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관리카드엔 없고 노면만 표시..오락가락 스쿨존 행정

정다움 기자 2021. 1. 2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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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보행자 중심 시설개선 '헛구호'.."대책 찾겠다" 해명
11일 오전 광주 광산구 신가동 선창초등학교 인근 교차로 노면에 어린이보호구역이 표시돼 있다. 지난 5일 해당 교차로에서 이륜차를 추격하던 광주 광산경찰서 소속 A경위가 순찰차를 몰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초등학교 5학년생을 들이받았다.2021.1.11/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광주=뉴스1) 정다움 기자 = 공무 중인 경찰 순찰차에 초등학생이 치이는 사고와 관련, 광주시가 사고 발생구간이 도로 위 노면표기와는 다르게 어린이보호구역이 아니라고 밝히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지정·해제 기록이 전무해 해당 구간에 대한 어린이보호구역 여부는 여전히 파악하지 못하는 데다 13년간 어린이보호구역이 아닌 곳이 어린이보호구역으로 방치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초록불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학생이 경찰차에 치인 사고의 발생 구간은 어린이보호구역이 아닌 것으로 추정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조사 16일만이다.

지난 2008년부터 해당 도로 인근에는 '어린이보호구역'을 알리는 노면표시가 있지만, 시는 어린이보호구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시와 광산구, 경찰청에서 관리하는 관할 내 어린이보호구역 관리카드에는 해당 교차로가 어린이보호구역으로 등재돼 있지 않아 어린이보호구역이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같은 공식 입장을 발표한 시 역시 본인들의 답변에 확신이 없다는 것이다.

이 구역이 왜 어린이보호구역이 아닌지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데다 관련 기록물도 전무해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뒤 해제된 것인지, 지정은 됐지만 관리카드에서 누락된 것인지, 애초에 지정되지 않은 곳에 노면 표기를 잘못한 것인지 알길이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보행자 중심의 도로를 만들겠다는 광주시의 오락가락 행정처리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광산구 신가동 거주민 오모씨(32)는 "도로 위에는 어린이보호구역이라고 써놨으면서 어린이보호구역이 아니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어린이보호구역에 대한 기록이 없다는 것도 이해가 안되는데, 기록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시가 그 지역이 어린이보호구역이 아니라고 독단 결정하는 건 더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6살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 이모씨(40·여)도 "주민들은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알고 살아왔는데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리스트에 없어서 어린이보호구역이 아니라는 게 황당하기만 하다"며 "이는 13년동안 시가 시민들을 속인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해 북구 두암동에서 3살 여자애가 숨지면서 어린이들이 안전한 도시 만들겠다고 하던데, 현황 파악도 제대로 못하면서 어떻게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해 시설 보강을 하겠다는 거냐"며 "말뿐인 정책말고 이번에는 행동으로 옮기는 정책을 보여달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광주시는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를 마련해 대책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인력이 부족해 어린이보호구역을 모두 다 관리할 수가 없는 구조"라며 "주민공청회를 열고 사고가 난 도로의 어린이보호구역 여부를 재논의할 계획이다. 개선을 해나가갔다"고 해명했다.

11일 오전 광주 광산구 신가동 선창초등학교 인근 교차로 노면에 어린이보호구역이 표시돼 있다. 지난 5일 해당 교차로에서 이륜차를 추격하던 광주 광산경찰서 소속 A경위가 순찰차를 몰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초등학교 5학년생을 들이받았다.2021.1.11/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앞서 지난 5일 광산구 신가동 선창초등학교 인근 교차로 횡단보도에서 광산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순찰차를 몰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학생을 들이받았다.

경찰관은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채 주행 중인 이륜차를 발견, 단속에 나서던 중 신호를 위반하며 사고를 냈다.

이 과정에서 사고가 난 도로의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어린이보호구역 여부에 따라 경찰관에게 적용되는 혐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고가 발생한 도로는 광산구 신가동 선창초등학교에서 170m가량 떨어진 횡단보도로, 횡단보도에 진입하기 30m 전 제한속도 50㎞와 '어린이보호구역'을 알리는 글씨가 노면에 표시돼 있다.

그러나 노면 표기와는 다르게 광주시와 광산구, 광주경찰청에서 관리하는 관할 내 어린이보호구역 리스트인 관리카드에는 해당 교차로가 어린이보호구역으로 등재돼 있지 않다.

경찰은 어린이보호구역일 경우 A경위에 대해 '민식이법'을 적용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단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 혐의로 입건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31일 기준 광주지역 어린이보호구역은 모두 588곳으로 공식 집계됐다. 자치구별로는 동구 53곳, 서구 103곳, 남구 75곳, 북구 170곳, 광산구 187곳이다.

ddaumi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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