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본부장 후보군 '뚜껑' 열어보니 글쎄..고심 깊어지는 警

CBS노컷뉴스 박정환 기자 2021. 1. 23.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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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FBI' 국수본 초대 수장 낙점 두고 경찰 고심
저조한 외부 후보자 지원..내부 발탁 하자니 시선 의식
국수본부장 임명까지 약 3주..적임자 누가 될지 관심
김창룡 경찰청장과 박정훈 국가경찰위원회 위원장 등 관계자들이 지난 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북관에서 국가수사본부 현판식을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한국판 FBI'로 불리는 국가수사본부의 초대 수장 낙점을 두고 경찰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외부 후보자 지원이 예상보다 저조해 기대에 못 미쳤고, 그렇다고 내부 발탁을 하자니 외부의 시선이 의식된다는 분위기가 흐른다.

경찰은 일단 심층 심사 준비에 집중하며 후보군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국수본부장 임명까지 3주 정도 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누가 적임자가 될지 여러 관측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국수본부장 저조한 지원…서류심사·신체검사 진행 중

23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수본부장 임명과 관련, 현재 서류 심사와 신체 검사 절차가 진행 중이다. 신체 검사는 이달 중 마무리 되며 그 다음은 후보자를 심층 평가하는 종합 심사가 예정돼 있다.

앞서 경찰청은 지난 1일부터 11일까지 국수본부장 직위를 공개 모집했고 △백승호(57) 전 경찰대학장 △이세민(60) 전 충북경찰청 차장 △이정렬(52) 전 부장판사 △이창환(54) 변호사 △김지영(49) 변호사 등 5명이 후보로 지원했다.

후보 지원을 받은 경찰청 담당 부서에서는 절차에 대해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는 상황이다. 경찰청에서는 후보 명단 자체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하루 만에 언론에 알려져 내부가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채용 절차는 잘 진행되고 있는데, 단계 등 모든 부분에 대해선 확인해줄 수 없다"며 "고위공무원 채용 절차상 공정성이나 개인 명예도 훼손할 수 있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경찰 안팎에선 후보군에 대한 여러 설왕설래가 오간다. 우선 전반적으로는 '뚜껑을 열어보니 글쎄…'라는 기류가 흐른다. 외부 후보 지원 자체가 적었고, 후보 면면도 기대를 넘어서진 못했다는 평이다.

애초 경찰은 응시 인원이 8명 이상일 경우 기준에 따라 7명을 고득점순으로 결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후보 마감일 오전까지도 후보 지원은 3명 뿐이었고, 마감을 앞두고 2명이 추가 합류하면서 최종 5명이 됐다.

경찰 한 관계자는 "예상보다 지원이 적었다는 얘기가 많다"며 "그만큼 초대 국수본부장이라는 자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밝혔다.

◇후보군 면면 '갸우뚱'…내부 발탁도 '고민'

일각에선 수사 경력이나 조직 이해도만 놓고 본다면 백승호 전 학장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레 나온다. 백 전 학장은 사법연수원 23기 출신으로 1994년 경정 특채로 경찰에 입문했다. 경찰청 법무과장, 수사과장, 경찰수사연수원장, 경기청 1차장, 전남청장 등을 거친 뒤 경찰대학장(치안정감)으로 경찰 생활을 마무리하고 현재 김앤장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국수본부장 도전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등 의지를 보여왔다. 국수본부장 계급과 같은 치안정감 출신인 점도 이점이다. 경찰 관계자는 "조직 내에서도 백 전 학장은 원만한 평가를 받았다"고 귀띔했다. 다만 신선함이나 수사 총책 적임자라는 부분에선 갸우뚱한 반응도 공존한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출신인 점도 자칫 약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후보군 중 또 다른 경찰 출신 인사인 이세민 전 차장은 경찰대학 1기로 1985년 경찰에 입문했다. 이후 충북청 수사과장, 경비과장, 경찰청 수사기획관, 충북청 차장 등을 지낸 뒤 경무관으로 퇴직했다.

이 전 차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3년 경찰청 수사기획관으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의혹 수사팀을 이끌다가 결국 좌천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러한 이력으로 오히려 정치권에서 주목도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경찰 안팎에선 치안정감보다 두 단계 아래인 경무관 출신이란 점 등을 들어 조직을 이끌만한 경력이 아쉽다는 평도 나온다.

두 경찰 출신 후보군 외에 법조계 출신 후보자들은 독립성과 신선함을 내세울 수 있지만, 수사 경력 및 조직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사법연수원 23기 출신인 이정렬 전 부장판사는 전문성보다 독특한 이력이 오히려 더 눈길을 끌기도 했다. 2011년 페이스북에 '가카새끼 짬뽕' 등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내용의 패러디물을 올려 화제를 일으킨 인물이다. 당시 법원장의 서면경고를 받기도 했다. 2013년 9월에는 거주지에서 층간소음으로 이웃집과 갈등을 빚다 재물손괴혐의로 벌금 100만원의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도 있다.

5명의 후보 중 유일한 40대이자 여성인 김지영 변호사(사법연수원 32기)는 대한변호사협회 교육이사 등을 지내며 기업 자문과, 단체 소송 등을 맡아왔다. 이창환 변호사(사법연수원 29기)의 경우에는 현재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변호를 맡고 있다.

애초 국수본부장 모집 전 경찰 내부에선 경찰, 검찰 출신보다는 독립성 등을 담보할 판사 출신의 명망 있는 법조인이 후보로 유력하지 않느냐는 전망도 제기됐다. 하지만 현재 후보 면면으로 보자면 적임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고민이 엿보인다.

물론 외부 후보 중 적임자가 없다면 내부에서 발탁할 여지도 있다. 국수본부장은 경찰 조직 내부 혹은 10년 이상 수사업무에 종사한 고위공무원, 판사·검사·변호사 10년 이상 등의 자격을 갖춘 외부 인사 중에 선발할 수 있다. 하지만 "외부 공모로 여기까지 온 상황에서, 내부 발탁이 쉽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만만치 않다.

전국 3만여 명에 달하는 수사 경찰을 지휘하는 총책이 이처럼 인기가 없는 배경에는 독립성이 담보되지 않고 책임만 지는, 자칫 '독이 든 성배'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찰청장이 구체적인 수사 지휘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했지만, 여전히 지휘체계에 대한 초반 혼란은 여전하다.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이호영 총무위원장은 "국수본부장이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수사가 가능할지 부분에 대해서 시민사회 쪽에선 계속 우려를 표해왔다"며 "국수본부장 임명에 독립 기구인 경찰위원회가 좀 더 역할을 했다면, 후보군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수본부장 임명은 다음달 중순으로 예상된다. 국수본부장 후보는 외부위원이 포함된 위원회 심사를 거쳐 2~3명으로 압축되며, 경찰청장이 최종 후보 1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내부 발탁' 가능성에 대해선 김창룡 경찰청장은 지난 11일 기자 간담회에서 "대통령의 인사권과 관련된 부분이라 말씀드리긴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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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정환 기자] ku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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