의 지인은 본지 통화에서 “김보름이 ‘이대로 (이 사건이) 묻히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 진실을 법정에서 밝히고 싶다’며 소송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보름 측은 소장에서 “국내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국민들 비난을 받으며 경주를 이어 나갔다”며 “소송을 통해서라도 울분을 풀지 못할 경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도 사건의 실체를 모르는 다수로부터 비난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선영 측은 이에 ‘연맹의 대리전’이란 의혹을 제기했다. 노선영 측 대리인은 지난 20일 열린 재판에서 “김보름이 실제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인지 연맹이 원고 이름을 빌려서 대리로 진행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곧바로 보도자료를 내고 의혹을 부인했다. 연맹은 “노선영 측 발언은 일방적인 주장일 뿐 연맹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위 사항은 사실이 아니므로 정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해당 변호사에게 전달했고 해명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올림픽 전엔 무슨 일이 있었나

노선영 측이 ‘연맹 대리전’ 의혹을 제기한 것은 평창올림픽 전후로 연맹에 대해 계속 갖고 있던 불신 때문으로 보인다. 올림픽 한 달 전인 2018년 1월 대한빙상경기연맹은 개인 종목 출전권을 못 딴 노선영이 단체 종목인 팀추월에도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행정 착오로 뒤늦게 알았다. 일찌감치 개인 종목 참가를 포기했던 노선영은 느닷없이 선수촌 퇴촌 통보를 받았다.

노선영은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올림픽에 출전하는 팀추월 남녀 대표팀은 단 한 차례도 함께 훈련하지 않았다”며 “전명규 빙상연맹 부회장 주도로 이승훈·정재원·김보름 등 3명은 태릉이 아닌 한체대에서 따로 훈련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맹이 메달을 딸 선수를 미리 정해놓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비판했다. 노선영은 이후 러시아 선수의 출전 불발로 스피드스케이팅 1500m 출전권을 얻어 극적으로 대표팀에 복귀했으나 환대받지 못했다.

이에 대해 김보름 측은 대부분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김보름 측은 “노선영이 지목한 3명은 매스스타트 종목에도 출전했는데, 종목 특성상 쇼트트랙 경기장에서 훈련할 필요성이 있었다”며 “당시 태릉에서 대회가 열려 훈련이 어려워 한체대에서 5일 동안 훈련을 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김보름이 ‘왕따 주행’ 논란에 휩싸인 이유는

노선영·김보름·박지우가 2018년 2월 19일 평창올림픽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역주하는 모습. /오종찬 기자

당시 이런 상황 때문에 팀추월 종목에서 팀워크가 제대로 발휘되기 힘들었다. 여기에 석연치 않은 8강전 레이스 내용과 인터뷰 내용까지 더해지면서 논란이 됐다. 2018년 2월 19일 열린 8강전 경기 막판 마지막 주자 노선영은 김보름, 박지우에 크게 뒤처진 채 결승선을 통과했다. 김보름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3분 정도면 만족스러웠는데, 지우와 나는 (2분) 59초였다. 생각보다 기록이 잘 나왔는데…” 등의 발언을 했다.

이는 ‘노선영 탓’을 하는 것으로 해석됐고 김보름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인터넷 댓글 등에선 ‘김보름이 노선영을 따돌리려고 일부러 앞서나갔다’며 ‘왕따 주행’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김보름을 국가대표에서 제명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60만을 넘겼다.

◇김보름·박지우가 일부러 노선영을 따돌렸다?

김보름이 2018년 2월 20일 기자회견에서 전날 있었던 평창올림픽 팀추월 경기에 대해 이야기하며 손으로 눈물을 훔치고 있다. 뒤는 백철기 감독. /김지호 기자

이처럼 김보름에게 비난이 쏟아진 데 노선영의 인터뷰가 영향을 줬다는 게 김보름 측 주장이다.

경기 다음날인 2월 20일 팀추월 사건에 관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보름은 이 자리에서 “선두에 있을 때 뒤에 있던 선수를 챙기지 못한 것에 대해 잘못이 크다”고 했고, 백철기 감독은 “노선영의 의견을 받아들여 훈련과 경기를 했다. 노선영이 뒤로 처진 것은 앞에서 상황을 판단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당시 노선영은 ‘몸살이 있다’며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같은 날 낮에 강릉 선수촌에서 외출했다가 돌아가는 모습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됐다. 노선영은 그날 SBS와 단독으로 전화 인터뷰를 해 기자회견 내용을 반박했다. 노선영은 “훈련하는 장소가 달라 한 번도 같이 훈련하지 못했고, 만날 기회도 별로 없었다” “분위기도 별로 좋지 않았다”고 했다. 노선영은 “경기 전날 노선영이 자기가 맨 뒤로 가는 것이 더 낫다고 내게 직접 얘기했다”는 백 감독의 발언도 부인했다.

김보름 측이 법원에 제출한 소장 중 일부. 원고는 김보름, 피고는 노선영.

문화체육관광부는 그해 10월 발표한 감사 보고서에서 “평창올림픽 여자 팀추월 경기에서 특정 선수(김보름)가 고의로 가속을 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 “국내외 팀추월 경기 중 일부 선수가 뒤처지는 사례는 다수 확인할 수 있으며, 선수들이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경기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으나 경기 전 지도자와 선수 간에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나온 결과라는 것이다. 김보름 측은 “노선영이 뒤로 처졌음에도 관례와 달리 신호를 따로 주지 않았다”고 했고, 노선영 측은 “그럴 겨를도 없이 (김보름과 박지우가) 바로 떨어져 버렸다”고 했다.

노선영은 2018년 3월 초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 출연해 “선수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그 경기(팀추월)는 연맹이 버리는 경기라고 생각했다”며 “(대한빙상경기연맹이) 메달을 딸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종목에 집중하고, 그렇지 않은 종목에는 집중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또 노선영은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선 “나만 모르는 어떤 작전이 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노선영은 후배 김보름에게 폭언을 했나

김보름 측이 법원에 제출한 소장 중 일부. 원고는 김보름, 피고는 노선영.

김보름은 2019년 초 언론 인터뷰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선수촌에 합류한 2010년 겨울부터 올림픽이 있던 작년 시즌까지 대표 생활을 하면서 노선영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했다. 그는 “코치가 랩타임 30초를 지시해 이에 맞춰 타고 있으면 (노선영이) 천천히 타라고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면서 훈련을 방해했다”며 “쉬는 시간에도 라커룸이나 방으로 불러 폭언을 한 적도 많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지도자들이 노선영을 불러 이를 지적하면 노선영은 “왜 김보름 편만 드느냐”고 반박해서 해결이 잘 되지 않았고, 결국 지도자들도 “그냥 참고 하라”며 넘어갔다는 것이 김보름의 주장이다. 김보름은 “선수촌에서 7년이란 시간 동안 괴롭힘에 하루하루 지옥 같았다”고 했다. 2019년 2월 동계체전에 나선 노선영은 “사실이 아니다. 대응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지난 20일 법정에 나온 노선영 측 대리인은 “김보름의 허위 인터뷰로 정신적 고통을 받은 점을 고려해 반소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폭언이 운동선수들 사이에서 불법 행위가 되는지 (재판부) 판단을 따라야겠지만, 노선영은 김보름의 한국체육대 4년 선배이고 사회상규를 위반하지 않은 정도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그것(폭언)이 불법행위가 된다 해도 이미 2011·2013·2016년 일로 불법 행위의 소멸 시효가 완성됐다. 이 시점에서 소송을 제기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노선영 측이 소멸 시효를 언급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선 “폭언 사실은 인정하는 것이냐”고 지적하기도 한다.

◇김보름이 주장하는 피해는

김보름 측이 법원에 제출한 소장 중 일부. 원고가 김보름.

김보름은 올림픽이 끝나고 한 달 뒤인 2018년 3월 중순 불안 증세를 호소하며 고향 대구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 그의 어머니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함께 입원했다. 김보름은 위자료로 1억원을 청구했다.

김보름 측이 법원에 제출한 소장 중 일부. 원고는 김보름, 피고는 노선영.

김보름은 이 같은 과정으로 정신적 피해뿐 아니라 경제적 피해도 입었다고 주장한다. 김보름 측은 “올림픽을 전후로 네파(의류 브랜드)로부터 협찬을 받고 있었고, 각종 의료 회사, 식음료 회사 CF도 예정된 상태였다”며 “그러나 노선영의 행위로 평판이 심하게 훼손돼 여러 계약이 무산됐다”고 했다. 네파 관계자는 팀추월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2월 말 계약 만료 이후) 계약 연장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김보름 측은 당시 예정된 모델료가 총 3억원을 넘는다며 약 1억원을 청구했다.

이를 합하면 약 2억원이 된다. 김보름 측은 “올림픽 이후 병원에 입원해 치료 및 요양을 취했다”며 추후 병원비에 대해서도 청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코치진, 다른 선수들의 입장은

김보름 측은 소송을 제기하며 동료와 지도자가 적은 사실확인서를 함께 제출했다. 확인서에는 “노선영이 김보름에게 ‘눈치껏 천천히 타면 되잖아 XXX아’라고 욕설하는 것을 들었다” 등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노선영이 김보름에게 욕설했고 김보름은 노선영의 말에 잘 따랐다” “노선영은 코치에게도 대들었다” “노선영이 훈련 일정을 소화하지 못하고 원고에게 화를 냈다” “노선영이 평소 후배에게 화를 자주 냈다” 등 내용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노선영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자세한 주장과 증거는 추후 진행되는 재판 과정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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