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줌마] 이영표는 박지성을 ‘전도’했을까
안정환, 이영표, 박지성.
그러고 보니 2002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을 세 명이나 인터뷰했습니다. 축구 용어로 해트 트릭(hat trick)이라고 하던가요. 간절히 원하니 우주가 도와줬습니다. ‘우주’의 정체는 밝힐 수 없습니다.
2016년, 2017년, 그리고 2021년까지 약간 시차를 두고 진행한 인터뷰를 다시 읽어보니 재미있습니다. 안정환 선수는 MBC 축구 해설위원으로 변신해 특유의 입담으로 방송가 예능을 휩쓸던 때였습니다. 막상 찻집에서 만난 안정환은 냉소적이었습니다. “제가 왜 웃긴지 모르겠어요”라고 하더니, “인기요? 그거 다 쓰레기예요. 버려지면 그만인”이라고 해서 ‘깜놀’했습니다. 위트 넘치는 직설이 주 특기인 그가 선수 시절엔 말 안 하고 낯가림도 심해서 구단이 ‘낯선 사람과 대화하는 법’을 가르쳤다고 해서 또 한번 놀랐지요.
이영표 선수는 KBS 축구 해설위원으로 인기가 치솟아 ‘갓영표’로 불리던 2017년 정초에 만났습니다. 모든 대답이 ‘어록’이었습니다. “이영표가 박지성 그늘에 가려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엔 이렇게 답하더군요. “난 그늘이 좋다. 태양 아래선 신문지를 덮어도 낮잠을 잘 수 없다. 지성이 내게 그늘을 줬다면 고마울 뿐이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이영표에게 하나 더 짓궂게 물었습니다. “절친 박지성을 전도하려고 했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완강히 고개를 젓더군요. “제 믿음이 그렇게 좋은 건 아닙니다.” 그래서 이번에 박지성에게 확인차 물었습니다. “아 전도를 안 했다고는 할 수 없지요, 하하!”
세 영웅은 비슷하고도 달랐습니다. 단순·명쾌·솔직한 것이 닮았고, 자녀·성공·종교에 대한 가치관은 달랐습니다. 성격도 물론 제각각입니다. “축구는 혼자가 아니라 11명이 하는 것”이라는 박지성 선수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성품, 기량, 경험이 전혀 다른 선수들이 저마다의 포지션에서 헌신하며 조화를 이뤄야만 승리할 수 있다는! 분열과 반목이 깊은 우리 사회에 주는 메시지로도 읽혔습니다.
드디어 ‘이어령의 눈물 한 방울’을 시작합니다. 건강의 기복이 심해 컨디션이 좋은 날 틈틈이 써서 보내주시기로 했습니다. 고통 속에서 퍼 올린 ‘눈물의 시(詩)이자 문명사’입니다. 그에게 듣는 마지막 인문학 강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한 자 한 자 놓칠 수 없었습니다.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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