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백신' 산 넘어 산..올해 안에 가능할까?

오승목,김민경 2021. 1. 23.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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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제 다음 달이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는데, 이 백신은 모두 해외에서 개발한 백신들입니다.

정부는 우리 기업을 최대한 지원해 '올해 안'에 백신을 개발하고 내년엔 '국산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럼 국산 백신 개발은 지금 어디까지 와 있을까요?

코로나과학팀 오승목, 김민경 기자가 차례로 짚어드리겠습니다.

[리포트]

[문재인 대통령/지난 20일, SK바이오사이언스 : "예정대로라면 내년에는 우리 백신으로 접종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내 제약사들이 임상시험 중인 백신 후보는 지금까지 모두 7종륩니다.

미국 노바백스처럼 '단백질 재조합' 방식이 3건,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벨기에 얀센과 같은 '바이러스 전달체'는 1건, 그 밖에 'DNA' 방식이 3건입니다.

화이자나 모더나처럼 'mRNA' 방식을 쓴 국내 제약사는 없습니다.

현재 임상 단계는 모두 1상이나 2상에 머물러 있습니다.

해외 제약사들이 지난해 11월 3상을 마친 것과 비교해 격차는 상당히 벌어져 있습니다.

이른바 'K 백신'을 올해 안에 개발해 내년에 접종하겠다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목푭니다.

[정병선/과기부 1차관/지난 19일, 2021년도 업무 계획 : "우리 기술로 개발 중인 백신에 대해 전임상, 해외 임상 등 맞춤형 지원으로 올해 중으로 개발을 완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중요한 건 임상시험입니다.

모두 3단계를 거치는데, 1상 임상시험에서 소규모 자원자를 대상으로 부작용 여부 등 안전성을 확인하면, 2상에선 자원자를 더 늘려 항체 생성 여부까지 확인합니다.

문제는 3상, 3만 명 정도의 지원자에게 각각 후보 물질과 가짜 약을 주사한 뒤 실제 일상생활에서 감염에 대한 방어력이 생겼는지 추적해야 합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확진자가 적은 우리나라에선 후보 물질 덕분에 감염이 안 되는 건지, 확진자 접촉 없어서 그런 건지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성백린/정부 백신실용화기술개발사업단장 : "너무 환자 수가 적으면 통계적인 유의성이 있는 데이터를 구축하는 것은 매우 매우 어렵습니다."]

'K-방역'의 성공으로 오히려 'K-백신' 개발은 어려워진 역설적 상황이 생긴 겁니다.

결국 확진자가 많이 나온 해외 지역을 찾아 3상 임상시험을 해야 하는데, 비용은 수천억 원 규모로 예상됩니다.

여기다 앞으로 외국산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늘면, 임상 자원자 구하기는 더 어려워지겠죠.

이 때문에 외국 백신 확보에 집중하는 게 현실적이란 의견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국내 백신 개발 노력을 멈춰선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그 이유를 김민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1990년 9월 21일/KBS 9시 뉴스 : "유행성 출혈열의 예방 백신이 우리 연구진에 의해서 세계 최초로 개발됐습니다."]

1976년 유행성출혈열을 일으키는 '한탄바이러스'를 처음 찾아내 백신 개발에 성공한 이호왕 박사.

그가 강조했던 건 기술의 구축이었습니다.

[이호왕/고려대 의대 교수/1990년 9월 21일 : "앞으로도 더 약진할 수 있는, 그런 기반을 구축한 데 큰 의의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국내 백신 개발이 계속돼야 하는 것도 경험과 기술을 쌓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성백린/백신실용화기술개발사업단장 : "(백신 개발은) 장기적인 투자로 인해서 기술 축적이 필요한 분야이고요. 그동안 우리나라는 그러한 투자를 하고 기술 축적을 할 만한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불과 1년 만에 개발된 해외 코로나19 백신들도 사실은 축적된 연구의 성과물입니다.

화이자 백신은 바이오엔테크가 2008년부터 암 치료를 위해 mRNA기술에 매달려 왔기 때문에 빠른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정희진/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 "화이자나 모더나 같은 백신들은 그런 장기간의 투자, 아주 밑 빠진 독에 물 붓는다고 할 정도의 어떤 인내심을 가진 투자가 만들어 낸 그런 산물이기 때문에..."]

특히 코로나19 장기화와 반복 유행 가능성도 국산 백신 개발을 멈출 수 없는 이윱니다.

지속적인 추가 접종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희진/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 "그런 상황에서는 우리가 백신 자체 수급의 인프라가 없이는 금년에 우리가 겪었던 이런 전쟁을 계속 앞으로 해야되는 그런 상황이 사실은 굉장히 어떻게 보면 상식적이지 않죠."]

코로나19 이후에도 또다른 전염병이 발생할 수 있는만큼 국내 백신 개발 역량을 꾸준히 키워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합니다.

KBS 뉴스 김민경입니다.

촬영기자:박진경/영상편집:박주연 박경상/그래픽:이근희 한종헌

김민경 기자 (mkdrea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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