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전설의 홈런왕 행크 애런, 86세로 별세

2014년 4월 8일 행크 애런이 애틀랜타에서 열린 통산 715홈런 기록 4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해 웃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전설적인 ‘홈런왕’ 행크 애런이 86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명예의 전당 헌액자인 행크 애런이 별세했다”고 2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애런의 딸은 미국 애틀랜타에 살고있던 애런이 22일 오전에 눈을 감았다고 현지 언론에 전했다. 다만 구체적인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현역 시절 행크 애런. /AP 연합뉴스

애런은 베이브 루스의 통산 최다 홈런 기록을 넘어서는 등 역대 최고 타자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1934년 알라바마주 모빌에서 태어나 1954년 데뷔한 그는 1976년까지 23년 동안 현역 생활을 이어갔다.

특히 그는 1974년에 통산 715번째 홈런을 치며 ‘야구의 아이콘’ 베이브 루스의 최다 홈런 기록을 갈아치웠다. 20년이 넘는 현역 생활 동안 총 755개의 홈런을 치며 31년간 ‘통산 최다 홈런왕’ 자리를 지켰다. 2007년 배리 본즈가 통산 홈런 수를 추월하며 1위 자리를 내줬지만, 금지 약물을 복용했다가 적발된 본즈의 스캔들 때문에 아직까지도 애런을 진정한 홈런왕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애런은 각각 네 차례 홈런왕과 타점왕에 올랐고, 통산 타점(2297타점)과 총루타(6856루타) 부문에서도 역대 1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애런은 한 차례의 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고 골드글러브를 세 번 받았다.

역대 3위에 해당하는 3298경기에 출전한 그는 리그 올스타에만 25번 선정되는 등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1982년에는 97.8%의 득표율로 명예의 전당(HOF)에 헌액됐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23시즌 동안 755개의 홈런을 친 '홈런왕' 행크 에런(87)이 지난 5일(현지 시각) 조지아주 애틀랜타 모어하우스 의대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을 기다리고 있다. 그의 접종은 미국 내 흑인들에게 코로나 백신이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공개적으로 진행됐다. /AP 연합뉴스

인종 차별의 벽을 허문 최고의 선수로도 유명하다. 그가 데뷔한 1950년대까지만 해도 흑인 메이저리그 선수에 대한 반감이 컸다. 1974년 베이브 루스의 통산 홈런 기록을 경신하기 직전에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갖은 위협과 차별적인 협박 편지를 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경호원을 고용했고, 은퇴 후에도 사회 생활에 제약이 있었다.

은퇴 후에는 흑인 사회 운동에 집중해 많은 흑인들의 영웅이었다. 지난 5일에는 흑인들에게 코로나 백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공개적으로 백신을 접종하기도 했다.

22일(현지 시각) 미국 조지아주 컴벌랜드에 위치한 메이저리그(MLB) 애틀랜타 브래이브스 홈구장 선트러스트 파크 외곽에 있는 행크 애런 추모 공간에서 추모객이 헌화하고 있다. /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