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산둥의 기적' 일어날까
[경향신문]
광산 사고는 치명적이다. 폭발·붕괴·화재 사고 뒤에도 유독가스 발생이나 갱도 침수 등이 이어진다. 1942년 1549명이 숨진 최악의 중국 랴오닝성 탄광 사고도 화재에 이은 일산화탄소가 원인이었다. 요행히 살아남더라도 신속한 구조가 생명이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갇힌 곳은 대개 지하 수백m 아래다. 생존이 확인되더라도 구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렇다고 한계를 뛰어넘는 ‘인간 승리’ 드라마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10년 칠레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구리광산이 붕괴돼 지하 700m에 광부 33명이 매몰됐다가 69일 만에 전원 구조됐다. 사상 최장 생존 기록이다. 구조는 사고 17일 만에 기적처럼 생존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피신처에 33명 전원 생존’이라고 적힌 쪽지가 탐침봉에 매달려 올라온 것이다. 구조대는 드릴 파이프를 연결해 물과 음식, 의약품 등을 공급하며 구조 준비를 했다. 구조에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 첨단기술뿐만 아니라 전 세계 구조 전문가들이 총동원됐다. 사고 발생 68일 만에 시작된 구조작업은 TV로 생중계됐다. 22시간37분 만에 33명 모두 지상으로 올라왔다. “전 세계가 기다린 일을 우리가 해냈다”는 마지막 구조자의 말에 온 세계가 감동했다.
중국이 ‘칠레의 기적’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10일 산둥성의 한 금광에서 폭발 사고로 22명이 지하 500여m에 매몰됐다. 사고 일주일 뒤 지하에서 한줄기 희망의 빛이 올라왔다. 17일 구조당국이 지하로 뚫어가는 드릴 파이프를 누군가 두드리는 소리였다. 구조대가 내려보낸 메모지에는 ‘22명 중 12명 생존, 11명은 같은 구간, 1명은 다른 구간, 10명은 불명’ 등이 적혀 있었다. 음식·배수·환기 등을 위한 파이프를 설치한 구조대는 11명 구조를 위한 71.1㎝짜리 파이프 설치도 지난 21일 끝냈다. 구조작업의 가장 큰 걸림돌은 지하 350m 지점에 있는 두께 100m, 무게 70t에 달하는 각종 잔해더미다. 제거하는 데 보름 정도 걸릴 거라고 한다. 지상과 생명선이 연결됐지만, 피신처는 춥고 물도 차오르고 있어 안심하긴 이르다. 남은 것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매몰자들이 최대 명절 춘제를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도록 ‘산둥의 기적’이 일어나길 응원한다.
조찬제 논설위원 helpcho65@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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