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코드판에 담긴 베토벤 "과일을 껍질째 먹는 맛"
김성현 기자 2021. 1. 23. 03:05
LP로 듣는 클래식
유재후 지음|도서출판 등|294쪽|1만7500원
음악 애호가들이 즐겨 쓰는 표현에는 흥미로운 구석이 많다. 레코드(LP)는 ‘판(板)’인데, 콤팩트디스크(CD)는 ‘알’이라고 부른다. 낡고 불편한 아날로그 LP가 귀한 대접을 받고, 편리한 CD가 홀대 받는 건 디지털 시대의 재미난 역설이다. 금융인 출신의 음악 칼럼니스트인 저자도 “CD가 껍질이 제거된 채 통조림에 들어가 있는 달콤한 복숭아 맛이라면, LP는 잘 익은 복숭아를 껍질째 먹는 맛”이라고 말한다.
제목처럼 LP를 통해서 접했던 클래식 40여 곡에 대해서 쓴 이야기를 담았다. 고교 시절인 1972년 서울 종로의 음악 감상실 ‘르네상스’에서 베토벤의 교향곡을 들었던 추억을 고백한 서문 사연부터 흥미롭다. “그날 난 점심도 저녁도 굶은 채 르네상스가 문 닫는 시각인 밤 10시까지 컴컴한 한구석에 종일 앉아 있었다.” 각 장에는 지휘자 토머스 비첨의 헨델 ‘메시아’ 등 추천 음반도 실었다. LP에 어울리는 고풍스러운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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