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박스에서 콜드체인까지..냉장고의 역사로 돌아본 숨가쁜 100년 [책과 삶]

김지혜 기자 2021. 1. 22.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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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필요의 탄생
헬렌 피빗 지음·서종기 옮김
푸른숲 | 352쪽 | 1만9800원

영국의 자연과학학회인 왕립학회는 2012년 식품학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발명으로 냉장 기술을 꼽았다. 식품학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코로나19 백신 보급의 가장 중요한 조건인 ‘콜드체인(저온유통 체계)’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보여주듯, 냉장 기술의 발명은 과학·사회·문화·경제 등 다방면에서 인간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혁신이었다.

놀라운 점은 이 엄청난 기술의 집약체인 ‘냉장고’가 19세기 후반에서야 겨우 발명됐다는 것이다. 집집마다 들어선 가정용 냉장고부터 우주복 속 액체 냉각 시스템까지, 냉장 기술의 현재를 둘러보면 지난 100여년간 인류와 냉장고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고 묻고 싶어진다. 런던과학박물관 큐레이터인 저자는 해박한 지식과 입담으로 우리 삶의 필수품이 된 가정용 냉장고의 역사를 돌아보며 이 같은 의문에 차분히 답을 내준다.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얼음을 ‘채집’ 혹은 ‘수확’하던 사람들이 냉각·냉장 기술을 발명하며 세계를 잇는 저온 유통망을 형성하고, 아이스박스와 식료품 창고에 만족하던 주부들이 냉장고를 사들이기까지 100여년간의 숨가쁜 변화상을 100여장의 사진과 삽화를 통해 흥미롭게 기술했다. 기술뿐만 아니라 욕망까지 발명해내는 인간 집념의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냉장고가 곧 ‘가정과 현대사회를 진보시키는 힘’이라는 관념을 생산하며, 일부 부유층들의 사치품이던 냉장고를 불과 반 세기 만에 없어선 안 될 생활필수품으로 변모시킨 인류는 이제 양자 컴퓨터의 온도를 유지하고 우주 유영을 가능케 하는 고도의 냉장 기술의 주인이 됐다. 냉장고와 함께 ‘쿨한 미래’를 일궈온 이 거침없는 걸음이 어디까지 나아갈지, 기대감과 궁금증으로 흥미진진하게 읽히는 책이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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