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수 없는 압도적 세계 1위 'K-조선'

이한듬·권가림 기자 2021. 1. 23.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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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K조선, 독자 기술로 세계 1위 달린다] 中·日 제치고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 휩쓸어

[편집자주][편집자주]글로벌시장에서 ‘K-조선’의 위상이 커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유례없는 경기침체 속에서도 최고의 실력으로 중무장한 한국 조선사가 잇따라 대규모 수주 랠리를 이어가며 부활의 뱃고동을 울리고 있다. 한때 한국과 경쟁하던 중국과 일본은 더 이상 적수가 아니다. 잇단 건조 지연·좌초 사고 등으로 기술력과 품질 논란을 자초하며 국제무대에서의 경쟁력을 스스로 잃어가고 있다. 지난해 3년 연속 세계 수주 1위에 이어 신축년 또다시 왕좌 수성에 나선 한국 조선의 발걸음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링타임 공법으로 블록을 탑재하는 모습. / 사진=대우조선해양



한국 조선, 새해 벽두부터 수주 랠리.. '4년 연속 1위' 간다



신축년 새해 한국 조선업계에 힘찬 뱃고동이 울려 퍼진다. 주요 조선사가 연초부터 대규모 건조계약을 따내며 올 수주에 청신호를 밝히고 있어서다. 특히 올해엔 카타르 등에서 대형 프로젝트 신규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조선 기술에 강점을 지닌 한국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기대가 커진다.

◆막판 뒷심으로 수주 1위 쾌거

지난해 글로벌 조선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인해 심각한 수주가뭄을 겪었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연간 글로벌 누계 발주량은 1924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2019년(2910만CGT)보다 34%나 줄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각국의 국경이 봉쇄돼 물동량과 인적교류가 줄어들며 국제유가가 급락해 산유국 경기 나빠졌고 이로 인해 글로벌 선사의 선박 신규 발주와 발주 예정 프로젝트가 지연된 탓이다. 전반적으로 일감이 감소하며 한국 조선사도 연간 수주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100억달러를 수주해 연간 목표액(110억달러)의 91%에 머물렀다. 84억달러를 목표로 했던 삼성중공업은 55억달러로 65%에 그쳤고 대우조선해양의 수주 규모는 53억7000만달러로 목표치(71억1000만달러)의 74.5%만을 채웠다.

하지만 국가별 수주실적을 보면 한국 조선사의 활약이 눈에 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달 초 발표한 2020년 국가별 선박 수주실적에 따르면 한국은 2020년 한해 전세계 발주물량 가운데 42.5%인 819만CGT를 수주하며 3년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중국이 793만CGT(41.2%)로 2위에 올랐고 3위 일본의 수주물량은 137만CGT에 머물렀다.

지난해 한국 조선사의 수주는 한마디로 ‘막판 역전극’이었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수주량이 135만CGT로 중국(408만CGT)에 크게 뒤처져 있었지만 하반기 들어 글로벌 선사의 지연됐던 발주물량이 풀리기 시작하면서 뒷심을 발휘했다. 한국은 지난해 하반기에만 무려 684만CGT을 수주하며 중국(385CGT)을 크게 앞질렀고 연간 수주 1위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

특히 한 척당 가격이 높은 고부가가치 선박에서 저력을 발휘했다. 선박 수를 기준으로 지난해 353척을 수주한 중국의 수주액(145억달러)보다 187척을 수주한 한국의 수주액(183억달러)이 더 높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실제 한국 조선사는 지난해 12월 발주된 대형 LNG운반선 21척 모두 싹쓸이했고 연간 기준으로도 49척 중 36척을 수주했다.

클락슨에 따르면 현재 LNG선은 한 척당 가격이 신조선가(새로 제작하는 선박 가격) 기준 1억8600만달러(2200억원)으로 중국의 주력선종인 일반 유조선(4850만달러)보다 4배 가까이 비싸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카타르 등 대형 프로젝트 수주 기대

올 들어서도 연초부터 수주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1월에만 ▲초대형 컨테이너선 6척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척 ▲LPG선 1척 ▲석유화학제품 운반선(PC) 1척 ▲초대형 유조선(VLCC) 2척 등 모두 11척을 수주했다. 금액으론 약 1조3000억원에 달한다. 삼성중공업 역시 최근 글로벌 해운사인 ‘팬오션’으로부터 1993억원 규모의 17만4000㎥급 LNG 운반선 1척을 수주했다.

전망은 더 좋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제위기가 최악의 상황을 지났고 백신 보급이 빨라지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클락슨은 올해 글로벌 발주가 지난해보다 23.7% 증가한 2380만CGT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 프로젝트 수주도 예상된다. 카타르 국영 석유회사인 ‘카타르 페트롤리엄’(QP)은 지난해 6월 한국 조선 3사와 2027년까지 LNG선 건조슬롯 확보 계약을 맺었다. 슬롯 확보 계약이란 정식 선박 발주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건조 공간을 예약하는 예비단계를 말한다. 계약 규모는 총 23조6000억원으로 100여척에 달한다. 이에 따라 올해 최소 20~30척의 카타르발 LNG선 발주가 나올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이 지난해 체결한 4억5000달러 규모의 미얀마 쉐(Shwe) 해양플랜트 건조의향서(LOI) 물량도 올해 수주로 이어질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도 독일 ‘하팍로이드’와 체결한 컨테이너선 6척과 LNG 이중 연료 추진 VLCC 10척 등의 LOI 물량이 있다.

국내 조선사는 올해도 수주에 박차를 가한다는 각오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연초부터 다양한 선종에 걸쳐 수주가 이어지고 있어 침체됐던 글로벌 발주시장의 회복이 기대된다”며 “앞선 기술력과 건조 노하우를 바탕으로 수주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도 “친환경·고효율스마트십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올해 수주 확대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고 대우조선해양 관계자 역시 “조만간 올해 수주 목표를 확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세계 신조선 수주가 환경규제, 특히 온실가스배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수요라는 점에서 효율성과 성능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질 전망”이라며 “기술적 신뢰도를 필요로 하는 LNG연료 추진선 비중이 확대됨에 따라 한국 조선업의 수주 점유율도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예측했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현대중공업 도크 전경. /사진=한국조선해양


품질의 K-조선, 중국 규모의 경제 '넘었다'



반년 전인 2020년 상반기만 해도 국내 조선업계 분위기는 우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세계 선박 발주량은 역대 최저치인 575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추락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도 24% 적었다. 독(dock·선박을 건조·수리하기 위해서 조선소와 항만 등에 세워진 시설)이 텅텅 비면서 조선업계는 최악의 시간을 보낼 것이란 우려마저 나왔다.

하지만 하반기 판세는 뒤집혔다. 국내 조선사는 액화천연가스(LNG)선과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을 싹쓸이하다시피 하며 중국과 일본을 압도했다. 고부가가치 선박시장에서 아직은 경쟁국과의 기술 격차가 크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평가다.

글로벌 조선·해운 조사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에 발주된 LNG선은 63척이다. 이 중 현대중공업그룹(21척)·삼성중공업(19척)·대우조선해양(6척)이 46척을 수주해 국내 조선 3사가 73%를 차지했다. 중국은 5척을 따냈고 일본은 한 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특히 한국은 14만㎥ 이상 대형 LNG 운반선에서 경쟁력을 갖는다. 한국의 시장 점유율은 ▲2016년 100%(전세계 발주량 6척 모두 수주) ▲2017년 55.6%(9척 중 5척) ▲2018년 100%(65척) ▲2019년 94.1%(51척 중 48척) ▲2020년 73%(49척 중 36척) 등을 기록했다.

이처럼 경쟁국인 중국·일본과 비교할 때 국내 조선업의 비교우위는 분명하다. LNG 운반선은 자연적으로 생산되는 비석유계 LNG를 운반하는 선박이다. LNG는 한 번에 많은 양을 운반하기 위해 거의 100% 액화해 운반하는데 이를 위해 일반 선박과 달리 탱크 내부를 영하 163도 아래로 유지해야 한다. 일반 금속은 쉽게 깨지기 때문에 LNG 운반선의 화물창은 특별한 강철로 만들어야 한다.

냉동장치와 보온설비도 필수다. 기체로 날아가는 양도 줄여야 해 기술력의 중요성이 크다. 화물의 특성상 폭발 사고가 일어날 수 있어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 속에서 LNG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기술도 요구된다. 조선업계는 이 같은 선박 건조 기술의 총집합체가 LNG 운반선이라고 본다.

2020년 한·중·일 선종별 수주 성적. /그래픽=김은옥 기자

◆中 납기지연·낮은 품질에 선주들 ‘부글’

경쟁국의 거센 도전을 따돌리고 한국 조선사가 LNG선 시장을 주도해 온 것도 이 기술력 때문이다. 이 시장은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일본이 주름잡았었다. 하지만 국내 조선사의 기술 개발로 판세가 뒤집어졌다. 일본은 선체에 공 모양의 LNG 화물창을 실어놓은 형태인 ‘모스’ 타입의 LNG선을 제조해왔다. 반면 국내 조선소는 선체와 화물창을 일체화한 ‘멤브레인’ 타입을 개발했다.

멤브레인은 모스 타입보다 적재 용량이 40% 커 글로벌 선주들의 관심을 얻었고 결국 일본을 앞지르는 데도 성공했다. 현재 전세계 LNG 운반선은 대부분 멤브레인형으로 한국 조선소만 이 같은 형태의 대형 LNG 운반선을 건조하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는 자연 발생하는 증발가스를 100% 다시 액화해 화물창으로 돌려보내는 ‘완전재액화시스템’(FRS) 등도 꾸준히 개발하며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엔 저렴한 가격과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중국이 국내 조선사를 따라잡기 위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중국은 2012~2017년 세계 수주 1위 국가였지만 보수적인 조선·해운시장에서 신뢰를 잃으며 한국의 ‘LNG선 싹쓸이’에 일조했다.

중국 국영기업 ‘후동중화조선’이 건조한 LNG운반선 ‘글래드스톤’호가 2018년 6월 엔진 고장으로 해상에서 멈춰 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 조선업계 LNG선 수주잔량 기준 1위 중국 국영조선그룹 CSSC 계열 조선사인 후동중화조선은 중국 조선업계를 통틀어서도 LNG선 건조 경험이 가장 많은 회사다. 그럼에도 통상 20년 이상 운영되는 LNG선인데 선령이 고작 2년 된 글래드스톤호가 운항 불능 상태에 빠진 점은 기술력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란 지적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은 사고 원인을 찾고 기술 보완을 했지만 발주가 없어 검증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항해 도중 LNG 운반선에 문제가 발생하면 기름이 유출될 수 있다. 기름 유출은 발주 회사가 휘청거릴 수 있는 사고여서 선사들이 더욱 발주를 중국에 넣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조선사 수주의 80~90%는 해외 선주인 반면 중국은 40~50%인 점도 국내 조선사의 기술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른 초대형 고부가가치 선박도 경쟁력을 갖는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20만DWT(재화중량톤수) 이상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발주 41척 중 한국은 35척(85%)을, 중국은 5척(12%)을 각각 수주했다.

대형 컨테이너선의 경우 양에서는 중국에 밀린다. 지난해 전세계 1만2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이상 컨테이너선 발주 38척 중 한국은 18척(47%), 중국은 20척(53%)을 각각 확보했다. 다만 LNG 추진 기술 활용 컨테이너선 건조 능력은 격차가 크다. 중국선박공업이 프랑스 선사로부터 수주한 LNG 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9척은 기술 부족으로 1년 이상 납기가 지연되고 있다.

김영훈 경남대 조선해양IT공학과 교수는 “중국은 기자재 설비 국산화율·생산 효율성·설계·화물창기술·박판 용접기술 등 여러 부분에서 한국과 3~5년 격차를 보인다”며 “한국은 10년 전부터 관련 기술 개발에 착수하고 건조 경험을 축적한 것이 이제 빛을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크에서 건조중인 선박들. /사진=대우조선해양

◆다음은 암모니아·수소 ‘초격차’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100% 친환경’ 연료 개발은 앞으로의 과제다. 조선업계는 국제해사기구(IMO)가 2030년까지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40%, 2050년까지 50% 감축을 목표로 설정함에 따라 선박의 친환경 전환율을 높여야 한다. 일본은 추격 의지를 잃어 업계는 사실상 이 국면을 한국과 중국의 대결로 보고 있다.

LNG 연료가 과도기적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LNG는 기존 선박용 연료 대비 황산화물과 분진 배출을 100%, 질소산화물 배출을 15~80%, 이산화탄소 배출을 20% 줄일 수 있다. 국내 조선업계는 2008~2009년부터 일찌감치 벙커C유와 LNG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이중연료 추진 엔진’ 연구·개발을 해 온 덕에 LNG 추진선에서도 기선제압에 나서고 있다.

LNG 해상 주유소 구축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전기자동차가 내연기관차를 대체하면서 주유소 대신 전기차 충전소가 늘어나는 것처럼 LNG 선박 수가 늘어나며 국내 조선업계는 LNG 벙커링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LNG 벙커링은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에 연료를 공급하는 선박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세계 최초로 LNG를 LNG 벙커링을 이용해 다른 선박에 옮겨 싣는 작업에 성공했다. LNG 선적작업 중 발생하는 증발가스를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는 메탄가스 노출 제로 기술을 적용해 LNG 선적작업을 가능하게 했다.

미래 LNG 대체 연료인 암모니아와 수소 연료는 초기 개발 단계다. 암모니아는 질소와 수소의 합성 화합물로 대표 청정 연료다. 연소 시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다. 안전성도 높고 보관·운송·취급까지 쉽다.

국내 조선 3사는 한국선급과 영국 ‘로이드선급’으로부터 ▲액화수소운반선 ▲암모니아 추진 초대형컨테이너선 ▲연료전지 연계 하이브리드 전기추진 선박 등에 대한 기본 인증을 마친 상태다. 이들은 수소·암모니아 연료전지 등 핵심 기자재 기술과 연료저장탱크 및 연료공급·추진 시스템 개발을 통해 오는 2024~2025년 선박을 상용화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기술개발과 더불어 중소형 조선사 지원 및 인력 관리가 병행돼야 ‘세계 1위’ 타이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영훈 교수는 “스마트 야드 등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의 변화가 없으면 원가 절감을 할 수 없는데 특히 중소형 조선소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중소형 조선소 위축으로 기자재 생태계가 무너질 경우 대형 조선소가 국내 기자재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도미노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대형 조선소+중소형 조선소+기자재 산업이 함께 생존하기 위해선 중소형 조선사의 기술개발 지원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김현수 대한조선학회장은 “기술적 트렌드가 변화하는 시점에서 한국이 헤게모니를 쥐게 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다만 일본의 경우 더 이상 선박 설계인력이 없어 일본 선주가 한국 조선소를 찾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경기 상황에 따라 고숙련 인력을 채용하고 자르는 인력 운영이 지속되면 선주의 신뢰가 떨어질 뿐 아니라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권가림 기자 hidden@mt.co.kr

지난해 7월 일본 유니버설조선공사가 건조한 쇼센미쓰이 소속 화물선 와카시오호가 모리셔스 인근 해안에서 좌초돼 기름이 유출, 해양생태계와 현지 주민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 사진=로이터


조선산업 반전 노리던 일본, 규모도 기술도 경쟁 상대 아니다


#.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천국의 섬’으로 불린 아프리카 인도양의 섬나라 모리셔스가 현재 검은 오염 물질에 신음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해안에 접근하던 일본 해운사 ‘쇼센미쓰이’ 소속 화물선 ‘와카시오’호가 산호초에 부딪혀 좌초하면서 1000톤 이상의 원유를 쏟아낸 탓이다. 모리셔스가 자랑하던 블루 라군은 기름에 뒤덮였고 돌고래가 떼죽음을 당하는 등 해양생태계가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해면에 부유하던 기름은 겨우 회수했지만 30km에 이르는 해안가에 표착된 기름은 여전히 제거되지 않았다. 두 동강 난 선박은 지난달 말 철거 작업에 들어가 올 상반기에나 완전한 철거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 사고는 선박이 인터넷 신호를 찾기 위해 무리하게 해안에 접근하다 발생했다. 하지만 배가 두 동강 날 정도로 파손됐다는 점에서 선박의 품질이나 설계 기술에도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선박을 제작한 곳은 2002년 일본 ‘히타치’와 ‘NKK’가 합병해 만든 ‘유니버설조선공사’다.

일본 조선사가 건조한 선박이 좌초한 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 6월 인도양을 지나던 일본 해운사 ‘MOL’ 소속 ‘컴포트’호가 예멘에서 약 370km 떨어진 해상에서 갑자기 중앙부에서 시작된 균열로 항해불능에 빠졌고 결국 두 동강 나 좌초했다.

이 선박을 만든 회사는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이다. 사고 이후 미쓰비시중공업이 건조한 다른 6척의 자매 선박에 대해 안전검사가 이뤄졌는데 무려 5척에서 결함이 발견됐다. 이를 계기로 일본 선박의 국제적 위상은 크게 추락했다.

◆조선업 선도국가에서 바닥으로 추락

일본은 1950년대부터 1970년대 초까지 세계 조선산업을 선도했다. 직전까지는 유럽이 장악했던 조선업의 주도권을 아시아로 옮겨오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1970년 후반 석유파동 여파로 위기를 겪으면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 사이 한국이 일본보다 저렴한 원가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키워나가자 일본은 결국 1988년 5000GT 이상 건조 조선소 22개 그룹 44개사를 8개 그룹 26개사로 재편하는 2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설계와 연구개발(R&D) 인력을 대거 퇴출하고 대학의 조선업 및 해양 관련 학과도 폐지했는데 이는 일본의 조선업 경쟁력을 바닥으로 추락시키는 패착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선박 설계 분야의 후계자 배출이 사라진 일본 조선업은 현재 매우 심각한 기술인력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며 “일본 조선업은 한국보다 더 낮은 인건비 구조를 갖고 있음에도 합병을 통해 스스로의 경쟁력을 높이지도 않고 한국 조선업을 위협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7월 일본 유니버설조선공사가 건조한 쇼센미쓰이 소속 화물선 와카시오호가 모리셔스 인근 해안에서 좌초됐다. / 사진=로이터
일본이 조선업 부흥 위해 선택한 것은 경쟁사 간 협력이다. 2012년 유니버설조선과 ‘IHI조선’이 합병해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가 탄생했고 ‘이마바리조선’과 미쓰비시중공업이 컨테이너선 기술제휴 협정을 맺는 등 협력이 이뤄졌다. 자국 기업 간 동맹으로 한국과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 반전을 시도하려는 전략이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설계와 개발인력 등 기술인력을 오래전에 퇴출시킨 후 최소한의 인력만 보유하고 있는 일본 조선사로서는 개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며 “소수의 보유인력을 합쳐 보다 큰 조직으로 운영함으로써 개발성과를 얻으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경쟁사 협력하지만 효과는 미미

하지만 이 같은 시도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의 국가별 수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선박 발주량 1924만CGT(표준선환산톤수) 가운데 일본의 수주는 137만CGT로 점유율이 7%에 그쳤다. 이는 1위인 한국(819만CGT·42.6%)의 수주량 대비 5분의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2위인 중국(793만CGT·41.2%)과도 격차가 크다. 박무현 연구원은 “새롭게 달라지는 선박 기술에 일본 조선소가 적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일본 상위 조선사는 자국 선사에게 주문받는 중형 벌크선 분야에 집중돼 한국 조선업의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조선업 부흥 시도는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 지난해 JMU는 일부 상선 건조사업 종료를 선언했고 미쓰비시중공업도 LNG 운반선 건조에서 손을 떼고 여객선 분야에만 집중하겠다고 발표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의 경우 한국의 LNG선을 따라잡기 위해 증기터빈의 성능을 20% 개선시킨 UST를 개발했지만 여전히 기술력이나 품질 면에서 뒤처지기 때문에 결국 사업 철수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의 반전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일본 1위 조선사인 이마바리조선과 2위인 JMU는 이달 1일 각각 지분 51%, 49%씩을 출자해 선박을 공동으로 제작·판매하는 합작법인 ‘니혼 십야드’를 출범했다. 한국과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또다시 공동전선을 구축한 셈이다.

하지만 현지 언론조차 양사의 협력이 한국과의 경쟁에서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진 못할 것이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7일 양사의 합작법인 설립 소식을 전하면서 “일본의 상위 2개 회사가 한국·중국과 경쟁하기 위해 손을 잡고 있지만 격차가 쉽게 해소될 가능성은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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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듬·권가림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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