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묘에 '설빔' 놓은 할머니.."천사 옷 입고 가야지"
'천사들이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제 '정인이 왔어요'라고 큰소리로 외치거라'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아기 정인이의 묘 앞에 놓인 편지 내용입니다.
편지 옆에는 직접 만든 고운 옷과 버선, 호롱불도 있습니다.
틈틈이 정인이 수목장을 찾아 관리하는 시민 최수진 씨가 이를 보고 온라인 공간에 알렸습니다.
그는 "할머니께서 상자를 들고 오시길래 뭔가 봤더니 정인이 설빔이라고 하셨다"면서 "편지도 있었는데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서 올렸다"고 말했습니다.
편지를 본 누리꾼들은 "한 자 한 자 마음을 울린다", "정인이에게 위안이 될 것 같다"면서 감동했습니다.
'푸른 하늘 한 조각 도려내어 내 손녀 설빔 한 벌 지어줄게. 구름 한 줌 떠다가 모자도 만들고, 정인이 눈을 닮은 초승달 꽃신 만들어, 새벽별 따다가 호롱불 밝혀 주리니'
직접 만든 옷에도 한땀 한땀 정성이 묻어납니다.
정인이에게 잘 어울리는 레이스 원피스입니다.
경기도 과천에 사는 심현옥 씨(70)입니다.
시인으로 활동했고, 지금은 25년째 청소년 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심 씨는 취재진과 통화하는 동안 많이 울었습니다.
그는 "손주가 셋이라 정인이를 보면 남 같지 않다. 남편이랑 며칠 동안 울다가 정인이에게 직접 가보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정인이에게 줄 옷은 닷새 동안 직접 바느질해서 만들었습니다.
심 씨는 "설도 다가오고 해서 설빔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계절이 바뀌면 다른 옷도 만들어 줄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정인이 수목장에는 많은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마다 정인이가 좋아할 만한 장난감이나 인형 등 선물을 가지고 옵니다.
이 물건들은 모아뒀다가 보육원 등에서 생활하는 정인이 친구들에게 전달됩니다.
심 씨가 준비한 옷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누군가 이 옷을 예쁘게 입어준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 마치 정인이가 어딘가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을 모습이 상상되지 않냐"며 웃었습니다.
그 순간, 고운 옷을 입은 정인이가 눈밭을 뛰어다니는 모습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정인이도 눈을 참 좋아했겠지요.
다만 최 씨는 "우유를 뿌린다거나 음식을 놓고 가는 것은 자제해달라"며 "고양이가 주변을 파헤쳐 정인이 나무가 다친다"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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