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 아파트, 서브프라임 모기지처럼 '죽음의 서약' 될 수도

입력 2021. 1. 23.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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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주택담보대출 급증 경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콩글리시 인문학
콩글리시 인문학 삽화
‘서울 시내 아파트/평균가격 15억/얼마를 일해야/장만할 수 있을까/이공이공 최저시급/팔천오백구십원/십원도 안 쓰고/30년을 모으면/그제야 6억4천.’ 작곡가 류재준이 이달 완성한 연가곡 ‘아파트’ 중 10번째 곡 일부다.

미국 주요 도시에선 미주중앙일보, 미주조선일보 등 한국어신문이 매일 나온다. 한식당이나 한국인들이 많이 모이는 별다방(Starbucks), 콩다방(Coffee Bean & Leaf)에 가면 이들 신문이 가판대에 놓여 있다. 이 신문들은 고국 소식과 함께 현지 식당 안내, 여행 광고 그리고 구인구직과 아파트 매매 등 매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언젠가 눈에 띄는 광고를 하나 보았다. 쇼트세일(short sale)이다. 쇼트세일이란 집값 폭락 시 은행과 집주인의 합의하에 은행빚보다 낮은 값에 집을 팔되 채권채무 관계를 종료시키는 제도다. 손해를 보더라도 은행은 빌려준 돈을 빨리 회수할 수 있고 집주인은 경매처분보다는 비싼 값에 집을 팔 수 있으니 서로에게 이익이다. 일종의 급매(急賣)인데,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금리가 오르고 실직하면 아파트 매입 시 은행에서 빌린 돈의 이자와 원금을 낼 수 없다. 재산세 부담까지 겹쳐 집 내놓는 사람이 늘면 집값은 폭락한다. 투매 현상이 나타나면 원매자도 사라진다.

모기지(mortgage)가 집 살 때 금융권에서 집을 담보로 돈 빌리는 일임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모기지가 죽음의 서약(dead pledge)임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어원상 ‘mort’는 죽음(dead)이고 ‘gage’는 서약(pledge)이다. 이름 그대로 빌린 돈을 갚지 못하면 집이 날아간다. 곧 이자를 제때 내지 못하면 계약은 소멸되고 집은 은행이 경매처분해 버린다. 미국의 경우는 90일 연체면 집이 은행으로 넘어간다. 반대로 대출금을 다 갚으면 계약은 소실되고(mortal) 집은 100% 내 것이 된다. 주택담보대출이 죽음의 서약이라고 불리게 된 것은 어느 쪽으로든 계약이 소멸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기억하고 있다. 2000년 초 IT 버블 붕괴, 9·11테러,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 등으로 경기가 악화되자 미국은 부양책으로 초저금리정책을 쓰기 시작한다. 금리인하는 부동산 가격의 폭등과 버블을 가져왔다. 2004년 금리가 올라가자 부동산 버블이 꺼지고 저소득층은 모기지 이자와 원리금을 내지 못하게 된다. 금융기관과 증권사들은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하자 줄도산했고 일련의 사태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가져온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2분기 모기지 연체율이 이미 8%를 넘어섰다. 서브프라임 사태 때는 연체율이 10%가 넘었다. 이에 비하면 우린 아직 안심해도 좋을지 모른다. 그러나 대량실업 시대를 맞아서 ‘영끌’해서 산 버블 아파트(apartment)가 사랑하는 가족을 영영 떼어놓는(apart) 죽음이 될까 걱정이다. 아파트는 집합주택(apartment)인데 콩글리시 아파트(apart)의 의미는 ‘떨어져’이니 정반대다. 대체로 미국의 아파트는 셋집(rent house)이고 콘도미니움(condominium)은 자가소유다.

서울 아파트 평당가격이 4000만원을 넘었다. 미친 집값은 지난 1년 사이 20% 이상 올랐고 문재인 정부 출범 후 3년 반 동안 74% 폭등했다. 24번에 걸친 땜질정책으로 헛발질한 결과, 우리들의 아파트는 한국은행의 경고처럼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이 돼 가고 있다! 아직껏 어두운 터널의 끝은 보이지 않고 있다.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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