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주 "무르팍·이마빡 깨져도 배우들이 '호~' 해줘 힘 나요"

이재훈 입력 2021. 1. 2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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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프로듀서로 데뷔
라이선스 따내 제작..오늘 정동극장서 개막
[서울=뉴시스] 정영주. 2021.01.22. (사진 = 정동극장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프로듀서 데뷔는) '소가 뒷걸음질치다 쥐를 밟은 격'이에요. 김희철 정동극장 대표님이 힘을 실어주셨죠. 그래도 첫 술에 배부를 수 있겠어요? 하지만 무르팍·이마빡이 깨져도 배우들이 '호~' 해줘서 힘이 나요."

배우 정영주가 22일 정동극장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를 통해 프로듀서로 데뷔했다.

정동극장 2021 시즌제 '헬로, 정동'의 첫 작품이다. 정영주 소속사 브이컴퍼니와 정동극장이 공동제작했다.

정영주는 이날 오후 프레스콜에서 "제작자의 눈과 배우의 눈은 다르잖아요. 1시간40분을 책임지고 갈 수 있는지 계산하기 때문에 배우가 가진 심정적인 것보다 객관적인 시야를 가지고 참여해야겠다는 반성도 했다"고 밝혔다.

스페인 시인 겸 극작가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원작으로 마이클 존 라키우사가 대본·작사·음악을 맡아 뮤지컬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1930년대 초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숨 막힐 정도로 무더운 어느 여름. 체면을 유지하기 위해 본능을 억제하면서 살아가는 여자들의 비극을 묘사했다.

2006년 링컨센터의 오프 브로드웨이 극장인 미지 E 뉴하우스에서 초연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8년 우란문화재단에서 초연 당시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골고루 호평을 받으며 매진 사례를 기록했다.

국내 초연 때 타이틀롤을 맡았던 정영주는 이번에 직접 라이선스를 따내 제작에 나섰다. 역시 이번에도 알바 역을 맡아 무대 안팎을 책임진다.

황석정, 이영미, 오소연, 김국희, 전성민, 김히어라, 김환희 초연 배우들이 나온다. 이소정, 강애심, 한지연, 최유하, 김려원, 임진아, 황한나, 정가희, 이진경, 이상아가 새로 합류했다.

무모하게 도전을 했지만 시작은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은 정영주는 김히어라와 김국희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초연 당시 하녀를 맡았던 김히어라와 김국희는 이번엔 각각 막내 아델라와 넷째 마르띠리오를 연기한다.

정영주는 "두 배우에 대한 믿음이 재공연의 바탕이 됐어요. 두 배우에게로 무게중심이 이동한 거죠. 오디션에서는 다른 배우와 조화, 에너지의 합 등에 대해 고민을 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초연에선 3면이 객석이었으나 이번에 프로시니엄(액자 형식 무대) 무대로 옮겨왔다. 배우들의 동선 등에 대해 크게 신경이 쓸 것이 많았던 이유다. 정영주는 "김성수 음악감독 이하 많은 분들이 노력해주신 덕에 음악적인 것으로 버텼어요. 재공연이 아닌 첫 공연으로서 '슬기로운 알바 생활'은 지금부터 시작입니다"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포스터. 2021.01.22. (사진 = 정동극장 제공) photo@newsis.com

새로 합류한 배우들은 기대감과 만족감을 감추지 못했다. 알바 역을 정영주와 나눠 연기하는 이소정은 "완벽한 작품에 무엇을 더 기여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전했다. 할머니 마리아 호세파 역의 강애심은 "연습하는 내내 너무 감동적이었고 자부심을 느꼈다"면서 "모든 배우들이 열심히 해서 보기만 해도 초심을 잃지 않게 됐다"고 했다.

막내 이상아는 초연 당시 하녀 역에 캐스팅됐으나,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으로 공연에는 정작 합류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이번 출연이 아직도 얼떨떨하다는 그녀는 "이번엔 다치면 안 되겠다는 의무감으로 임하고 있다"고 의지를 다졌다.

'베르나르다 알바'가 또 눈길을 끄는 점은 여성배우 10명만 무대에 오른다는 것이다. 더블캐스팅 포함 이번엔 18명의 여성배우가 나선다. 50대부터 20대까지 각 세대를 대표하는 '여'배우들이다. 하지만 '여'라고 구분하지 않아도, 배우로서 활약상이 돋보이는 이들이다. 알바의 미혼인 5명의 딸들, 알바네 하인 등을 연기한다.

집사 폰시아 역의 이영미는 "여자 18명이 함께 하는 연습실은 어떠할까,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은 텐데 슬기롭고 현명하게 대처해 이 자리까지 왔어요. 모두를 '쓰담쓰담' 칭찬하고 싶다"고 웃었다.

이처럼 작품은 여성 배우, 여성 서사가 부각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남성 중심의 지독한 폭력 구조의 사슬을 답습해 억압적인 알바를 중심으로 우리사회 폭력의 고리도 톺아본다.

연태흠 연출은 "'베르나르다 알바'는 여성 서사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폭력의 순환' 고리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면서 "세계의 역사를 살펴봐도, 폭력의 역사 안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이들은 여성과 아이다. 인간의 폭력 역사를 바라보고 가져가고 싶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베르나르다 알바'는 코로나19 가운데 무대에 오르는 작품으로 공연계 주목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3차 유행이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는 여전히 2.5단계다. 이로 인해 공연계에도 두 좌석 띄어앉기가 적용되고 있다. 많은 대작이 쉽게 개막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정영주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대는 쉴 수 없다"면서 "'베르나르다 알바' 개막의 에너지가 이어져서 공연계가 다시 잘 살 수 있는 '기사회생의 스타트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공연계가 동반자 간 거리 유지 등의 호소문을 냈는데, 그것이 가능해지면 배우들은 영혼을 불살라 버릴 겁니다."

공연은 오는 3월14일까지 예정됐다. 김성수 음악감독, 이혜정 안무감독 등 공연계에 내로라하는 스태프들도 뭉쳤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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