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선고, 다시 볼 포인트 3가지

이하늬 기자 2021. 1. 23.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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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법정 구속됐다. 재판부는 1월 18일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총수 부재로 기업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부회장 구속 당일에만 삼성그룹 시가총액 28조원이 증발했다는 기사도 나왔다. 정말 그럴까. 제기되는 논란을 정리했다.

#1. 재판부는 이 부회장을 ‘엄벌’에 처했나

이 부회장의 범죄 혐의 가운데 법정형이 가장 높은 것은 횡령죄다. 50억원 이상 횡령에 대한 법정형은 5년 이상의 징역이다. 대법원은 이 부회장의 횡령액은 86억원으로 봤다. 그런데 재판부는 여기에 ‘작량감경’(형법 제53조)을 적용해 2년 6개월까지 형을 줄였다. ‘작량감경’을 통해 판사는 재량으로 형을 절반까지 줄일 수 있는데 이를 최대한으로 적용한 것이다. 앞서 특검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9년을 구형했다.

이 부회장 입장에서 보면 ‘차선’은 이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3년 이하 징역은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한데 실형이 선고됐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재판부 머리가 아팠을 것이다. 형량을 최대한 깎아주고도 집유를 선고하지 않은 건 집유를 선고해 버리면 결과적으로 2018년 선고와 달라지는 게 없어져 버린다”고 말했다. 당시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 집유 4년을 선고했다.

이 부회장의 형량은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 실장과 장충기 전 차장과 같다.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소장(전 금감원장)은 “대법원은 적극적인 청탁·뇌물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부회장은 그 사건의 총책임자이자 수혜자다. 그런 점에서 세 사람의 형량이 같다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실형을 선고했지만 최소 형량이라는 점에서 결국은 양형에 반영되지 않은 준법감시위원회에 대한 비판도 다시 나온다. 재판부가 ‘실효적 준법감시제도’를 제안했을 때부터 이는 논란의 대상이었다. 미국 연방양형지침서 8장은 기업이 효과적인 감시제도를 가지고 있을 때, 양형을 깎아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감시제도를 만들면 이 부회장을 봐주겠다는 거냐”는 비판이 일었고, 이 제도가 기업범죄 대상이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는 점도 지적됐다.

최한수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결과론적인 평가가 아니라 재판부가 언급한 ‘실효적 준법감시제도’라는 건 애초에 주어진 기간(1년) 내에 할 수 없는 일이었다”며 “재판부가 안일하게 생각했던 게 아닌가 싶다.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2. 기업가치는 떨어졌을까

이 부회장 구속 당일 삼성전자 주가는 3%대 하락하며 8만5000원 아래로 떨어졌다. 이 부회장 구속 당일 하루에만 삼성그룹의 시가총액이 28조원 증발했다는 기사도 쏟아졌다. 하지만 코스피와 다른 기업 주가를 보면 ‘급락’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날은 전체 코스피가 2.33% 떨어졌다. 시가총액 상위종목인 네이버(-1.80%), 카카오(-2.29%), SK텔레콤(-2.98%), LG(-3.77%) 등도 하락했다. 다음날 코스피 전체가 반등하자 삼성전자도 비슷하게 회복세를 보였다. 매수세도 유입됐다. 기업가치가 떨어지지 않을 거라고 본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금융투자사들도 삼성계열사 목표주가를 내리지 않았다. KB증권은 삼성물산 목표주가를 기존 14만5000원에서 16만5000원으로 올려잡았다. 투자의견은 ‘매수’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삼성전기 목표주가를 25만7000원으로 잡았다. 삼성전기 주식은 21일, 21만500원까지 올랐는데 이는 상장 이후 최고가다.


총수 구속이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경제개혁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재벌 총수에 대한 사법처리는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가’ 보고서에 따르면 총수가 실형을 받았을 때보다 집유로 풀려났을 때 오히려 주가가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실형 선고에 따른 평균 누적 비정상 수익률은 -0.6% 또는 -0.01%로 나타났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수치다. 집행유예 선고에 대한 평균 누적 비정상 수익률은 -1.4% 또는 -3.0%로 나타났다. 비정상 수익률은 예측 수익률과 실제 수익률의 차이를 말한다. 해당 보고서는 2000년부터 2018년까지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총수 11명과 이들이 지배하는 35개 기업, 319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분석했다.

이 부회장이 처음 구속된 2017년에도 주가는 올랐다. 이 기간 동안 삼성전자 주가는 26.5% 상승해 코스피 상승률(19.8%)을 웃돌았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세계적으로 반도체 사업이 호황이고 특히 전기차 모빌리티 시장에서 반도체가 많이 필요한데 그 중심에 삼성이 있다. 구속 중에 기업가치가 떨어질 일은 전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3. 오너리스크를 어떻게 봐야할까

그럼에도 삼성 측은 “투자와 같은 중대한 의사결정은 총수가 아닌 전문경영인이 대신하기 어렵다”며 총수 부재에 따른 우려를 드러냈다. 계열사별로 최고경영인(CEO)이 있지만 공장 하나에 30조~40조원이 투입되는 반도체 산업은 총수의 결재허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너리스크’를 강조하는 것이야말로 삼성그룹의 ‘리스크’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주근 대표는 “총수 구속으로 인해 조 단위 결재가 어렵고 대형 인수합병이 어렵다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리스크”라며 “한 사람이 빠졌다고 해서 기업이 필요한 일을 하지 못한다면 주주들이 이사회에 정상적인 작동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의 등기이사가 아니기 때문에 구속으로 인한 이사회 변동은 없다.

이 부회장은 2017년 구속 당시 이른바 ‘옥중경영’을 한 경험이 있다. 삼성그룹은 계열사별 최고경영자 중심으로 경영을 이어갔고, 이 부회장은 일부 현안에 관여했다. 미래전략실 해체와 경기도 평택 반도체 생산라인에 대한 30조원 투자 결정 등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인 올해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좋은 여건이다.

김기식 소장은 “이 부회장은 이미 1년을 수형해 8개월이 지나면 가석방 가능성이 생기고 최대 1년 6개월만 더 수형하면 된다. 삼성이 언론을 통해 오너리스크를 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하늬 기자 ha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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