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사회적기업' 꿈꾸는 탈북민 황태덕장

KBS 2021. 1. 23.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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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겨울 예년보다 눈도 많이 내리고 매서운 추위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런 한파가 반가운 곳이 있습니다.

네. 바로 황태 덕장인데요. 황태는 일교차가 커야 제맛이 난다는데 올겨울 풍년을 맞았다고 하네요. 최효은 리포터가 다녀왔죠?

네. 경기도 가평 산골에서 탈북민 김도정 씨가 운영하는 황태 덕장에 다녀왔는데요. 황태의 계절답게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더라고요.

그런데 이곳이 다른 황태 덕장과는 조금 다른 점이 있다고요?

네. ‘사회적기업’을 꿈꾸고 있는데요. 소외계층이나 지역주민들을 우선 채용해서 이익을 공유하는 황태 덕장입니다. 지금부터 함께 가보시죠.

[리포트]

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 있는 가평 화악산 자락..

매서운 칼바람이 부는 이곳에 황태 덕장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는 황태들..

황태 제철을 맞아 분주한 손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이게 다 뭐예요? (제대로 마르라고 서로 붙은 애들끼리 뜯어주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함경북도 경성이 고향인 김도정 씨는 2007년 한국에 온 탈북민인데요

도정씨는 고향의 맛이 그리워 황태를 말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지인들에게 황태를 선물로 나눠 주다가 점차 입소문을 타게 됐고, 2012년 아예 가평에 덕장을 열었습니다

[김도정/탈북민 : "여기 온도가 우리 고향에 있던 온도하고 밤낮 온도가 차이가 비슷하더라고요 그리고 중요한 건 깨끗하잖아요."]

도정 씨는 본격적인 대량 생산에 들어가면서 최고의 맛을 찾기 위해 4년 동안 끊임없이 연구했는데요.

그 결과 연간 40톤 정도의 명태를 건조시킬 정도로 규모가 커졌습니다.

하지만 덕장을 운영하기 전에는 탈북민이란 이유로 시련이 많았습니다.

[김도정/탈북민 : "그냥 먹고 살기 위해서 닥치는 대로 했어요. 농사도 짓고 장사도 해보고 식당 같은 데 가서 설거지도 해보고 하면서 안 해본 일이 없었던 것 같아요"]

김도정 씨는 새로운 환경에서 일을 구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그런데도 자신처럼 일을 구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직접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도정 씨는 덕장 운영을 시작하기 전부터 소외계층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어 도움을 주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요.

[김도정/탈북민 :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할 수 있는 일이어서 내가 자리를 잡아서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법인을) 만들게 됐어요."]

일을 할 수 있다는 즐거움 때문일까요?

혹독한 추위를 견뎌내야 하는 고된 일이지만, 직원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끊이질 않습니다.

[조경자/직원 : "올해는 너무 좋아요. 날씨가 계속 추웠잖아요. 춥고 이래서 명태에는 최적의 날씨라고 봐야 돼요. 올해는 상질의 제품 나올 거 같아요"]

[김경애/탈북민 직원 : "코로나 시기에 취직하기도 힘들고 해고 하는 데 얼마나 많아요. 회사가 받아주시고 이러니까 너무 감사하고 사장님한테 정말 감사하고 그래요."]

추위에서 고생한 직원들을 위해 도정 씨가 따뜻한 점심을 준비합니다.

순식간에 정성스러운 한 상이 차려졌는데요

["대표님 음식 솜씨 어때요? (칭찬할 만 해요.)"]

최근에 함께 일을 하게 된 신인숙 씨는 나이도 많고 몸이 불편해 취업이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신인숙/직원 : "나이가 60이 넘었는데 장애인이고 손이 불편하니까 생산량이 적은데도 불구하고 사장님이 이해해주시고 열심히 하면 된다고 말씀하셔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도정 씨 덕장은 지역 주민들을 우선 채용 하면서 지난해에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는데요.

하지만 여기까지 오는 길도 쉽지 않았습니다.

사업 규모를 더 키워 어엿한 사회적기업을 꾸리는 게 도정 씨의 꿈입니다.

[김도정/탈북민 : "사회적 기업이란 거를 모르고 시작했어요. 자금 문제라든가 이런 게 어려운데 다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처음에 시작해서 그런 게 너무 어려워서 가방 메고 다니면서 많이 주변에 문 두드려서 그런 걸 배우면서 지금은 적응이 됐어요."]

양질의 황태를 생산하기 위해 마지막 손질 단계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저도 위생복을 입고 작업에 뛰어들었는데요. 보기보다 쉽지가 않네요.

["이거 뼈예요? (아니에요, 이런 뼈. 하루 종일 가도 못 하겠네.)"]

오히려 짐이 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려는 찰나!

["아이고 우리 회장님 오셨어요."]

한창 바쁜 작업장을 찾아온 한 남자! 바로 김도정 씨의 남편 이근길 씹니다.

[이근길/남편 : "눈이 오고 그래서 위험해서 쫓아 왔어요."]

언제나 묵묵히 아내의 곁을 지키는 믿음직한 남편인데요.

작업장에서도 바늘과 실처럼 항상 꼭 붙어 다닌다고 합니다.

운영이 힘들어 황태 덕장을 포기하려고 할 때마다 남편 이근길씨는 아내 옆에서 큰 힘이 돼줬다는데요. 알콩달콩 지내는 이 부부. 그런데 결혼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손질이 끝난 황태를 차에 싣고 서울에 있는 포장 장소로 이동을 합니다.

[김도정/탈북민 : "우리 소개팅으로 만났어요. 어떻게 보면 내가 원하는 걸 잘 아는 사람이었던 거 같아요."]

그런데 근길 씨는 결혼 생각이 없는지 아무런 말도 없었다는데요.

[이근길/남편 : "지금 같이 있는데 왜 부담을 줘야 하나 그냥 같이 있으면 그걸로 만족했어요."]

답답한 마음에 도정 씨가 먼저 청혼했고 2008년 두 사람은 평생을 함께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슬하에 3명의 자녀를 두고 단란한 가정을 꾸렸는데요.

홀로 탈북한 도정 씨는 남편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부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새 작업장에 도착했는데요.

설 명절을 앞두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도정 씨는 지금이 행복하기만 합니다

[김도정/탈북민 : "정말로 취업이 내 삶과 연결이 돼서 필요한 분이 있다면 누구든 환영이고, 그분들이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더 많이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소외계층도 마음껏 일할 수 있는 기업형 덕장을 운영하고 싶다는 김도정 씨!

작지만 큰 꿈을 실천해 나가는 도정 씨를 응원합니다.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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