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타고 방방곡곡 - 속초] 친절한, 심플한, 따뜻한 '그곳'

2021. 1. 23.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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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직 모르겠다.

속초가 왜 '가고 싶은 곳' 1등이 아니란 게.

청정 도시 속초답게 처음부터 기분 좋게 사람을 맞는다.

여기에 터미널 간판은 또 한 번 '심플의 속초'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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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이마을 / 사진=구본철

난 아직 모르겠다. 속초가 왜 '가고 싶은 곳' 1등이 아니란 게. 1등인 여수에 딴죽을 거는 건 아니다. 똑같이 바다를 끼고 숱한 먹거리, 넉넉한 인심. 하지만, 속초에는 '천혜의 병풍' 설악이 있지 않은가. 끝없는 수평선이 시원하기는 하지만, 눈을 적당하게 채우는 예쁜 섬들이 없기 때문일까.

화양강 / 사진=구본철

성남 분당터미널에서 속초터미널까지는 딱 2시간 30분이 걸린다. 아침 7시 20분에 출발, 9시 50분 도착. 중간 화양강랜드, 화양강휴게소에서 한 번 쉰다. 이 휴게소는 다른 휴게소와 별다를 건 없지만, 뒤로 흐르는 화양강이 백미다. 수많은 글에서 표현하는 ‘휘감아 도는’ ‘굽이굽이’ ‘산의 정기를 받아 도도히’ 이런 표현이 딱 맞는 형세다. 지금은 꽁꽁, 계절별로 눈 담아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속초터미널 체온 체크 / 사진=구본철

청정 도시 속초답게 처음부터 기분 좋게 사람을 맞는다. 버스 승객을 일일이 체온 체크하러 나온 아주머니 봉사자들. 노란 조끼가 경계가 아닌 봄을 연상케 한다. 여기에 터미널 간판은 또 한 번 '심플의 속초'를 느끼게 한다. 커다란 백지에 큼지막한 버스 한 대 그림, 거기에 아주 작은 고딕 ‘속초 시외버스터미널’.

새마을주택

이번 속초행의 주된 목적은 '새마을주택'을 보기 위함이다. 1968년 해일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을 위해 보상 차원으로 마련된 서민형 집이다. ‘새마을주택’ 이름은 역사와 의미를 담아 '68까치너울 새마을'로 재탄생 한다고 한다.

속초 1번 시내버스 / 사진=구본철

속초터미널에서 대포항행 1번 버스로 시내를 지나 20분쯤 가면 새마을이 나온다. 440가구가 옹기종기. 집과 집이 서로 벽, 등을 맞대고 산다. 딱 두 사람 지날 정도의 좁은 골목길. 주차장은 없다. 생활환경은 상대적으로 좋지 않지만 보금자리에서 꿈을 꾸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각자 나름의 길로 묵묵히 발걸음을 옮긴다.

은퇴 후 사람 냄새를 맡으며 ‘속초 살이’를 하며 속초 이곳저곳을 둘러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또 빈집을 고쳐 연인이나 부부, 사랑하는 사람들이 여행지에서 편지를 써서 각자 사는 곳으로 부치는 '사랑의 우체국'을 만드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늘 그렇듯 속초 겨울바다는 더 깊고 더 푸르다. 올해는 유독 할 얘기가 많은 듯하다.

속초해수욕장 / 사진=구본철

파도가 춤을 춘다 파도가 노래를 한다 파도가 웃는다 파도가 운다 파도가 일어선다

굽어보는 설악이 다 받는다

아바이마을 갯배 / 사진=구본철

순댓국으로 유명한 아바이마을은 예전보다 힘을 많이 잃었다. 갯배를 타고 건너오는 사람은 많지만 순댓국집 문만 열어보고 몇 테이블 차 있으면 돌아선다는 거다. 혼자 떡하니 한자리를 차지한 게 괜히 미안하다. 남자 사장님은 수원이 고향인데, 사모님과 결혼해 속초가 좋아 눌러 앉았다고 한다.

아바이마을 순댓국 / 사진=구본철

핸드폰 충전이나 할까 들른 집 사장님 고향은 수원 속초가 고향인 부인을 따라 아예 눌러 앉았다 한다

처음엔 열흘만 속초 열한 달은 수원으로 돌아갈 만큼 정붙이기 힘들었다고 지금은 거꾸로 속초가 열한 달 절대로 못 바꾼단다

넉넉해진 휴대폰 따뜻해진 속

돌아서는 길 '세상에서 가장 고마우신 손님이 나가십니다' 여닫이문 파란 글귀가 입가에 웃음을 걸어 준다

아바이마을 순댓국집 출입문 / 사진=구본철

역시 중앙시장은 속초의 사람 끌기 1번지다. 폭발적인 붐빔은 아니지만, 실내 들어가길 꺼리는 사람들이 트인 넓은 곳으로 모인 거다. 닭강정에 싱싱한 회, 갖은 수산물, 특산물을 사려는 팔도 사람들이 잠시나마 코로나 시름을 잊고 쇼핑 삼매경에 빠진다. 좀 새로운 모습은 00닭강정 대신 막걸리 빵을 사려고 긴 줄이 늘어선 거다. 아쉽지만 그 맛은 다음으로 기약할 수밖에.

속초는 백화점이다. 아웃렛이다. 바다와 청초·영랑호수, 산 설악, 먹거리와 인심, 친절함과 심플함까지 갖추었으니. 다음에는 또 어떤 친절함으로, 어떤 심플함으로, 어떤 매력으로 나의 발길을 이끌지 기대와 아쉬움을 남기고 길을 나선다. 영원한 나의 넘버원 속초, 잠시만 안녕.

청초호 / 사진=구본철

[ 구본철 전국부장 / koosfe@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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