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경 "'또라이스러운' 캐릭터들에 공감했다"
(시사저널=하은정 대중문화 전문기자)
신세경의 소속사 '나무엑터스'의 김종도 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신세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똑똑하고 윤리적인 배우예요. 얼마나 바른 생각을 가진 친구인지 몰라요. 그리고 크리에이티브한 면모가 있어요. 어느 날 개인 유튜브를 시작하더니 뚝딱뚝딱 혼자 찍고 혼자 편집해 올리는 거예요. 그런 엉뚱한 면이 있어요. 대중이 모르는 매력이 많죠."
신세경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현재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과 휴학 중으로 초등학교 2학년 때인 1998년 서태지의 국내 복귀 앨범 'Take 5'의 포스터 모델로 데뷔했다.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라곤 믿을 수 없을 만큼 신비로운 마스크와 몽환적인 표정으로 서태지의 음악만큼이나 화제가 됐다. 전국 레코드 가게에 어린 신세경의 얼굴이 도배되다시피 했다.
그렇게 화려하게 데뷔한 그는 이후 이곳저곳에서 러브콜을 받지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현재 소속사인 '나무엑터스'와의 인연도 그즈음부터 시작됐다. 그리고 중학생이 돼서 다시 연예계에 등장한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영화 《어린신부》, 드라마 《토지》 등에 출연하며 존재감 있게 필모그래피를 쌓아갔고, 2009년 국민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 출연하면서 성인 배우로서 신고식을 성공적으로 치른다. 이후 영화 《푸른 소금》 《R2B: 리턴투베이스》 《타짜》와 드라마 《아이언맨》 《냄새를 보는 소녀》 《흑기사》 《패션왕》 《신입사관 구해령》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가파르게 성장하며 주연배우로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 그에게 2021년은 잊을 수 없는 해다. 그간 굵직한 배우들과 굵직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지만 선뜻 생각나는 캐릭터가 없던 것도 사실. JTBC 드라마 《런온》은 같은 한국말을 쓰면서도 소통이 어려운 시대에 저마다 다른 언어로, 저마다 다른 속도로 서로에게 향하는 성장형 '완주 로맨스'다. 극 중 신세경은 통통 튀고 괴짜 같은 '오미주' 역할을 제 옷 입은 듯 능수능란하게 해내는데, 현실과 맞닿아 있는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선사한다. 소속사 김 대표의 말처럼 자신이 가진 엉뚱한 매력과 인간적인 면모를 고스란히 캐릭터에 녹여내며, 데뷔 23년 차 내공을 보란 듯이 발휘한다. 시청자 입장에서 보자면, 연기도 외모도 참 예쁜 배우다.
극 중 신세경의 상대역은 임시완이다. 임시완은 숙명적으로 앞만 보고 달려가는 단거리 육상선수 기선겸 역을, 신세경은 관성적으로 뒤를 돌아봐야 하는 영화 번역가 오미주 역을 맡았다. 현실감각이 뛰어나고 좋고 싫음이 뚜렷한 성격이다.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는 '대사의 맛'이다. '작가가 누구지?'라는 궁금증이 절로 든다. 《김과장》의 이재훈 감독과 신예 박시현 작가가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박 작가는 메인 작가로서는 데뷔작이지만, 드라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을 집필한 김은숙의 보조 작가 출신이다. 톱 작가의 오른팔로 이미 잔뼈가 굵은 실력파다.
연출을 맡은 이재훈 감독은 임시완, 신세경의 극 중 싱크로율과 관련해 "임시완이 맡은 기선겸 캐릭터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고 세상 자잘한 문제들과 거리감이 있는 인물이다. 그러면서도 불쌍한 사람들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결정적인 순간에 힘이 되어 주는 사람인데, 실제 임시완은 현장에서도 그렇다. 첫 만남부터 기선겸의 따뜻한 모습이 느껴졌다. 오미주는 내가 처음에 그렸던 오미주보다 너무 예쁜 게 아닌가 싶었다. 미주는 예쁜 외모보다는 통통 튀고 괴짜 같은 면이 붙는 캐릭터인데, 그런 면이 신세경에게 있더라. 그래서 더 오미주스럽다"고 말했다. 최근 온라인 제작발표회를 통해 주연배우 신세경을 만났다.
《런온》을 선택한 이유는 뭔가.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단단하고 '깡다구'가 있다. 한데 누군가에 대한 애정을 품기 시작하면서 자아의 분열이 생기고 하찮아진다. 그런 지점들이 귀여웠다. 귀여운 '또라이'들 같은 면모랄까? 또한 그런 부분들이 공감이 됐다."
'오미주'는 참 매력적인 캐릭터다. 어떤가.
"입체적이고 다양한 면을 지니고 있다. 멋있기도 하지만 하찮기도 한 귀여운 캐릭터다. 그런 부분이 실제 내 모습과 닮았다고 느꼈다. 굉장히 현실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다. 그런 면에서 오미주는 '센 척하는 푸들' 같다."
센 척하는 푸들(웃음)? 부연 설명을 해 달라.
"일단 극 중 캐릭터의 헤어 스타일이 푸들처럼 뽀글뽀글하다. 뿐만 아니라 미주는 화가 나면 참지 않고 성질내는 작은 동물 느낌이다. 미주는 시원시원하게 말하는 스타일인데, 내가 미주처럼 살지 못하는 부분도 있어 연기하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했다."
연출을 맞은 이재훈 감독은 "촬영을 하다 보니 '오미주는 신세경이 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매일매일 현장에서 (신세경의 매력을) 주워담는 기분으로 촬영했다"고 덧붙였다.
영화 번역가라는 이색적인 직업을 가진 캐릭터다. 영어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영화 번역가는 처음 조명되는 직업군인 것 같다. 그래서 직업 환경에 대해 스리슬쩍 넘어가고 싶진 않았다. '좀 노력했네' 정도라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는 뭔가.
"개인적으로 기선겸(임시완)과 나누는 대화가 너무 좋다. 길고 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많다. 대화 속에서 감정들이 피어나고, 연민을 느끼는 과정이 좋았다. 이성 간의 감정에서 나아가 사람 대 사람으로서 위로하고 위로받는 마음이 좋았다."
상대역인 임시완 또한 "내가 톤을 잘 잡고 있는지 싶어서 앞부분을 모니터링했는데, 연기를 떠나 미주와 선겸의 압도하는 기운이 있었다"고 만족감을 전했다.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
"모든 스태프가 함께 출연하는 막내 강태오 배우 덕분에 많이 웃고 있다.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다."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방영 전에 편집실에서 시청자 입장에서 드라마를 보고 나왔는데 설레고 두근거렸다. 기분 좋게 같이 설레는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시청자들도 가벼운 마음으로 함께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한편 신세경은 지난해 8월 여자 배우 최초로 유튜브 구독자 수 100만 명을 달성하기도 했다. 신세경은 한 인터뷰에서 "체감하는 것보다 귀하고 소중한 일인 것 같다. 정말 많은 분에게 축하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유튜브로 일상을 공유하는 것에 대해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유튜브를 통해 그 꿈을 어느 정도 이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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