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하늘 관측하며 쓴 우주와 인간의 역사
태양의 상성 '네메시스' 존재 여부
과학 도움 없이 별 관측 이야기 등
138억년에 걸친 '우주쇼' 흥미진진
“별에서 온 우리는 별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므로 별을 생각하는 시간은 인류와 우주의 역사와 미래를 생각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별은 언제나 인류의 뮤즈로 존재해왔다. 별이 있기에 우리는 하늘을 바라봤다. 망원경이 발명되기 전부터 별의 움직임을 관찰해 절기를 파악하고, 길흉화복을 점쳤다. 또 별이 주는 신비함은 온갖 상상력을 자극해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은하수를 양쪽에서 바라보는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처럼 별 하나하나에는 신화가 함께한다. 천문학이 자연과학 중 가장 오래된 학문인 이유는 이처럼 인간을 사로잡는 별의 매력 때문일 것이다.
이제 우리는 우주탐사선을 쏘아올려 우주를 탐사하고 인간으로서는 볼 수 없는 것을 관측, 검출하는 등 엄청난 진보를 이뤄냈다. 별빛으로 우주의 작동원리와 우주를 이루는 물질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우주의 먼 과거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하지만 우주의 광대함은 아직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실재하지만 닿을 수 없는 별은 현대에도 여전히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상징으로 남아있다.
신화와 종교에 큰 영향을 주었고 예술과 학문에 영감을 불어넣은 별. 책 ‘100개의 별, 우주를 말하다’는 수많은 별 가운데 100개만을 간추렸다. 100개의 별에는 100개의 이야기가 담겨있어 천문학적 지식이 없더라도 우리의 시야를 우주로 확장한다. 우주에 대한 지식은 전승된 신화처럼 생각보다 친숙하고 때때로 유용하다.
과학기술의 도움 없이 별을 관측했던 시절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4000년 전 고대 이집트에서는 새벽하늘에 시리우스가 보이면 농사를 준비했다. 당시 나일강은 매년 한 번씩 범람하여 주변 땅을 비옥하게 만들었는데, 같은 시기 새벽하늘에서 으레 시리우스가 뜨는 걸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에서는 알타이르와 베가, 두 별 사이에 놓인 은하수를 바라보며 우주적 로맨스물인 견우와 직녀 설화를 지어냈다. 천문학이 점성학으로부터 독립한 지 오래됐지만, 여전히 우리는 황도를 따라 12개의 별자리로 운명을 점치는 일을 계속한다.
천문학계 최신 이슈도 빠질 수 없다. 2016년 학계는 떠들썩했다. 중력파 검출에 성공하여 아인슈타인이 옳았음이 다시 한 번 증명됐기 때문이다. 중력파 검출에 성공한 물리학자 라이너 바이스, 베리 배리쉬, 킵 손 등은 그에 대한 공로로 2017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2019년에도 천문학계를 넘어 전 세계를 흥분시킨 사건이 있었다. 블랙홀의 그림자를 관측한 것이다.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하는 검은 영역을 최초로 관측하여 블랙홀의 존재를 직접 증명해낸 물리학자 로저 펜로즈, 라인하르트 겐첼, 앤드리아 게즈 역시 2020년 노벨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저자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는 “우주에 영원한 것은 없다”며 “태양과 지구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미래의 종착점에는 어떤 것이 기다릴까. 끝없는 우주 안에서 인간이란 존재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수 광년에서 수십 광년의 거리를 달려 우리에게 도달한 별빛을 보고 별들의 이야기를 돌아보는 일은 과학보다 철학에 가까운 과정이다. 별을 바라보는 일은 결국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은 것이다.
별들은 우주의 크기만큼 다양하고 모든 별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것은 오랜 세월에 걸쳐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를 이해하고자 했던 인간들의 이야기이자, 그 과정에서 이들이 얻었던 매력적인 인식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에는 고대와 중세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하늘을 관측하며 써 내려온 우주와 인간의 치열한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고, 138억년에 걸친 우주의 이야기에는 인류의 열망이 담겼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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