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FC 이적' 박주호 "오전·오후·저녁 삼시훈련"..슈퍼맨은 뛰고 싶다
멋진 아빠 모습 보이고 싶기도"
팀내 19명 새로 입단 '외인부대'
무게중심 잡으며 '원 팀' 노력
[경향신문]
최근 수원FC로 이적한 국가대표 수비수 박주호(34)와의 만남은 ‘삼고초려’를 떠올리게 했다. 전지훈련지인 제주도 서귀포를 첫 방문했을 땐 선수의 훈련 루틴 때문에 다음을 기약했고, 두 번째 시도 또한 감독도 모르는 개인 훈련 일정 때문에 긴 대화를 하지 못했다. 결국 22일에야 수화기 너머로 만난 박주호는 “후배들한테 인정받는 선배가 되고 싶다보니 운동을 쉴 수가 없었다. 원래 운동 욕심이 많지만 오전과 오후, 저녁까지 세 탕 훈련하는 것은 오랜만이다”라며 웃었다.
‘나은·건후·진우 아빠’로 잘 알려진 박주호는 수비수로 드물게 유럽 무대를 누볐던 선수다. 스위스 FC바젤에서 기량을 인정받은 뒤 독일 마인츠와 도르트문트에서 활약했다. 2018년 울산 현대를 통해 국내로 돌아온 그는 올겨울 수원FC에서 새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박주호는 “나은이는 아빠 직업이 축구 선수란 것을 잘 알지만, 건후나 진우에게는 조금 더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다”면서 “그걸 떠나 선수는 뛰어야 한다. 울산에 더 남을 수도 있었지만 같은 포지션에 또 다른 국가대표 (홍)철이가 있는 상황에선 내가 떠나야 한다는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박주호가 1부로 승격한 수원FC를 선택한 것도 출전 욕심 때문이다. 박주호는 “김도균 감독님은 베테랑도 동등하게 기회를 주신다. 그 믿음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주호는 또 “오전과 오후 훈련을 마치면 틈틈이 낮잠을 자고, 저녁엔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해 따로 운동을 한다. 전지훈련이 끝날 때까지는 이런 루틴을 유지하려고 한다”며 “옛 모습을 기억하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멈추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도균 감독은 솔선수범하고 있는 박주호가 고맙기만 하다. 수원FC는 올해 32명의 선수단 중 19명이 새롭게 입단한 선수로 ‘외인부대’로 불린다. 그런데 베테랑 박주호가 무게중심을 잡아주면서 이미 한 팀이 돼가고 있다.
박주호는 “밖에선 우리를 ‘외인부대’라 부른지만 원래 축구는 선의의 경쟁이 전부”라며 “선배라서 경기를 뛰는 게 아니고, 경기장에서 보여줘야 기회가 온다”고 말했다.
박주호는 수원FC가 올해 1부리그에서 제대로 ‘사고’를 칠 것이라고 예고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선 다소 부족할 수 있지만 베테랑들의 풍부한 경험과 젊은 선수들의 열정이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파이널라운드A(1~6위) 진출도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박주호는 “아직 연습경기를 치르지 않아 전력에 확신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래도 시즌 초반 분위기만 잘 잡으면 위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귀포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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