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9도에서 세 시간을 기다렸다

최한솔 PD 2021. 1. 23.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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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 한파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12월30일이었다.

국정농단 뇌물사건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 출두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모습을 영상에 담기로 했다.

카메라를 잡은 손의 감각이 사라졌을 때 이재용 부회장의 차가 서울중앙지법 서관 앞에 멈춰 섰다.

이재용 부회장의 모습이 사라지자 기자들은 다음 현장을 위해 재빨리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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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김진주PD

세밑 한파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12월30일이었다. 국정농단 뇌물사건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 출두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모습을 영상에 담기로 했다. 재판은 오후 2시였지만 사진팀 이명익 선배와 나는 오전 11시쯤 사무실을 나섰다. 이 부회장이 잘 보이는 ‘명당’을 맡아두기 위해서다. 취재진이 몰려 시야 확보가 힘들어지면 낭패다. 서둘러 도착한 법원 앞에는 이미 타사 기자들의 삼각대와 사다리가 놓여 있었다. 그 틈에 나도 자리를 잡았다.

전날 이 선배는 장갑을 꼭 챙기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야무지게 껴입은 내복도, 장갑도, 점심으로 먹은 뜨끈한 설렁탕도 칼 같은 겨울바람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낮 기온이 영하 9℃였다. 혼미해지는 정신을 가다듬으며 한시라도 빨리 그 얼굴이 등장하기만을 바랐다. 기자들은 추위와 무료함을 견디는 일에 익숙해 보였다. 서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다가도 멀리서 움직임을 감지하면 빛처럼 빠른 반응속도로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를 잡은 손의 감각이 사라졌을 때 이재용 부회장의 차가 서울중앙지법 서관 앞에 멈춰 섰다. 일순간 현장에 있던 플래시들이 쉬지 않고 터졌다. 이 부회장이 차에서 내려 법원으로 들어가는 데 걸린 시간은 단 30초. 그 30초를 위해 3시간을 쏟아부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역사의 한 단면을 포착하고 기록하기 위해선 민첩함과 인내심이 동시에 필요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모습이 사라지자 기자들은 다음 현장을 위해 재빨리 흩어졌다. 얼얼해진 두 볼을 만지며 나도 취재 차량을 향해 뛰었다.

 

‘디지털팀 생존일기’는… 2020년 8월에 생긴 디지털콘텐츠팀. 종이 잡지만 13년을 만들어온 〈시사IN〉 안에서 디지털팀의 생존은 힘겹다. 취재 현장과 편집 프로그램 앞을 오가며 쏟아지는 고민들, 매일매일이 도전인 우리의 일상을 지면에 담았다.

최한솔 PD soru@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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