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양심 또는 배신자

이상원 기자 2021. 1. 23.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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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만 보고 내용을 짐작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정부와 관변 교수, 의료진의 안이한 발표가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이 키웠다는 것이다.

"가장 위험한 시기는 지나간 것 같다" "정부 방역이 효과를 보이는 것 같다"와 같은 서술도 반복된다.

〈우한일기〉를 본 후세 사람은 전염병의 경과뿐만 아니라 2020년 중국의 온전한 모습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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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일기〉
팡팡 지음
조유리 옮김
문학동네 펴냄

책 제목만 보고 내용을 짐작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맞다. 이 책은 지옥문이 열린 채 두 달간 봉쇄된 우한 이야기다. 우한 출신 작가 팡팡이 봉쇄 기간 ‘웨이보(중국 SNS)’에 올린 기록을 모아 펴냈다.

전염병의 공포가 당국의 통제를 앞질렀을까? ‘중국 작가가 중국에서 쓴 책’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한 내용이 여럿 등장한다. 작가가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들은 참상이 적혀 있다. 그는 코로나19가 천재지변이 아니라고 본다. 정부와 관변 교수, 의료진의 안이한 발표가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이 키웠다는 것이다. 극좌파들은 팡팡을 ‘배신자’라고 비난했지만, 작가는 그들이야말로 “인민에게 재앙을 가져올 바이러스”라고 적었다. 당국은 그의 웨이보를 차단하고 글을 삭제했다.

절망에만 침잠하는 책은 아니다. 서로 의지하며 살아내는 주민들의 일화도 여럿 담겼다. “가장 위험한 시기는 지나간 것 같다” “정부 방역이 효과를 보이는 것 같다”와 같은 서술도 반복된다. 그러나 〈안네의 일기〉가 그렇듯, 글이 쓰인 뒤 닥칠 재앙을 아는 독자에겐 때 이른 낙관이 더 비극적으로 읽힌다. 상황이 호전될 것이라는 책 속 ‘의사 친구’의 말과 달리 사망자 수는 줄지 않는다. 믿을 수 없다는 생각과 믿고 싶은 마음이 글 곳곳에서 대립한다.

일부 중국 누리꾼들은 팡팡을 ‘중국의 양심’이라 부른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 독자에겐 뜨악한 구석도 책에는 있다. ‘우리가 집 안에 갇혀 있는 것은 전 세계의 자유를 위해 희생하는 것’이라고 썼다. 세계적 팬데믹은 ‘중국의 방역 경험을 믿지 않은 서양 국가의 자만심’ 탓으로 돌렸다. 비판적 지식인이 쓴 의외의 구절은 이 기록의 가치를 떨어트리지는 않는다. 오히려 완성한다. 〈우한일기〉를 본 후세 사람은 전염병의 경과뿐만 아니라 2020년 중국의 온전한 모습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최악부터, 최선까지.

이상원 기자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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