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조망, 순간 포착..일 잘하는 두 요령

김나현 2021. 1. 23.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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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잘한다는 것
일을 잘한다는 것
야마구치 슈·구스노키 겐 지음
김윤경 옮김
리더스북

지난해 MZ(밀레니얼+Z세대)세대의 신조어를 맞추는 테스트에서 ‘알잘딱깔센’이란 말을 처음 접했다. 무슨 말을 줄였는지 감도 안 잡혔다. 정답은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있게’. 한 게임스트리머가 “나한테 다 물어보지 말고, 알잘딱깔센 하세요”라고 한 게 시작이었다. 이 말은 이제 막 일을 시작한 MZ세대를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일을 잘 하는 누군가를 칭찬하거나, 이런 애매한 지시를 내리는 상사를 비꼴 때 쓰인다. 뒤집어 생각하면 이렇게 공허한 말이 또 있나 싶다. 일을 잘한다는 개념이 이토록 아리송하고 추상적이라는 걸 반증하는 말 같다.

이 책은 베스트셀러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를 쓴 야마구치 슈와 경쟁전략 전문가 구스노키 겐이 일을 잘하는 능력에 관해 나눈 대담을 정리했다. 키워드는 ‘일의 감각’, 즉 센스다. 두 저자는 감각은 외국어 능력처럼 수치화할 수 있는 기술과 반대된다고 설명한다. 감각은 전체를 조망하는 능력, 적확한 타이밍을 알아차리고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 등 다양한 상황에서 발휘된다. 전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 등 기업가, 정치가, 스포츠 선수의 풍부한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읽다 보면 일견 감각은 천부적 능력인가 싶지만, 두 저자는 후천적인 재능이라 주장한다. 주어진 상황의 핵심을 간파하는 감각적 능력은 스스로 단련할 수 있으며, 나만의 전략과 무기의 밑바탕이 된다.

여느 자기계발서처럼 ‘성공 비결 몇 가지’가 없어 신선하다. 되려 그렇게 압축된 정보는 ‘감각의 사후성’을 떨어뜨린다고 비판한다. 사후성은 당시엔 이해하지 못했던 걸 나중에 해석하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현상이다. 양서를 읽으며 깨닫는 경험 자체가 중요하다. 책은 ‘일을 잘한다는 것’의 정답은 알려주지 않는 대신, 그간 일터에서 경험한 여러 상황을 생각하게 한다. 과거와 현재를 곱씹는 이 시간이 사고의 질을 높이는 감각 단련의 첫걸음이 아닐까.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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