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실습 고교생도 노조로.. 민노총 도 넘은 勢불리기

김연주 기자 2021. 1. 22.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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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직업 교육 학교인 특성화고 학생들을 노조원으로 가입시키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난달 들어선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 등 신임 집행부의 선거 공약에 따른 것이다.

민노총은 지난 19일 기존에 9실(室)이던 본부 조직을 5개 사업본부로 바꾸는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청년사업본부’를 새로 만들었다. 민노총은 이 조직을 통해 현장 실습을 나가는 특성화고 학생들에 대한 조합원 가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민노총은 주로 정부를 상대로 현장 실습의 처우나 안전 환경 개선, 고졸 일자리 보장 등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노총은 이와 함께 고등학생들을 상대로 조합원들이 찾아가 노동 인권 교육 강의를 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노동 인권 교육을 정규 교과과정에 포함하도록 정부에 요구할 계획이다. 모두 양경수 신임 위원장이 ‘학교부터 민주노총’이라는 슬로건을 붙여 내세운 공약들이다.

학생들의 노조 가입은 법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현행 노조법이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자격으로 나이나 직업 종류를 제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 내에서 시각은 다소 엇갈리고, 입장 정리가 안 돼 있다. 고용노동부는 “고교 졸업 전 현장 실습을 나가는 학생은 근로자로 볼 수 있다”는 반면 교육부는 “근로자라기보다는 학생”이라는 입장이다.

교육계에선 ‘민노총의 정치 투쟁에 어린 학생들이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학생 모집과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특성화고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특성화고의 취업률은 49%에 그쳤다.

민노총은 초대 청년사업본부장에 연미림 특성화고졸업생노조 전 부위원장을 임명했다. 특성화고졸업생노조는 특성화고 졸업생들이 주축이 돼 2018년 5월 만든 민노총 소속 노조다. 그간 특성화고 출신들이 받는 임금 차별, 산업체 안전 문제 개선 등을 요구해 왔다. 민노총은 이 노조를 중심축으로 삼아 현장 실습을 나가는 재학생들의 가입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교육계에선 우려 목소리

학생들의 민노총 가입 자체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고용노동부는 “교육 목적이지만 현장 실습도 일한 대가로 돈을 받는 만큼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될 소지가 있다”고 했다. 지금도 민노총 소속은 아니지만 만 15세 이상~39세 이하를 대상으로 ‘청년유니온’이라는 청년 노조 단체가 있다. 유럽 등에서도 고등학생들이 졸업 전 직업훈련을 나가면 산별 노조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특성화고의 취지 자체가 애초에 산학 협력과 취업 지원인데 노조원부터 만들려고 하는 게 맞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장 실습은 여전히 학생들이 배우는 과정”이라며 “특성화고 학생들은 졸업 전엔 근로자가 아니라 학생”이라고 했다. 경총 관계자는 “유럽 학생들이 산별 노조에 가입한다지만, 유럽 산별 노조는 회사와 함께 직업 훈련 과정을 만드는 등 학생들 경력 개발에 도움을 준다”며 “전투적인 우리나라의 노사 관계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했다.

교육계에서도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현장 실습 기준이 계속 강화되고 있는데 민노총까지 들어오면 중소기업들이 현장 실습을 더 꺼릴까 우려된다”고 했다. 한 고교 교장은 “학생들에게 노동 인권 교육이 있어야 하지만, 그것이 꼭 민노총 조합원이라는 형태로 이뤄져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민노총의 2030 포섭 장기 전략

노동계에선 민노총의 이런 행보에 전략적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보고 있다. 건설 근로자와 택배기사 등을 조합원으로 끌어들이며 세를 크게 불린 민노총의 또 다른 세력 확장 전략이라는 것이다. 직업계 고등학교는 전국에 특성화고 463곳을 비롯해 마이스터고 51곳 등 총 583곳이 있다. 학생 수는 지난해 기준 25만7000명에 달한다. 민노총 전체 조합원(104만5000명)의 4분의 1 수준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노조 조직률이 낮은 것이 민노총의 고민인데, 이들을 통해 이런 문제에 돌파구를 만들겠다는 계산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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