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도쿄올림픽 D-6개월..인류가 전염병 이긴 증거될까?

황현택 2021. 1. 23.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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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이 점차 '좀비'가 돼가는 느낌이네요."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이 오늘(23일)로 6개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대회 준비에 간여하고 있는 일본 정부 관계자 A 씨에게 전화했습니다. "요즘 분위기가 뒤숭숭하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대뜸 전염병에 감염된 '좀비'란 단어를 꺼냈습니다.

외신 등이 연일 '도쿄올림픽 취소 가능성'을 보도하고, 일본 정부가 이를 딱 잘라 부정하는 상황을 빗댄 겁니다. 분명 죽은 줄 알았는데 멀쩡히 되살아나는 좀비처럼 도쿄올림픽이 '죽기 살기'를 반복한다는 뜻이었습니다. 불확실성이 길어지면서 동요는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해 4월, 일본 후쿠시마현 J빌리지에서 일반 공개된 2020도쿄올림픽 성화를 한 시민이 지켜보고 있다. [교도통신]

"취소 결정, 2032년 연기설"

도쿄올림픽 취소설은 D-6개월을 하루 앞둔 22일에도 있었습니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익명의 일본 집권당 연합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 정부가 내부적으로 도쿄올림픽 취소를 결론냈다"면서 "대신 2032년에 개최하는 방안에 집중하고 있다"고 보도한 겁니다. 올해 도쿄올림픽은 연기하고, 대신 2024년 프랑스 파리, 2028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대회가 끝난 뒤 다시 추진한다는 내용입니다.

일본 정부는 발끈했습니다. 사카이 마나부(坂井學) 일본 관방부(副)장관은 "그런 사실은 없다는 것을 제대로 확인하고 싶다"고 했고,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 올림픽담당상은 "그런 보도는 모른다. 정부는 전력으로 올림픽 개최에 노력해 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재무상 겸 부총리는 "누구 발언인지 알 수 없으며, 일일이 논평하지 않겠다"며 불쾌감을 보였습니다.

고노 다로 일본 행정개혁담당상이 18일 트위터에 ‘올림픽 취소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보도를 부인하며 “언론의 긍지가 의심된다”는 글을 올렸다.

고노 "언론 긍지 의심돼"

불과 며칠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개혁 담당상은 14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올림픽은 둘(개최와 취소) 중 어느 쪽으로도 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를 두고 '일본 각료가 처음으로 올림픽 취소 가능성을 공개 언급해 파문이 일고 있다'는 내·외신 보도가 쏟아졌습니다.

고노 개혁상은 급히 발언을 주워담았습니다. 18일 자신의 트위터에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일들과 그 대응책을 생각해두는 건 당연한 게 아니냐. 그걸 일부만 잘라 왜곡해 흘리면 언론의 긍지가 의심된다"고 썼습니다. 글을 올린 날, 고노 개혁상은 코로나19 백신 보급·접종을 책임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접종 담당상'으로 임명됐습니다.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조직위원회가 선정한 대회 공식 아트 포스터가 전시돼 있다. 사진은 공식 포스터로 선정된 화가 가나자와 쇼코(金澤翔子)의 서체작품 ‘쇼’(翔) [교도통신]

도쿄올림픽 경우의 수

시중에 도는 도쿄올림픽 관련 경우의 수는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 정상 개최 ▲ 무관중 개최 ▲ 취소 ▲ 2024년 이후로 도쿄, 파리, LA 대회 순차 연기 ▲ 2032년 도쿄올림픽 재개최 등 얼핏 잡아도 너, 댓가지입니다. 이 가운데 일본 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정상 개최', 언론과 여론은 '재연기·취소' 쪽에 무게를 둡니다.

물론 변수는 코로나19입니다. 앞으로 도쿄올림픽이 어떤 운명을 맞을지, 누구도 내다보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만, 일본 안에선 최근 '무관중 개최' 전망이 부쩍 늘고 있는데, 이건 예사롭지 않습니다. 오자키 하루오(尾崎治夫) 도쿄도 의사회 회장은 22일 아사히(朝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도쿄올림픽에 대해 "무관중으로 개최할 수 있을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공개 주장했습니다.

때맞춰 일본 스포츠 경제학의 대가로 불리는 미야모토 가즈히로(宮本勝浩) 간사이(関西)대학 명예교수 역시 22일 도쿄올림픽이 무관중으로 열릴 경우 2조 4133억 엔(한화 25조 7000억 원)의 경제 손실이 예상된다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이 교수가 지난해 3월 19일 냈던 보고서의 업그레이드 버전입니다. 당시 도쿄올림픽 중지에 따른 경제 손실은 4조5151억 엔(한화 48조9000억 원)으로 추산됐습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 7일 일본 총리관저에서 도쿄, 수도권 지역에 긴급사태를 재선언하고 있다. [일본 총리관저]

'무관중 개최' 유력?

일본 정부 관계자 A 씨도 현 시점에서 유력한 시나리오로 '무관중 개최'를 꼽았습니다. 도쿄도와 대회 조직위는 현재 관객 수와 관련해 ‘제한 없음’, ‘50%’, ‘무관객’ 등 3개 안을 상정해 검토 중입니다. '관중 50%'를 백신 접종자로만 채우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다만, 일반인 대상 백신 접종이 5월부터 시작된다는 면에서 이는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시간이 촉박합니다. 결국 최악인 '취소' 사태를 피하기 위한 차선책은 '무관중 개최'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말이 최근 미묘하게 변한 것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습니다. 그는 지난 7일 도쿄(東京)와 수도권에 긴급사태를 선언하면서 "백신 접종에 제대로 대응해 나감으로써 (10명 중 8명이 올림픽 개최에 반대하는) 국민 분위기도 바뀌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랬던 스가 총리는 21일 국회에 나와선 "백신을 전제로 하지 않고서도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대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 나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올림픽 개최에 맞춰 백신 접종을 완료할 수 없다는 점을 사실상 시인한 셈입니다.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을 1년 정도 연기하기로 결정한 사실이 지난해 3월 25일 일본 도쿄도(東京都)에서 판매된 주요 일간지 1면에 실려 있다.

정권 유지·부양 위한 올림픽

A 씨가 제시한 또 하나의 근거는 '정치'입니다. 그는 일본에서 도쿄올림픽 성사 여부는 이미 오래 전, '정치 문제'가 돼버렸다고 했습니다. 전례도 있습니다. 도쿄올림픽 1년 연기가 결정된 지난해 3월 중순 즈음에도 그랬습니다. 당시 일본 정부와 IOC는 '정상 개최'와 '취소' 논란이 팽팽할 때, 결국 중간 지점인 '1년 연기'를 택했습니다.

스가 내각 지지율은 출범 넉달여 만에 33%(1월 16일, 마이니치신문)까지 추락했습니다. 코로나19 대응 실패가 가장 큰 원인인데, 그 배경엔 정권 유지·부양에 올림픽을 이용하려 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많습니다. "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을 인류가 코로나19를 이겨낸 증거로서, 안심 ·안전한 형태로 실현시키겠다"는 말을 누차 강조해 온 스가 총리 입장에선 '무관중 개최'가 마지막 퇴로로 보입니다.

말 많고 탈 많은 도쿄올림픽이지만, 결론은 머지 않아 나올 것 같습니다. 모리 요시로(森喜朗)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장은 22일 "올림픽 개최는 (성화 봉송 시작일인) 3월 25일 이전에 결정된다. 성화 봉송 여부로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끝으로 여담입니다.

도쿄올림픽 준비로 한창 바쁠 시기, A 씨는 자택 요양 중이었습니다. 가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밀접접촉자로 분류됐다고 합니다. 확진 판정을 받은 가족도 병원이 아닌 집에 함께 있다고 했습니다. 병상 부족이 심각한 일본에서 자택 요양 중인 코로나19 확진자는 3만 명(*1월 12일 기준 3만208명)이 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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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bs.co.kr/special/coronaSpecialMain.html

황현택 기자 (news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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