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들의 '뉴스페이스' 전쟁..왜 지금, 우주로 눈을 돌렸을까 [화제의 책]
[경향신문]
우주를 향한 골드러시
페터 슈나이더 지음·한윤진 옮김
쌤앤파커스 | 516쪽 | 1만8000원
“스페이스X의 로켓 재회수를 축하한다. 클럽에 들어온 걸 환영한다.”
2015년 12월 ‘블루 오리진’ CEO 제프 베조스가 ‘스페이스X’ CEO 일론 머스크에게 남긴 트윗이다. 언뜻 보기엔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 발사체가 우주에서 지구로 ‘무사귀환’한 것을 축하하는 글처럼 보인다. 하지만 두 사람의 피 튀기는 우주전쟁에 대해 들어본 이들이라면 금세 눈치챘을 것이다. 사실 이 글은 ‘자신이 먼저’임을 주장하고 싶었던 베조스의 견제구였다는 걸.
블루 오리진과 스페이스X는 베조스와 머스크가 설립한 민간우주탐사기업이다. 아마존과 테슬라라는 테크기업을 성공으로 이끈 이들의 다음 목표는 우주여행 상용화다. 두 기업은 한 달 간격으로 로켓 재활용 실험에 성공하며 로켓 발사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성과를 거뒀다. 두 억만장자의 자존심을 건 대결이 우주여행이라는 인류의 오랜 꿈을 손에 잡히는 현실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머스크와 베조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책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미국의 억만장자 중 최소 25명 이상이 항공우주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소성 광물 채굴, 우주호텔, 1인 1위성 시대를 목표로 한 군집위성까지 사업모델도 다양하다. 스페이스X를 선두로 한 우주수송산업은 이미 고유한 사업모델을 갖춘 상태다.
20년 이상 항공우주 분야를 연구한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항공우주산업의 차세대 동력을 이러한 민간기업, 즉 ‘뉴스페이스’에서 찾는다. 막강한 자본력과 과감한 실행력으로 무장한 이들은 NASA로 대표되는 국가 주도형 ‘올드 스페이스’와 때로는 대립하고 때로는 협력하면서 침체된 우주산업에 새 공기를 불어넣고 있다.
그렇다면 주식시장을 제패한 억만장자들은 왜 하필 지금 우주로 눈을 돌렸을까. 일단 떠오르는 것은 우주를 향한 기업가들의 순수한 열정이다. 베조스는 어린 시절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을 보고 우주비행사를 꿈꾼 ‘우주 덕후’였다. 머스크 역시 화성으로 수천명을 이주시키는 것이 장래희망이라고 공공연히 밝혀왔다. 우주탐사에 필요한 제반 기술이 수십년에 걸쳐 이미 ‘완성’됐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베조스의 말처럼 “기업가들에게 우주산업이 매력적인 이유는 그 대가가 혹독할 정도로 비싸기 때문이다”. 만약 그 비싼 대가를 감당해낼 수만 있다면, 우주는 막대한 부를 거머쥘 수도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이 된다. 저자가 기업들의 우주 경쟁을 ‘21세기 골드러시’에 빗댄 이유다.
물론 뉴스페이스가 ‘황금을 쏟아내는 노다지’가 되기까지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책에서 인용된 월스트리트저널 기사에 따르면 2014년 스페이스X는 팰컨 6기, 드래건 캡슐 우주선 2기 성공에 힘입어 약 1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미미하긴 하지만 ‘흑자’를 낸 것도 잠시. 바로 그다음 해엔 팰컨9의 발사 실패로 2억6000만달러의 적자를 냈다. 몇 차례 되지 않는 발사 실패에도 기업 재정은 갈대같이 흔들린다.
하지만 우주를 향한 뉴스페이스 기업가들의 집념은 모든 현실적 어려움을 뛰어넘을 정도로 집요하다. “우리는 처음부터 이 과정이 매우 험난하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결국에는 이 모든 것이 쌓여 ‘로켓학’이 될 것이다!” 이미 1억달러(1200억원)를 투자한 상황에서 팰컨1이 3번째 발사 실패를 경험했을 때 머스크가 스페이스X 직원들을 격려한 일화에선 절로 가슴이 벅차다.
억만장자들의 우주전쟁이 별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지는가. “구글 맵으로 위치를 검색하면 일론 머스크나 제프 베조스의 로켓에 실려 우주로 발사된 위성이 그 신호를 전달한다”는 대목에선 뉴스페이스의 혁신 기술이 생각보다 삶 곳곳에 퍼져 있음을 알게 된다. 무엇보다 이들의 노력은 인간의 가장 순수하고 원초적인 감정인 ‘호기심’을 자극한다. 석탄 채굴사업으로 카본기 세계가 밝혀졌던 것처럼 소행성의 물 채굴사업이 우주에 존재하는 또 다른 생명체를 밝혀낼지도 모를 일이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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