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안방 불패, 한방에 무너졌다

송원형 기자 입력 2021. 1. 2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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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축구 인사이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디펜딩 챔피언’ 리버풀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리버풀은 22일 강등권 근처에 있던 번리에게 0대1로 졌다. 2017년 4월 이후 홈 68경기(55승13무) 무패 행진을 벌이다 69번째 상대인 번리에 일격을 당했다. 이 부문 EPL 역대 최장 기록은 첼시의 86경기다.

리버풀의 무함마드 살라흐(왼쪽)가 22일 열린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번리전에서 골 기회를 놓치고 아쉬워하는 모습. 지난해 EPL 우승팀 리버풀은 공격수들의 골 침묵으로 부진에 빠졌다. /EPA연합뉴스

리버풀은 또 지난달 19일 크리스털 팰리스전에서 7대0 대승을 거둔 이후 정규 리그 5경기에서 3무2패로 한달째 승리가 없다. 22일 기준 9승7무3패, 승점 34로 EPL 4위다. 리버풀은 지난 시즌엔 일찌감치 독주 체제를 굳히며 7경기를 남겨 놓고 30년 만의 리그 우승을 확정했지만, 올해는 그런 챔피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리버풀이 주춤하는 사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가 각각 승점 40(12승4무3패), 38(11승5무2패)로 1~2위를 달리며 동네 싸움 중이다. 여기에 골 득실에 뒤진 3위(승점38·12승2무5패) 레스터시티가 2015-2016시즌 이후 두 번째 우승을 노린다. 손흥민이 속한 5위 토트넘(승점33·9승6무3패)과 6위 에버턴(승점32·10승2무5패)도 언제든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다. ‘황제’ 리버풀이 힘을 잃은 EPL은 절대 강자가 없는 군웅할거(群雄割據) 양상을 보인다.

◇리버풀 최근 5경기 1골

리버풀은 올 시즌 초반 EPL 최고 수비수로 꼽히는 버질 판 데이크(네덜란드)를 비롯해 주전 수비수들이 부상을 당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최근 부진은 사디오 마네(세네갈), 호베르투 피르미누(브라질), 무함마드 살라흐(이집트) 등 이른바 ‘마누라’ 삼각 편대의 골 침묵 때문이다. 올 시즌 EPL 13골로 득점 1위를 달리는 살라흐와 피르미누는 지난달 19일 크리스털 팰리스전에서 각각 2골을 넣은 후 정규리그 5경기 연속 무득점이다. 마네도 정규리그에서 골 맛을 본 게 지난달 28일 웨스트 브로미치전 전반 12분이 마지막이다. 축구 통계 매체 옵타에 따르면 리버풀은 마네 득점 이후 웨스트 브로미치전 포함 5경기 438분 동안 87개의 슈팅을 날렸지만 한 번도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리버풀이 정규리그 4경기 연속 무득점을 기록한 것은 2000년 5월 이후 처음이다.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감독은 체력 안배를 위해 살라흐와 피르미누를 22일 번리전 선발에서 제외했다. 리버풀은 점유율 72% 대 28%로 번리를 압박하며 27개 슈팅을 때렸다. 후반 12분 살라흐와 피르미누까지 동시에 투입했지만 번리의 골문을 여는 데 실패했다. 오히려 후반 38분 페널티킥 결승골을 허용했다. 클롭 감독은 경기 후 “모두 내 잘못”이라며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고 마지막에 옳은 선택을 하도록 하는 게 내 일인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했다.

◇올 시즌 9개 팀이 리그 1위 경험

EPL은 20개 팀이 팀별로 홈, 원정 2경기씩 총 38경기를 치른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연기된 경기가 나오면서 22일 기준 팀당 치른 경기 수(16~19)가 들쭉날쭉하지만 대부분 반환점을 돌았다. 하지만 경기를 치를 때마다 선두가 바뀌는 등 선두권 경쟁이 혼전 양상이다. 지난 20일 레스터시티가 첼시를 2대0으로 누르고 맨유를 끌어내리고 선두로 올라서자 맨시티도 다음 날인 21일 애스턴 빌라를 2대0으로 꺾고 1위가 됐다. 하지만 맨시티가 정상에서 웃을 수 있는 시간은 2시간 정도였다. 맨유가 풀럼에 2대1 역전승을 거두면서 다시 1위를 탈환한 것. 24시간 동안 세 팀이 번갈아 가며 1위를 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올 시즌 EPL 1위를 경험한 팀이 9개 팀에 달한다. 리버풀, 토트넘, 에버턴, 첼시, 사우샘프턴, 아스널도 맨 위를 경험했다. 영국 방송 BBC는 최근 홈페이지에서 올 시즌 EPL 우승팀을 꼽는 설문 조사를 진행 중인데 22일 기준 맨유(28%)가 1위다. 이어 리버풀(20%), 맨시티(19%), 토트넘(10%) 등이 우승 후보로 꼽혔다.

잉글랜드 축구 전설 앨런 시어러는 “올해처럼 상위권 팀이 적은 승점차로 붙어 있는 것을 본 기억이 없다”며 “리그 후반부에도 예측 불가능하고 긴장감 넘치는 선두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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