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에게 한국이 바라는 점 세 가지

입력 2021. 1. 22. 20:08 수정 2021. 1. 2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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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진단] 바이든 시대의 개막과 한반도 평화

[평화재단 (staff@peacefoundation.or.kr)]
1월 20일 정오(한국시간 21일 새벽 2시)를 기해, 말도 많고 탈도 많던 트럼프 시대가 끝나고 바이든 시대가 열렸다. 제46대 대통령에 취임한 조 바이든은 만 29세에 상원의원에 당선된 뒤 해를 넘겨 법정 연령 하한선인 만 30세에 취임한 기록을 갖고 있고, 만 78세에 역대 최고령 대통령에 취임하는 새로운 기록을 쓰게 되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나 된 미국(America United)'을 주제로 한 취임사에서 새로운 정부의 출범을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평가하고, 코로나19와 인종 갈등과 같은 미국이 직면한 과제를 지적하며 화해와 통합, 치유를 강조했다. 취임식이 개최된 1월 20일은 미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첫 발생한 지 꼭 1년이 되는 날로, 그는 연설 중간에 코로나19로 사망한 40만 명의 미국인들을 기리는 묵념을 제안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사는 상당부분 국내문제에 초점을 맞췄지만, 국제사회와의 협력도 잊지 않았다. 그는 "우리는 어제의 도전이 아니라 오늘과 내일의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 동맹을 복원하고 다시 세계문제에 관여할 것"이라며, '미국 우선주의'의 탈피를 강조하고 "단지 힘의 과시(the example of our power)만이 아니라, 모범의 힘(the power of our example)으로 이끌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는 평화와 진보, 안보를 위한 강력하고 신뢰할 수 있는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첫 번째 조치로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하고 세계보건기구(WHO)에 복귀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조만간 무슬림 7개 국가의 여행객들에 대한 입국 제한조치와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도 중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트럼프 지우기(Anything But Trump)'에 나서고 있다.

우리는 바이든 신행정부의 출범으로 대외정책에 어떠한 변화가 초래될지, 특히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 대북정책이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외교안보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미국 바이든 신행정부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구축해 나가야 할 당사자인 우리의 노력에 기여해주기를 기대하면서 동맹으로서 다음과 같은 협조를 바란다.

▲ 조 바이든 미국 신임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각) 워싱턴 D.C. 의회 의사당 앞 광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과 중국 사이의 '선택' 강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

미·중 간의 전략경쟁과 관련해 미 신행정부의 출범 전날인 1월 19일에 실시된 의회 인준청문회에서 장관 내정자들은 중국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바이든 정부는 중국을 미국의 가장 심각한 경쟁자이자 각지에서 증대하는 군사적 위협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장은 "(중국이) 방첩 분야에선 분명히 미국의 적(敵)이다.....바이든 정부가 중국 감시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고 언급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도 "중국이 불법적 기업 보조금과 덤핑, 지식재산권 도둑질, 무역 장벽 등을 동원해 미국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외교를 총괄하게 될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미국이 직면한 가장 중대한 도전은 중국이라고 단정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방식엔 동의하지 않지만, 대중 강경책의 기본 원칙은 올바른 것이었고 우리 외교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전 세계의 25%를 차지하지만 동맹국 및 우방국들과 합치면 70%대까지 커진다고 밝혀 중국에 맞서기 위해 동맹을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도 대중 강경 입장을 취하면서, 자칫 미국이 우리나라를 반중 전선에 줄 세우기를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역사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 불가분리의 관계를 맺어왔고 우리나라 대외무역의 26%를 차지하고 있으며, 북한 핵문제 해결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과정에서 협력이 불가피한 상대이다. 최근 들어 '늑대전사외교(戰狼外交)'를 내세운 중국의 행태에 많은 문제가 있지만, 우리로서는 중국과의 관계를 끊고 살 수는 없다.

향후 미국의 대중 정책 속에서 동맹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아시아·태평양 정책을 총괄하게 될 커트 캠벨 조정관(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이 구체적으로 밝혀 주목된다.

그는 <포린 어페어즈 위클리> 2021년 1월 12일 자 기고문에서 "인도·태평양지역 국가들은 자주성을 지키기 위해 미국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도 역동적인 아시아의 미래를 위해 중국을 배제하는 것이 현실적이지도 이롭지도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역내 국가들에게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 비현실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의 새로운 인도·태평양 구상의 방향과 관련해 그는 균형(balance)과 정당성(legitimacy)의 회복을 강조했다. 그는 균형 회복을 위해 전통적 동맹구도인 허브-스포크(Hub & Spokes) 관계의 재강화를 언급했고, 정당성 회복을 위해 포괄적인 대중 전선의 구축이 아닌 무역, 기술, 공급망, 표준과 같은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맞춤형 임시기구를 제안했다.

G-7에 한국, 호주, 인도가 참여하는 D-10을 만들고, 4개국 협의체(Quad) 및 그 확장에 의한 군사적 억제, 미·일·인 인프라투자 협력, 홍콩·신장 문제에 비판적인 20여 개국 연합을 사례로 제시했다. 동맹에게 부담을 주면서까지 반중전선 참여를 강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공정한 중재자가 되라

바이든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초점은 중국에 맞춰져 있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동맹의 복원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트럼프 행정부에 들어 일부 훼손된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복원, △미국과 동맹국들인 한국과 일본 사이의 중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한·미동맹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던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정(SMA)은 쉽게 타결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 10월 22일 제3차 TV토론회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에 대한 과도한 방위비 분담요구를 '갈취'라고 비난한 바 있으며, 금년 1월 19일 미 의회 인준청문회에서 오스틴 국방장관 내정자는 조속히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다. 작년 말 타결에 실패한 일본과의 방위비분담금 협상도 재개될 예정인데, 동맹의 복원을 내건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섰기 때문에 모두 쉽게 타결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전작권 전환이나 주한미군의 감축 문제는 원칙에 입각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전작권 전환 문제는 작년 10월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조건에 기초해 추진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하였다. 주한미군 감축 문제는 커트 캠벨 조정관이 해외미군의 전진배치를 유지한다면서도 동남아와 인도양에 걸쳐 미군을 분산 배치하는 문제를 협의해야 한다고 밝혀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일부 이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향후 어떻게든 주한미군 감축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음, 한·일 간의 갈등에 대해 미국이 중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오바마 행정부 때도 미국이 '아시아재균형 정책'에 따른 한·미·일 공조를 구축하기 위해 한·일 간의 갈등을 중재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한·일 갈등은 과거사 문제를 넘어 무역갈등, 안보협력 파기로까지 몰려 있다. 특히 우리 사법부 판결까지 겹치면서 한·일 정부 차원의 외교적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가 자칫 우리 사법부와 국민의 감정을 무시하면서 한·일 갈등의 중재에 나서려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15년 4월 바이든 부통령(당시)은 미 의회 내외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역사수정주의자'인 아베의 미 상하원 합동연설에 동의한 바 있다.

정무차관 시절에 한·일 위안부 합의의 중재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진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당시 "정치지도자가 민족주의 감정을 악용하고 과거의 적을 비난하면 값싼 박수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해 가해자와 피해자를 동렬에 놓는 바람에 역사의식이 결여됐다는 비난을 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일 간에는 2018년 10월 대법원의 강제동원피해자 배상 판결과 그에 따른 압류 일본기업 자산의 현금화 문제가 있고, 금년 1월 서울지방법원의 위안부 배상 판결로 일본정부가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하는 등 갈등을 빚고 있다. 또한 우리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종료를 보류하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일본을 제소하는 절차를 중단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약속했던 수출규제조치 해제 및 화이트리스트 복귀를 취하지 않고 있다.

우리 측은 바이든 행정부의 동맹정책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작년 말 박지원 국정원장과 김진표 한·일의원연맹 회장이 일본에 가서 강제동원피해자 배상문제의 절충을 모색했지만 일본정부의 소극적 태도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여기에 위안부 배상 판결까지 더해지면서 한·일관계는 더욱 꼬여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공정한 중재자(honest broker)가 되어야 한다. 가해자-피해자의 역사성을 무시하고 형식논리에 입각한 중재로는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칫 한·미관계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성과를 기반으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조기 가동하라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으로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RBIO)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지만, 산적한 국내문제로 인해 미국의 대외정책이 후순위로 밀려나지 않을까 국제사회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한 미국의 대외정책에서도 서유럽국가들과의 관계개선을 우선시하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관심이 약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특히 '트럼프 지우기'에 나서면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관심이 뒤로 밀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미 의회 인준청문회에서 북한 핵문제에 대해 "실제로는 더 나빠졌다"고 평가했듯이, 북한 핵문제의 해결과 한반도 평화정착은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될 긴박한 문제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작년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최신 전략무기와 전술무기들을 선보인 데 이어, 금년 제8차 당 대회에서 원자력추진 잠수함, 정찰위성, 다탄두개별유도미사일(MIRV), 극초음속무기의 개발을 예고하고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오바마 행정부에서 한반도정책을 담당할 커트 캠벨 동아태차관보가 미 의회의 인준을 받은 것이 2009년 6월 25일이었고, 그가 대북정책 검토에 들어가 '포괄적 패키지' 해법을 마련한 것은 9월 초였다. 그나마도 이명박 정부의 '그랜드 바겐' 정책과 충돌하면서 미국의 구상이 표류한 바 있다.

현재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전에 블링컨 국무장관과 셔먼 부장관을 지명했지만, 앞으로 차관과 차관보까지 인준청문회를 개최해 완료되려면 결국 6월 말이나 되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그러는 사이에 북한이 상황을 오판해 '세계최강의 병기'라고 자찬한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북한명 수중전략탄도탄) 시험발사와 같은 전략적 도발이 자행되는 경우이다. 그럴 경우 한반도 상황이 다시 2017년과 같은 군사충돌의 위기로 빠져들 수 있다.

북한이 제재·코로나·수해의 3중고 속에서 자력갱생, 자급자족 원칙에 입각한 국가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해 당분간 내치에 방점을 두고 있지만, 미국의 오판을 우려한 북한 군부강경파에 밀려 전략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지난 2019년 2월 28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위치한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회담을 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다행히 바이든 행정부의 초기 인선을 보면 우려와 달리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북정책조정관을 맡았던 웬디 셔먼이 부장관이 되고, 동아태차관보를 역임한 커트 캠벨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태평양 조정관을 맡게 된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신정부 출범 직후 제3의 인물에게 의회의 인준이 필요 없는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맡기거나, 아니면 트럼프 행정부에서 비건 국무부 부장관이 겸직했던 것처럼 웬디 셔먼 부장관 내정자가 조기에 대북정책특별대표 직을 맡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조기에 임명한다면, 이는 북한에게 대화 재개의 신호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공약을 통해 트럼프의 톱다운과 달리 실무협상을 중시하는 보텀업 방식을 내걸었다. 또한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해결을 모색한 이란핵합의(JCPOA)를 북한 핵문제 해결의 청사진으로 삼을 것이며, 북핵 문제의 진전이 없더라도 인도적 지원은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이 북한의 전면적 핵포기를 요구하는 빅딜(Big Deal)보다 굿이너프딜(Good Enough Deal, 이른바 스몰딜)을 선택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매우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지우기'에 나서더라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이룩한 성과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쌍중단(핵미사일 시험 중지와 한·미군사연습 중단의 교환)에 합의한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북·미 대화의 재개를 위해 합의를 준수해야 한다.

또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직전에 잠정 합의했던 '영변핵시설 영구폐기와 유엔안보리 제재 부분해제'의 교환도 향후 북·미 협상을 가속화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 된다. 트럼프-김정은 합의에 기초해 바이든의 창의적 해법이 가세한다면 한반도 평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곧 바이든 대통령이 밝힌 '모범의 힘'이 될 것이며 민주주의의 승리로 이어질 것이다.

[평화재단 (staff@peacefoundatio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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