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잡는 골든타임 21:00 '폐점 시계'..자영업 잡는 데드타임

이창준 기자 2021. 1. 22.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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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영업·인원 제한' 갑론을박

[경향신문]

어둠이 번지는 종로의 밤 오후 9시 이후에는 포장·배달을 제외한 모든 음식점과 카페 등의 영업이 금지되면서 서울 번화가에도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았다. 22일 오후 9시30분, 평소 네온사인이 빛나고 사람들로 북적이던 서울 종로1가 젊음의거리에도 불 꺼진 상점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준헌 기자
확진자 감소에 자영업계 “10시로 늘려 달라” 호소…정치권도 연장 추진
전문가들은 “시기상조” 신중론…일부선 “업소마다 차등 적용” 견해도
정부는 “방역 효과 크다” 유지 입장 속 ‘현행 거리 두기’ 개편 논의 착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2일 300명 중반대로 감소하면서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제한 완화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사회적 수용성 등을 고려해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개편 논의에 착수했으나 방역조치 완화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칫 ‘오후 9시 영업제한’과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를 풀어줬다가 음주 등에 따른 개인 간 접촉 확대로 확산세가 다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46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전날(401명)보다 55명 줄어든 것으로, 지난해 11월23일(271명) 이후 가장 적은 규모다.

확진자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생업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들은 현재 오후 9시로 제한된 식당·카페 등의 영업시간을 오후 10시까지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불과 1시간 차이지만, 음식 주문량도 늘고 시간에 쫓겨 오지 않던 손님들도 찾아와 매출이 30%가량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 담양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강세웅씨(27)는 “사적 모임을 5인 미만으로 제한한 조치도 어떤 방역 근거에 따른 것인지 모르겠다”며 “요즘 매출은 예전의 4분의 1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이 같은 반응을 의식한 듯 방역조치를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전날 “코로나 바이러스가 오후 9시 이후에 더 위험한 야행성 동물이냐”며 “과학적 기준으로 새로운 거리 두기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음식점 영업시간 연장 등 방역조치 완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한 바 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아직 위험 요소가 많은 만큼 방역수칙 완화는시기상조라고 조언한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는 “여전히 확진자 수가 언제든 다시 폭증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라며 “오후 9시와 10시는 술을 마시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인데, 현행 제한은 음주를 막겠다는 일종의 사회적 합의”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영업자 피해 등을 고려해 방역위험도에 따라 수칙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업종에 무관하게 획일적으로 운영을 제한하는 것보다 방역조치가 잘돼 있는 곳은 오후 10~11시까지 영업을 허용하는 식으로 업장마다 다른 여건을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당분간 현 상태를 유지할 방침이다. 영업제한의 확산세 감소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오후 9시 이후는 식사 후 2차 활동이 급증하는 시간대로, 심야로 갈수록 현장의 방역관리가 어려워지는 현실적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평소 95%를 넘는 마스크 착용률이 야간에 술을 마실 경우에는 45%로 떨어진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다만 정부는 국민 피로도가 누적됨에 따라 현행 거리 두기 체계 개편을 논의하고 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방역 효과와 사회적 수용성을 유지할 수 있는 실효적 방안이 무엇일까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다”며 “3차 유행 특성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사회적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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