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은 불법 공매도 시 거덜나는데..한국은 솜방망이 처벌

안서진 기자 2021. 1. 23.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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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뜨거운 증시에 찬물 '공매도']③ 해외에 비해 낮은 처벌 수위, 거래 모니터링 빠른 적용 필요

[편집자주]최근 정치권부터 주식투자자와 금융당국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이슈는 ‘공매도’다. 1년간 금지했던 공매도가 오는 3월 재개를 앞두면서 각계에서 엇갈린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국내 증시는 ‘코스피 3000 시대’를 맞이하며 대호황을 누리는 형세지만 공매도 재개 시 기업주가 폭락해 개인투자자 피해 등 부작용이 야기될 수 있다. 이에 공매도 재개가 코스피 상승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공매도는 한국 주식시장에 꼭 필요한 존재일까. 아니면 불청객에 지나지 않을까.

사진=이미지투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멈춰 섰던 공매도가 오는 3월 재개를 앞두고 있다. 공매도 재개 여부를 놓고 금융권과 정치권에서 뜨거운 논의가 오가고 있는 만큼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에서도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개인투자자와 일부 정치권에서는 공매도 재개가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1년간의 제도 개선 기간을 거쳤음에도 여전히 공매도의 문제를 해결할 대책이 부재하다는 평가다. 유독 한국에서만 공매도 논란이 불거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불법 공매도 여전히 ‘기승’


금융당국은 코로나19 확산 초기 공황 매도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3월16일부터 6개월간 공매도 금지를 시행했다. 이 조치는 한 차례 연장을 거쳐 오는 3월15일에 종료될 예정이다.

공매도란 주가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내리면 다시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는 투자 방식이다. 즉 주가 하락에 베팅해 실제 하락한 만큼 이윤을 남기는 방법이다. 정보 접근성이 낮은 개인투자자에게는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공매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공매도 금지 기간 동안에도 일부 무차입 공매도가 진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식을 먼저 빌린 뒤에 공매도하는 차입 공매도와 달리 무차입 공매도는 현행법상 금지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외국인 투자제한시스템 로그 기록’에 따르면 공매도 금지 기간인 지난해 8월 한 달 동안 주식계좌의 잔액 부족으로 인한 거래 거부 건수가 1만4024건에 달했다. 공매도 금지 기간임에도 불법적인 외국인 무차입 공매도 시도가 끊이지 않은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거래 거부 건수는 사실상 불법 공매도 의심 사례지만 최종 결제까지 이뤄지지는 않았기 때문에 처벌 근거는 없다”면서 “금융감독원에서도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신종 불법 공매도 관련 사항을 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답변은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솜방망이 처벌 공매도, 해외 사례는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불법 공매도 제재 및 적발과 개인 공매도 접근성 강화 등의 제도 개선을 포함한 ‘2021년 업무 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불법 공매도 처벌을 한층 강화할 예정이다. 오는 4월부터 불법 공매도 적발 시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불법 행위에 따른 이익의 3~5배로 벌금이 부과된다. 그동안 불법 공매도에 대해서는 1억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해왔다.

상반기 안으로는 개인 대상 주식대여 물량 확보와 차입 창구 제공 등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접근성 강화 방안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와 비교해 자금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개인투자자에 대한 공매도 진입 문턱을 낮추기 위해서다.
해외 무차입 공매도 규제 수위./그래픽=김영찬 기자

그러나 불법 공매도 적발 시 최대 징역 20년형에 처하거나 부당이득의 몇 배 이상으로 많은 벌금을 내는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처벌 수위가 약하다는 주장이다. 미국은 불법 공매도 적발 시 500만달러(약 55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프랑스는 행정처분과 1억유로(1297억원) 또는 이득의 10배까지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처벌 조항을 강화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처벌 수위는 선진국에 비해 절반도 되지 않는 수준”이라며 “해외 선진국의 경우 공매도를 잘못했다가는 폭삭 망할 정도로 큰 위험 부담을 가지고 있는 반면 국내 자본시장은 기본적으로 공매도 운영 세력은 망할 수 없게끔 구조적으로 설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1년 동안 금지됐던 공매도가 오는 3월 재개될 경우 단기간에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결국 주가 하락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숱한 2030 ‘동학개미’가 돈 벌러 왔다 돈 날리고 울면서 떠나는 비극적인 장면이 펼쳐질 수 있다”고 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평평해지려면 


공매도가 국내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오명을 떼 내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공매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보다는 기본적으로 불법 공매도를 잡아내는 시스템 구축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금융당국은 공매도 거래 종합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시스템의 목적은 불법 공매도 의심거래를 적발하는 것이지만 정작 빌릴 주식 물량을 확인하고 이를 차입하는 것과 관련한 계약 전산화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스템 적용 시점도 늦다는 반응이다. 금융당국은 오는 2월까지 관련 규정 개정 및 시스템 개발을 마치고 올 3분기 안으로 시스템을 적용할 예정이다. 공매도는 3월에 재개되는데 시스템은 3분기 안으로 적용되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공매도가 오는 3월부터 재개되는 것과 달리 무차입 공매도 적발 시스템은 올 3분기부터 적용된다”면서 “또 불법 무차입 공매도 적발 강화를 위한 점검 주기를 기존 6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하겠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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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서진 기자 seojin07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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