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리포트] DB가 드라마를 완성한 이유, 너무 빠른 마지막 타임 아웃?

손동환 2021. 1. 2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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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가 드라마를 완성했다. 그 이면에는 너무 빠른 마지막 타임 아웃이 한몫했다.

원주 DB는 지난 22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고양 오리온을 로 꺾었다. 오리온전 4연패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또, 10개 구단 중 마지막으로 10승 고지(10승 22패)를 밟았다.

DB는 경기 종료 30.9초 전 허웅(185cm, G)의 3점포로 90-88, 역전했다. 하지만 마지막 수비에서 한호빈(180cm, G)의 드리블 점퍼에 당했다. 남은 시간은 9.5초, 90-90이었다.

그 후 시작된 DB의 공격. 윤호영(196cm, F)이 볼을 쥐었다. 허일영(195cm, F)을 상대로 돌파 시도. 그러나 윤호영이 가진 볼이 허일영을 맞고 나갔다. 남은 시간은 1초였고, DB는 베이스 라인에서 공격을 시작해야 했다.

두경민(183cm, G)이 볼을 쥐었다. 두경민 앞에 이대성(190cm, G)이 섰다. 그러나 두경민을 정면으로 보지 않았다. 두경민이 오른쪽으로 패스하도록 유도했다. DB 선수들이 두경민의 오른쪽에 거의 있었고, 오리온 선수들은 DB 선수들의 위치에 맞게 달라붙었기 때문.

두경민이 패스하려고 하는 경로에 가장 가까이 있던 이는 김강선(190cm, G)이었다. 하지만 김강선은 허웅만 쳐다봤다. 자신의 등을 두경민에게 노출했다.

심판이 플레이를 지시했다. 선수들이 움직였고, 허웅도 3점 라인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김강선은 허웅의 움직임에 맞춰 림 앞쪽으로 나갔다.

골밑에서 득점할 공간이 생겼다. 그런데 김강선은 계속 허웅만 쳐다봤다. 김강선의 등이 노춝됐고, 두경민은 빠르게 패스했다. 그 후 베이스 라인 밖에서 달려왔고, 볼을 잡은 후 골밑 득점을 성공했다. 동시에, 종료 부저가 울렸다.

심판진은 비디오를 봤다. 비디오 판독 후 득점 인정. 선수들은 그제서야 기쁨을 누렸다. 영웅이 된 두경민은 선수들의 표적(?)이 됐고, 선수들에게 안기느라 정신 없었다.

경기는 그렇게 끝이 났다. 하지만 이 장면은 벤치의 지시로 이뤄진 게 아니다. 이상범 DB 감독이 경기 종료 3분 38초 전 마지막 타임 아웃을 썼기 때문이다.

너무 빠른 마지막 타임 아웃이었다. DB와 오리온의 경기가 접전인 걸 감안하면, 더욱 그랬다. 그러나 이유는 있었다. 78-75로 앞서다가 78-82로 밀렸기 때문. 선수들이 확 무너질 수도 있었다. 그 때 무너지면, 치고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상범 DB 감독은 경기 종료 후 “(마지막 타임 아웃 요청 시기는) 어쩔 수 없었다. 사실 오늘은 타임을 일찍 불렀다. 분위기를 넘겨주기 전에 끊으려고 했다. 마지막 타임 아웃 역시 그 때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마지막 타임 아웃 요청 이유를 설명했다.

본인 또한 “그런 경기에서는 마지막 타임 아웃을 남겨놔야 한다. 오늘 같은 경기 역시 마지막 장면 때 타임 아웃이 있을 수도 있었다”며 이런 상황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감독은 어쨌든 선택을 해야 하는 자리다. 물론, 성공하면 괜찮다. 혹은 실패하더라도, 감독이 책임지면 된다. (마지막 타임 아웃 상황은) 그 때 선택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선택’의 중요성을 말했다.

경기를 해결한 두경민은 “연장전을 도저히 못 뛸 것 같았다. 연장전을 뛰기 싫었고, 어떻게든 결정을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유가 있다. 허리 통증에 장염으로 경기에 오래 뛸 수 있는 몸이 아니었기 때문.

하지만 “타임 아웃은 감독님의 몫이다. 감독님께서는 늘 모든 분들 앞에 ‘내 책임이다. 내가 부족했다’고 말씀하시는 분이다. 선수들이 부족해서 져도 그런 말씀을 하신다. 선수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신다. 그런 건 감독님의 힘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선수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이상범 감독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선수들의 부담감도 컸을 것이다. 선수들 스스로 마지막을 해결해야 했기 때문. 김종규(206cm, C)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약속된 패턴을 부르는 것이었다. 그런데 패턴을 불렀다고 해도, 확률이 낮았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선수로서 마지막에 할 수 있는 일부터 설명했다.

그러나 “동점 상황 속에 공격권을 가졌다. 공격이 안 되더라도, 연장전을 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수비가 더 부담스러웠을 거다. 그리고 (두)경민이가 그 상황을 너무 잘 결정해줬다. 상대 팀이었으면 허탈했을 것”이라며 밑질 것 없는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실패하더라도, 긍정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너무 빠르다고 생각했던 마지막 타임 아웃은 선수의 창의력을 이끌어냈다. 선수의 창의력은 극적인 엔딩을 연출했다. 선수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심어줬다. 때로는 빠른 결단이 승부와 팀 분위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걸 보여줬다.

[양 팀 주요 기록 비교] (DB가 앞)
- 2점슛 성공률 : 58%(29/50)-약 55%(27/49)
- 3점슛 성공률 : 약 42%(10/24)-약 38%(9/24)
- 자유투 성공률 : 약 57%(4/7)-75%(9/12)
- 리바운드 : 38(공격 12)-33(공격 11)
- 어시스트 : 25-19
- 턴오버 : 10-6
- 스틸 : 5-6
- 블록슛 : 3-5

[양 팀 주요 선수 기록]
1. 원주 DB

- 얀테 메이튼 : 22분 12초, 26점 10리바운드(공격 7) 3어시스트 1블록슛
- 저스틴 녹스 : 17분 48초, 23점 7리바운드(공격 1) 1어시스트
- 허웅 : 30분 4초, 15점(3점 : 3/5) 4어시스트 3리바운드 2스틸
- 나카무라 타이치 : 26분 13초, 13점(3점 : 3/5) 5리바운드 5어시스트
2. 고양 오리온
- 디드릭 로슨 : 21분 48초, 21점 8리바운드(공격 3) 4스틸 4블록슛 1어시스트
- 이대성 : 37분 40초, 19점(3점 : 3/5) 10어시스트 9리바운드(공격 4) 2스틸
- 한호빈 : 28분 33초, 18점(3점 : 4/6) 6어시스트 4리바운드
- 이승현 : 30분 58초, 15점 2리바운드(공격 1) 1어시스트 1블록슛

사진 제공 = KBL
바스켓코리아 / 손동환 기자 sdh25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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