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이 핵심 경쟁력".. 수소에 빠진 철강사들

이성훈 기자 2021. 1. 23.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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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에 있는 현대제철 수소공장. 제철(製鐵)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생(副生) 가스를 추출해 순도 높은 수소를 생산·저장하는 시설이다. 이곳에선 오는 5월 준공을 목표로 ‘부생수소 출하센터’ 공사가 한창이다. 수소차용 수소 공급을 전문으로 하는 설비를 짓는 것이다. 현대제철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현재 연간 1600t 수준인 수소 생산을 3500t으로 늘리고, 장기적으로는 3만7200t까지 증산하는 계획도 검토 중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앞으로 수소를 제철소뿐 아니라 외부에도 판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철강 기업들이 수소 관련 투자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대표적 온실가스 배출업종인 철강업이 갈수록 강해지는 환경 규제를 극복하고 또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철강업이 대표적인 ‘환경 파괴’ 산업으로 낙인 찍힌 상황에서, 앞으로는 수소를 활용한 친환경 경영이 철강사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소 산업 개척하는 철강 기업들

◇철강사, 탄소 제로(0) ‘수소 제철소’ 건설 붐

철강사들이 추진 중인 수소 산업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철강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 가운데 수소를 뽑아내서 판매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석탄 대신 수소로 쇳물을 생산하는 ‘수소 제철소’ 건설이다.

지난 연말 세계 3위의 제철 회사인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오스트리아에 ‘수소 제철소’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수소 제철소’는 고로(高爐)에 석탄 대신 수소를 넣어 쇳물을 생산하는 것이다. 석탄을 이용하면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만, 수소는 물만 배출한다. 일본 언론은 “이산화탄소 배출 제로(0)인 ‘수소 제철소’로는 세계 최대 규모”라고 보도했다.

최근 글로벌 철강사들은 ‘수소 제철소’ 건립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독일 철강사 티센크루프는 지난해 8월 독일 뒤스부르크에 수소 제철소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곳에서 2025년까지 연 40만t의 쇳물을 생산할 예정이다. 기존 제철소를 수소 기반 제철공법으로 전환하는 데도 100억 유로(약 13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국내에선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정부와 손잡고 ‘수소 제철공법’ 개발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아직 수소 제철소 건설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다. 포스코 관계자는 “단일 기업이 아닌 국가 차원에서 ‘수소 제철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제철소 “우리도 수소 판매”

포스코는 지난 연말 수소를 미래 신사업 중 하나로 선정한 데 이어, 최근 이를 전담할 ‘수소 사업부’를 신설했다. 이곳에서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판매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포스코는 현재 포항·광양 제철소에서 연간 3500t 정도의 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현재 이 수소는 자체 공장 내에서 철강 제품의 온도를 낮추는 작업 등에 사용된다. 포스코는 2025년까지 수소 생산 능력을 연간 7만t까지 늘릴 예정이다. 이렇게 생산한 수소를 외부에 판매할 예정이다.

현대제철은 수소 생산·판매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현대차·현대글로비스 등과 손잡고 ‘하이넷’이라는 합작사를 세웠다.

제철소들이 ‘수소 사업’에 집중하는 것은 급성장하는 수소 산업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다. 산업연구원 이재윤 연구위원은 “지금까지는 철강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환경 오염’은 눈을 감아주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하지만 향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못하면, 철강사들도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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