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태겸 감독 "힘들 때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떠올렸으면"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힘든 상황이 닥쳤을 때 저희 영화 제목이 읊조려졌으면 좋겠어요."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를 연출한 이태겸 감독은 "누구나 살다 보면 힘들 때가 있지 않나. 그때 나는 나 자신을 해고하지 않는다는 영화 제목을 떠올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 감독은 개봉을 앞두고 "밤새 열심히 일한 다음 아침을 맞는 기분이다. 날씨가 어떨지 몰라서 두렵기도 하다"고 웃었다.
"우연히 본 기사로 영감 얻어…제목에 긍정성 회복 담아"
정은은 어느 날 갑자기 권고사직을 마주하게 된다. 이를 거부하던 중 하청업체로 1년 동안 파견을 가면 다시 원청으로 복귀시켜주겠다는 제안을 받은 정은은 결국 파견을 결정하지만, 이제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일에 직면하게 된다.
이 감독은 우연히 보게 된 기사에서 영감을 받아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 그는 영화 제작이 무산돼 우울증을 겪고 있을 때 '사무직 중년 여성이 지방 현장직으로 부당 파견됐는데 그곳에서 결국 버텨냈다'는 기사를 보게 됐다.
그는 "힘든 시기였는데, 기사를 보고 감정이입이 됐다"며 "작품 완성은 언감생심이었고 글이라도 먼저 써보자 펜을 잡았다"고 돌아봤다.
"초고를 쓰고 가만히 제목을 생각해봤죠. 스스로에게 물었고 가장 밑바닥에서 내 긍정성을 회복하려고 했던 게 아닐까, 어떤 힘든 순간이 와도 나를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죠. 내 목줄을 타인이 쥐고 있다고 해도 나는 나를 긍정하는 것을 멈추지 않겠다, 그렇게 제목이 나왔어요."
차가운 질감의 송전탑, 극 중 '정은'의 현실 상징
"묵직함과 차가운 질감 그리고 밑에서 위를 볼 때의 아찔함 이런 부분들이 정은과 우리 자신의 상황을 상징한다고 생각했어요. 쉽게 극복하기 힘든 구조물이잖아요. 옆에서 보면 불규칙한 거미줄 같기도 해요. 여기를 누군가는 올라가는데, 송전탑을 오르는 게 우리 삶과 닮았고 극복할 현재라고 생각했죠."
"유다인·오정세, 열정 컸다…함께 논의하며 자양분 돼"
이 감독은 "정은은 드러내지 않지만 내면에 많은 갈등이 있고 잠재된 연기가 필요했는데, 유다인 배우가 훌륭하게 소화했다"며 "오정세 배우가 맡은 '막내' 역은 착함이 있지만 이를 표현할 시간조차 없이 세 딸을 위해 바쁘게 살아간다. 하지만 타인의 큰 어려움을 외면하지는 않는 그 묘한 연기를 잘 표현했다"고 칭찬했다.
특히 극 중 유다인과 오정세가 자신들이 처한 현실에서 해고와 죽음을 논하는 장면은 두 배우와 고민 끝에 완성했다.
"분기점이 되는 중요한 장면인데, 그 대사를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어요. 두 배우와 어떻게 풀어나갈지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과정 자체가 굉장한 자양분이 됐어요. 두 배우에게 고맙죠."
송전탑 촬영은 교육장에서 안전하게 이뤄졌지만, 혹시나 모를 위험에는 주의했다. 이 감독은 "한 가지 확실한 건 배우들의 열정이 컸다"며 "10㎏ 정도 되는 무거운 장비를 지니고 촬영해야 했는데, 마다하지 않고 하는 모습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송전탑 노동자를 주인공으로 다루는 만큼 실사의 결을 유지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그는 "약자의 현실을 최대한 왜곡 없이 전달하자는 게 첫 번째였다"며 "사회적 메시지를 강하게 생각하지는 않았고 그것을 잘 표현하는 것이 영화적으로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약자로서 현재 처한 상황이 특별한 게 아니라 보편적인 상황으로 왜곡되지 않게 또 최대한 사실감 있게 관객들에게 잘 전달하는 게 목표였어요. 그 현실이 바닥에 닿는 순간 우리는 어떤 자세를 취할 것인가, 소극적인 것 같지만 (버텨내는 게) 최대의 긍정적인 자세라고 생각했죠."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오는 28일 개봉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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