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의 비밀병기 그녀, 교사단체 회의부터 열었다
미국 퍼스트레이디 질 바이든(69) 여사가 지난 20일(현지 시각) 취임식 후 백악관에 들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전국 교사단체 인사들과 가진 화상회의였다. 고교 교사 출신인 그는 20여 분간 회의에서 코로나 와중에 교육 예산 삭감으로 타격을 받으면서도 교단을 지킨 교사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새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약속했다.
앞서 17일엔 전역·현역 장병 가족 지원 프로그램인 ‘힘을 합치자(Joining Forces)’란 캠페인 발족을 위해 전임 담당자를 임명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부통령 부인으로 8년간 이끌었던 캠페인을 되살린 것이다. 2009년 장병과 가족들이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 그가 직접 제안했던 캠페인이다. 이외에도 그는 앞으로 지역별 전문대 무상교육, 유색인종 소녀 교육, 유방암 예방 캠페인 등의 일을 차례로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존재감을 부각하는 그의 모습은 여느 퍼스트레이디와는 다르다. 특히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하며 ‘초상화’란 말까지 들은 전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트럼프(51)와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모델 출신인 멜라니아는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6개월이 지난 뒤에야 백악관에 합류했고, 이후에도 남편과 각방 생활을 하며 수시로 백악관을 떠나 리조트에서 생활했다.
질 여사는 현재 노던버지니아 커뮤니티칼리지(2년제)의 영작문 교수다. 그는 퍼스트레이디가 돼도 직장까지 출퇴근하면서 교수직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여성이 자신의 영역을 가지는 것의 중요성을 이런 식으로 알리겠다는 것이다. 그는 “퍼스트레이디직은 부업일 뿐”이란 입장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처럼 자기 정체성이 강하기 때문에 그가 백악관에서도 자기 업무를 챙기고 목소리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백악관 공식 홈페이지에도 그는 퍼스트레이디가 아니라 ‘질 바이든 박사(Dr)’로 소개돼있다. 직책 설명도 ‘지역 대학의 교육자, 군 장병의 엄마이자 할머니, 그리고 조 바이든 대통령 부인'으로 나온다. 지난 20일 취임식에서도 내내 “닥터 질 바이든”이란 직함으로 불렸다. 본인이 요구한 것이다.
이를 두고 지난달 한 보수 인사는 월스트리트저널 기고에서 “백악관에 남편 따라 들어가 살면서 무슨 박사 직함을 내세우냐”고 비꼬았는데, 질 여사는 “우리 딸들이 자신의 성취로 인정받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받아쳤다. 워싱턴포스트는 “질 바이든이 퍼스트레이디직의 고정관념에 도전하며 또 다른 역사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조 바이든(79) 대통령과의 돈독한 관계 때문에 그의 역할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바이든은 첫 부인과 사별 후 1977년 질과 재혼한 이래 43년간 이어진 그와의 러브스토리와 동지애를 유독 강조해왔다. 가족을 중시하고 시중 여론에 민감한 바이든의 눈과 귀를 잡고 있는 사람이 바로 질이란 얘기다.
그의 적극적인 모습은 작년 대선 때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그는 대선 때 조지아·텍사스 등 남부의 공화당 텃밭을 혼자 돌며 지원유세를 해 남편 승리에 기여했다. 그런 그를 바이든 대선 캠프는 ‘비밀 병기’라고 불렀다.
그가 애초부터 남편의 대선 도전에 찬성한 건 아니었다. 그는 1988년 첫 대선 도전에서 실패한 남편이 2004년 또 대선 출마를 거론하자,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배와 등에 사인펜으로 “안 돼(No)”라고 적은 채 집안을 돌아다니며 시위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선 가장 적극적인 후원자로 나섰다.
워싱턴 정계의 기득권층인 남편을 새로운 스토리텔링으로 엮어낸 일등공신도 그였다. 그는 지난해 아동용 조 바이든 전기(傳記)를 직접 펴냈는데, 여기엔 바이든이 어린 시절부터 이웃 돕기를 좋아하고 흑인 친구들과 잘 어울렸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번 취임식에서 축시를 낭송해 ‘깜짝 스타’로 떠오른 22세 흑인 여성 시인 어맨더 고먼을 추천한 것도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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