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분수와 공원.. '러시안 바로크'의 진수 [박윤정의 쁘리벳! 러시아]

최현태 2021. 1. 2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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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상트페테르부르크
핀란드만 해변가에 위치한
피터 대제의 여름궁전
베르사이유 궁전보다 더 화려
햇빛에 빛나는 황금 동상들
마치 황금 물줄기 쏟아내는듯
황후 예카테리리나 궁전
무도실·'호박의 방' 압권
도심엔 로스트랄디 등대 우뚝
유럽·아시아 문화 융합 느껴져
17세기 서양 바로크 시대를 넘어 18세기 초 꽃피운 러시안 바로크를 즐기며 여름궁전에서 그리스 로마 시대의 신들과 영웅들을 묘사한 화려한 분수들 바라본다.
혹여 늦을까 가쁜 호흡으로 텅 빈 네바 강변도로를 따라 걸어간다.
새벽 4시 55분! 도개교인 드보르초비 다리가 막 닫힌다. 이제 도시는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 산책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또 다른 매력을 찾을 수 있는 경험이다.
평소에는 일찍 일어나는 것이 부담일 테지만 다행히 시차 덕분에 이른 하루를 시작한다.
 
이 시간, 넵스키 대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펼쳐진다. 조용하고 느긋한 분위기로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잠들지 않은 도시 취객마저 사라지고 드문드문 느긋하게 걷는 사람들이 보인다. 어슴푸레 붉은빛이 걷히고 동시에 거리 모든 조명이 꺼지는 이 순간! 상트페테르부르크 신선한 공기가 코끝을 스친다. 어둠마저 잠이 들고 건물들이 낮으로 옷을 갈아입는 시간, 낮이 밤을 밀어내는 바로 그 찰나가 이토록 매력적일 수 있다니. 도시의 민낯을 바라보며 속살을 살짝 훔쳐본 기분이다.
아침 식사를 서둘러 간단히 하고 페테르고프로 이동한다. 쾌속정은 핀란드만을 가로질러 표트르 대제의 여름궁전(페테르고프 팰리스)으로 향한다. 궁전까지 차량으로 이동할 수도 있지만 네바 강 물길을 가로지르기로 했다. 먼저 여름궁전 하이라이트인 화려한 분수를 찾는다. 사람들이 붐비는 곳을 따라가 보니 황금 동상들 사이로 물길이 뿜어 나온다. 그리스 로마 시대의 신들과 영웅들을 묘사한 분수대는 화려하기 그지없다. 황금 동상들은 햇빛과 물방울에 반사되어 마치 황금 물줄기를 쏟아내는 듯하다. 관광객들은 베르사유 궁전보다 더 화려한 대분수에 탄성을 지르며 바라본다. 전기도 없는 1700년대 초반, 어떻게 이런 분수가 만들어졌는지 신비롭다. 17세기 서양 바로크 시대를 넘어 18세기 초 꽃피운 러시안 바로크를 즐기며 여름궁전에서 시간을 보낸다. 신화 속 인물들이 마치 분수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듯한 동상들을 따라 산책을 즐기고 발트해의 전망을 품고 다시 쾌속정에 오른다.
핀란드 만 풍경.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오니 늦은 점심이다. 허기를 피아노 선율에 흘려 보내며 식사를 즐긴다. 아름다운 연주와 하얀 테이블 위에 정성스레 차려진 식사는 마치 여름궁전에서나 누렸을 법한 호사이다. 관광객에게 떠밀려 종일 걷느라 쌓인 피곤함은 어느덧 사라지고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동남쪽으로 25km 떨어진 교외 지역 푸시킨 시로 이동한다. 표트르 대제 여름궁전을 둘러봤으니 그가 황후 예카테리나 1세에게 선물한 여름별궁(예카테리나 궁전)을 관람할 예정이다. 예카테리나 궁전은 18세기 러시아 건축 예술로 표트르 대제의 황후, 제2대 러시아 황제인 예카테리나 1세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표트르 대제 딸, 옐리자베타 여왕 시절 새로 지어졌고 2차 세계대전 파괴된 후 복원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큰 규모도 놀랍지만 웅장하고 화려함은 예상을 넘어선다. 원래 표트르 대제 때 프로이센과의 동맹으로 받은 선물이었으나, 2차 세계대전 때 사라지고 2003년 러시아의 기술로 복원된 호박의 방은 무려 7t의 호박 보석이 치장되어 시선을 이끈다. 예카테리나 2세의 화려한 무도실과 호박방의 노란 빛깔만큼 인상을 남긴 청색의 왕실 부속 예배당을 지나 예카테리나 공원에서 프랑스식 정원을 둘러본다.
러시아어인줄 알았던 뱃머리 등대는 순수 러시아어가 아닌 라틴어라 한다. 이렇듯 서로 다른 문화가 융합되어 이루어낸 수많은 건축과 예술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즐긴다.
얼핏 유럽인 듯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유럽과 아시아 문화가 조화를 이룬 상트페테르부르크만의 독특한 매력에 젖어든다. 18세기부터 본격적인 서구화를 시작했지만 러시아에 흐르는 동로마와 몽골의 영향은 반짝거리는 금장식으로 존재를 드러내고 알록달록 무늬와 그림으로 가치를 더한다. 다시 버스에 올라 도심으로 돌아오니 로스트랄 등대가 저 멀리 보인다. 러시아어인 줄 알았던 뱃머리 등대는 순수 러시아어가 아닌 라틴어라 한다. 이렇듯 서로 다른 문화가 융합되어 이루어낸 수많은 건축과 예술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즐긴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 네바강 건너편에 있는 표트르파벨 요새를 향해 팔을 뻗고 있는 표트르 대제 청동기마상을 보니 그의 흔적을 따라 보낸 하루가 떠오른다. 근대 러시아를 만든 위대한 황제 표트르 대제 1세! 1782년 예카테리나 여제가 헌정한 작품으로 그의 위엄을 느끼며 하루를 마감한다.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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