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압에도 피어나는 여성들의 욕망..'베르나르다 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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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초 스페인 남부지방의 마을에 사는 여인 베르나르다 알바와 다섯 딸.
남편이 죽자 "이제는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이라고 선언한 그는 집안에서 왕으로 군림한다.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는 가부장제라는 감옥에 살던 여성들이 자유와 욕망을 좇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알바 역을 맡은 정영주, 이소정을 비롯해 다섯 자매는 물론 남자인 뻬뻬 역까지 모두 여성 배우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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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1930년대 초 스페인 남부지방의 마을에 사는 여인 베르나르다 알바와 다섯 딸. 평범해 보이는 이 가족에게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알바가 두 번째 남편 안토니오의 8년 상을 치르는 동안 딸들에게 극도로 절제된 삶을 살 것을 명령하면서다. 남편이 죽자 "이제는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이라고 선언한 그는 집안에서 왕으로 군림한다.
처녀 혹은 창녀라는 이분법에 갇힌 그는 딸들이 '성녀'처럼 살기를 요구하고, 바깥출입이 금지된 딸들은 집안에서 수나 놓으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첫째 앙구스티아스가 젊고 잘생긴 청년 뻬뻬를 만나 결혼을 약속하게 되면서 갇혀 있던 자매들의 욕망이 꿈틀대기 시작한다.
앙구스티아스는 늦은 밤까지 뻬뻬를 만나고, 뻬뻬에게 사랑을 느낀 동생들은 그와 밀회를 즐기거나 사진을 훔치면서 욕망과 질투를 스스럼없이 드러낸다.
이들을 막으려는 알바의 강압이 거세질수록 다섯 자매의 감정은 더욱 격해지고 결국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는다.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는 가부장제라는 감옥에 살던 여성들이 자유와 욕망을 좇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알바 역을 맡은 정영주, 이소정을 비롯해 다섯 자매는 물론 남자인 뻬뻬 역까지 모두 여성 배우가 맡았다.
그러나 이 작품을 단순히 여성들만의 이야기라고 한정 지을 수는 없다.
연태흠 연출은 22일 프레스콜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여성들의 서사이기도 하지만 폭력의 순환 구조에 대해 말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스페인이 이슬람교도를 몰아낸 기독교의 역사를 알게 됐다"며 "이런 역사로부터 알바의 폭력성이 온 게 아니었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배우 정영주는 이 작품을 통해 프로듀서로 데뷔한다. 그는 "오디션을 통해 역할과 가장 밀착되는 배우를 찾는 데 집중했다"며 "배우로 무대에 설 때보다 더 객관적인 시야를 갖고 제작에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창작진과 배우들의 능력이자 '베르나르다 알바'라는 작품이 가진 힘 덕분에 무사히 프로듀서 역할을 다할 수 있었다고 했다.
배우들은 발에 티눈이 나도록 스페인 남부지방 춤인 플라멩코를 연습했다.
박자를 맞춰 발을 구르는 소리와 정열적인 춤사위는 극의 흐름을 절정으로 몰고 간다. 끝내 터지고 마는 자매들의 욕망을 표현하는 도구로 쓰이기도 한다.
무대는 단출하게 만들어 극중 인물이 느낄 법한 답답함이 객석까지 전해진다. 순백의 무대와 양쪽으로 늘어선 아치형 문들은 흡사 감옥 같기도 하다.
무엇보다 여성 배우 10명이 만들어내는 앙상블은 다른 뮤지컬에서 찾아보기 힘든 고유의 신비로움을 선사한다. 검은 드레스를 입은 채 스페인 전통 음악풍의 멜로디를 타고 들려오는 목소리는 절규로, 환희로, 분노로 변화한다.
2018년 초연 때보다 강렬한 춤, 노래와 두 번째로 무대에 서는 배우들의 경험까지 녹아들며 더욱 뜨거운 '베르나르다 알바'가 완성된 듯하다.
오는 3월 14일까지 정동극장에서 공연한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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