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2배 올리는 바이든..한국 노동조건 강화 요구 가능성"
최석영 전 외교부 FTA 교섭대표
“바이든 미 행정부가 강조하는 노동 및 환경정책은 한국에 새로운 보호무역장벽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서둘러 협상에 나서 불확실성을 줄여나가야 합니다.”
타이밍에 주목했다. 자칫 때를 놓쳤을 경우 파생될 유무형적인 손실에 대한 염려로 보였다. 최석영(65) 법무법인 광장 고문이 22일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주문한 바이든 미 행정부와 초반 통상관계 설정시 가져야 할 전략은 그랬다. 최 고문은 지난 2010~12년 외교통상부 자유무역협정(FTA) 교섭대표를 지낸 통상관계 전문가다. 최 고문은 인터뷰 초반부터 "바이든 행정부는 조만간 양국 통상관계의 토대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규정된 노동 및 환경 규정을 강화하자고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정책인 ‘바이드노믹스(Bidenomics)’는 노동자 최저임금 인상과 친환경 인프라 투자 등으로 요약된다. 트럼프 전 행정부의 감세정책을 철회, 반대로 증세를 통해 확보한 재원으로 친환경 산업을 집중 지원해 일자리를 만들고 소득 분배도 개선하겠다는 구상이다. 최 고문은 “바이든 정부는 이를 위해 무역 상대국들과 동일한 경쟁조건을 의미하는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길 원한다”며 “한국의 노동비용이 미국보다 낮거나 대미 수출 제품 중 환경의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관세 부과나 쿼터 제한 등의 무역규제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최 고문에게 바이든 미 행정부와 경제, 통상 분야에서 주목해야 할 사안과 대응 전략 등에 대해 들어봤다.
-한미 통상관계에서 노동, 환경 등 비무역 분야가 최대 화두가 된다는 말인가
“미국의 재협상 요구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미국ㆍ멕시코ㆍ캐나다협정(USMCA)로 개정되면서 새로운 노동 조항이 들어갔다. USMCA 내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려면 노동자에게 시급 16달러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노동 비용이 구체적으로 협정에 적시된 건 USMCA가 처음이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이 교도소에 수감된 죄수의 노동력을 이용했는지도 들여본다고 하면서 중국 정부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바이든 정부는 자국 노동자의 이익을 위해 현재 연방정부가 정한 최저시급(7.5달러)를 15달러로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미국 기업의 가격 경쟁력 하락을 초래하는 만큼 다른 국가들의 노동 조건을 상향시켜 글로벌 무역관계에서 동등한 경쟁조건을 만들 수밖에 없다. 결국 노동 착취를 통해 싼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하면 ‘노동 덤핑’으로 여겨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을 겨냥해선 한미 FTA에 규정된 한국의 노동조건 강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세계무역기구(WTO)에서 해당 문제를 공론화 해 우리 정부를 압박할 수도 있다고 본다.”
-미국의 포괄적ㆍ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협정(CPTPP) 복귀 가능성은 있나
“바이든 대통령은 당선 이후 CPTPP에 복귀한다는 얘기를 한적이 없다. 바이든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는 미국의 경제회복이다. 때문에 많은 국가들이 참여해 모든 이슈를 포괄하는 메가 FTA보다는, 미국이 이득을 얻길 원하는 특정 분야를 타깃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양자 무역협정 체결을 선호한다. 트럼프 전 행정부가 일본과 디지털, 농산물 분야 개방을 골자로 한 미일 무역협정을 체결했다. 바이든 정부도 이와 동일한 전략을 택할 것이다. 다만 바이든 정부가 다자주의체제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CPTPP 복귀는 예견된 수순으로 본다. 이런 점에서 우리 정부는 CPTPP 가입을 미리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CPTPP는 한미 FTA보다 높은 수준의 시장 개방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디지털 무역의 경우 우리나라는 디지털 서버 현지화 정책을 취하지만 CPTPP에는 그런 규정이 없다. 국세청이 지난해 구글코리아가 외국에 서버를 두는 방법으로 조세를 회피했다고 법인세를 추징했는데 CPTPP에 가입하면 세금을 추징할 근거가 없다. 한국이 CPTPP에 가입하기 위해서 이런 문제에 우리 정부의 정책적 합의가 만들어져야 한다.”
-보호무역주의에서 바이든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바이든 정부는 미국 경제회복을 위한 정책수단으로 ‘미국 내 생산’과 ‘미국 중심 공급망’을 강조한다. 트럼프 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와 비슷하다. 다만 차이점은 분명히 있다. 트럼프 전 행정부가 글로벌 무역관계에서 동맹국을 차별적으로 대하고 WTO 등 다자무역체제도 무시했던 반면, 바이든 정부는 동맹국과 협력을 통한 다자무역체제를 중요시한다는 점이다. 트럼프 전 행정부 당시에는 한미 FTA 재협상, 수입산 철강ㆍ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부과 등이 우리 정부와 협의 없이 미국의 일방적 요구로 진행됐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에선 최소한 한미 간 대화를 통해 예방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보호무역 조치들이 취해질 것이다. 우리 정부가 적절히 대응할 여지가 커졌다고 할 수 있다.”
-미중 무역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바이든 정부는 전임 정부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산업보조금 지급 등의 문제를 용인하지 못한다. 그런데 중국은 국가 주도의 경제체제다. 미국의 의도대로 중국이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하긴 어렵다. 미중 1단계 무역합의 때도 상품 구매에 관한 합의였지,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등 구조적 문제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중국도 물러설 기미가 없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개최한 공산당 전체회의에서 ‘쌍순환 경제’를 선언했다. 중국의 내수시장을 확대하면서 동시에 국제관계를 확대, 미국의 압박에 굴하지 않는 힘을 기르겠다는 내용이다. 중국이 지난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체결하면서 동시에 CPTPP에 대한 가입 의사도 밝힌 이유다. 미중 무역갈등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미국과 중국의 대척 점에 있지 않은 아세안과 중동, 유럽 등으로 우리나라의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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