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파 끌어안고 '정치 양극화' 극복해야 '하나의 미국' 완성 [바이든 정부의 과제 ③]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2021. 1. 22. 21:2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국 통합

[경향신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당선 인증을 위한 상·하원 합동회의가 열렸던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을 시위대가 습격했다. 권총을 든 경호요원들이 본회의장 출입문을 사이에 두고 시위대와 대치하고 의원들이 의자 아래로 몸을 숙이고 대피하는 장면을 전 세계가 지켜봤다. 미국 민주주의의 현실이 드러났다. 정치적 양극화가 민주주의의 핵심인 선거에 의한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부정하고 위협할 지경에 도달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위대에게 유린당했던 자리에서 취임선서를 했다. 그의 취임사는 ‘통합’으로 시작해 ‘통합’으로 끝났다. 그는 통합 없이는 코로나19, 경기침체, 인종불평등, 기후변화 등 ‘4대 위기’의 극복은 요원하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바이든 정권의 성패는 정치적 양극화를 얼마나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갈등과 분열로 들끓는 미국

코로나·경제위기·대선 갈등으로
극심한 정치 양극화·국론 분열
공화 지지자 70% “적법 당선 아냐”

정치적 양극화는 최근의 일이 아니며 미국만 겪는 현상도 아니다. 유럽에서 극우 포퓰리즘 정당이 득세하고 영국이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를 둘러싼 극심한 갈등을 겪는 등 세계적인 흐름이다. 문화적 충돌, 경제적 불안이 기존 균열을 심화하고 새로운 갈등을 양산하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사회·경제적 갈등과 불안을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한 정치세력은 양극화를 증폭시켰다.

미국 사회 특유의 구조적 요인도 작용했다. 성·인종·이데올로기적으로 소외됐던 계층이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균열 지점이 다양해졌다. 미국은 양당제 전통이 워낙 강하고 뿌리가 깊다보니 여러 갈등이 공화당과 민주당이라는 단일 전선으로 수렴됐다. 갈등을 분출할 창구가 단일 전선으로 모이다보니 상승 효과가 일어났다.

이런 배경에 더해 ‘분열의 정치’를 서슴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미국을 강타한 코로나19와 경제위기, 대선은 갈등을 폭발시켰다. 각종 정치·사회적 현안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와 민주당 지지자는 견해가 정반대다. 마스크 쓰기에 대한 견해조차 지지 정당에 따라 크게 다르다. 퓨리서치센터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설문 결과를 보면 공화당 지지자와 민주당 지지자는 10명 중 8명이 상대 집단과 자신의 핵심 가치가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워싱턴포스트·ABC뉴스가 지난 10~13일 실시한 설문에서 공화당 지지자의 70%는 여전히 바이든 대통령이 적법하게 당선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바이든의 통합 전략은 성공할 수 있을까

다양한 인종으로 행정부 구성
인프라 투자 등 바이든식 해법 제시
“반대한 47% 피정복자 취급 안 돼”

통합은 쉽지 않다. 갈등과 분열의 원인은 정치·사회·경제·문화적으로 다양하고 중층적이기 때문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1일 20여명의 분야별 전문가들에게 바이든 대통령이 약속한 통합을 이루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물었다. 뉴딜 스타일의 대규모 투자를 통한 경제적 불평등과 불안 해소, 인종적 극단주의 배격, 전국적인 시민소통위원회 가동 등 각양각색의 해법이 쏟아졌다.

바이든 대통령의 통합 전략은 극단주의를 배격하고 다양성과 사회정의를 확립하는 것에 맞춰져 있다. 그는 취임사에서 정치적 극단주의와 백인우월주의, 분열과 대립을 심화시키는 정치, 사실을 조작하거나 거짓을 사실인 것처럼 만들어내는 행태 등을 비판했다. 특히 그는 2017년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폭동으로 희생자가 발생한 샬러츠빌 사태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온정적인 태도를 보고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할 정도로 백인우월주의에 대해선 단호하다.

행정부의 다양성도 독보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금까지 지명한 초대 행정부 장관급 인사 26명 중 12명이 여성이다. 흑인, 히스패닉, 아메리카 원주민, 아시아계 등 비백인은 13명이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는 경제정책이자 사회통합 전략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노후한 상하수도, 전력망, 도로, 주택 등 인프라 개선에 투자함으로써 수백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흑인 등 유색인종뿐 아니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인 백인 저학력 노동자 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경제적 불안을 해소시켜줌으로써 불만의 요소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은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반대한 47%의 미국인이 피정복자 취급을 받는다면 앞으로 4년 동안 미국은 그다지 치유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한 유권자는 약 7422만명이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