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국영·양조위·채플린이 돌아왔다

강영운 입력 2021. 1. 22. 17:03 수정 2021. 1. 23. 10:2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찰리채플린 '키드' 재개봉
1921년 영화사 빛낸 명작
디지털 작업으로 재탄생
왕가위 '해피투게더'도 눈길
장국영·양조위 다시 볼 기회
코로나19로 신작 가뭄에 빠진 극장가가 영화사에 길이남는 명작 개봉으로 부활의 시동을 걸었다. 사진은 왕가위 감독의 명작 `해피투게더`. [사진 제공 = 디스테이션]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도 싹을 틔운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극장가에도 한줄기 희망이 빛을 비춘다. 신작은 없지만 명작이 있어서다. 영화의 전설 찰리 채플린 작품부터, 홍콩 영화 전성기를 이끈 왕자웨이(왕가위) 감독 영화까지 면면이 화려하다. 누군가는 "인터넷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폄훼할 수 있겠으나, 영화는 스크린에서 가장 빛나기 마련이다. 창의력으로 똘똘 뭉친 신작을 볼 기회를 놓친 씨네필은 명작을 곱씹는 걸로 팬데믹을 견딜 수 있다.

20세기 대중문화의 얼굴이자, 전설의 영화인인 찰리 채플린이 국내 극장가를 찾는다. 개봉 100주년을 맞은 영화 '키드'가 21일 국내에서 재개봉했다. 디지털 작업을 통해 1921년 작품이 한결 보기 좋게 재탄생했다. 현란한 음악과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은 없지만 선명한 화면으로 채플린의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영화팬은 즐겁다. 영화계 '세계문화유산' 격인 고전을 스크린으로 볼 수 있게 된 셈이다.

1921년 개봉작인 찰리 채플린의 `키드`. [사진 제공 = 엣나인필름]
채플린의 영화는 코미디로 포장했지만 그 주제의식은 묵직하고 날카롭다. 가난·부조리를 특유의 풍자로 그려내기 때문이다. '키드' 역시 버려진 아이 존과 떠돌이 찰리가 각박한 세상 속 가족의 사랑을 일깨우는 작품이다. 존이 잃어버린 엄마를 찾는 과정은 무성영화가 무색하게 풍부한 서정성을 자랑한다. 영화는 채플린이 감독·각본·주연을 맡았다. 1921년 개봉 당시 엄청난 화제를 불러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성공적인 평가를 받았다. 2011년에는 미국 국립영화등기부(National Film Registry)에 '보존해야 할 영화'로 등재되기도 했다. 가난하고 불우했던 그의 어린 시절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자전적 영화로도 전해진다. 집시 출신 가정에서 태어나, 알코올중독 아버지와 정신병을 앓은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수입·배급사인 엣나인필름 관계자는 "100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에게 희망과 웃음의 기적을 선사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왕가위, 장국영, 량차오웨이(양조위). 영화를 설명하는 데 세 사람의 이름을 말하는 것 이상 수식어가 필요할까. 이들이 뭉친 역작 '해피투게더'가 다음달 4일 리마스터링을 마치고 재개봉한다. '해피투게더'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이별과 만남을 반복하는 두 남자 간 사랑이 주 서사다. 장국영, 양조위, 장첸 등이 출연했고, 왕가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1997년 제50회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수작이다. 조용하지만 화가 나면 무서운 '여요휘'(양조위)와 제멋대로이며 자유분방한 하보영(장국영)은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아르헨티나로 여행을 떠난다. 새 여행지에서도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하지만 중간에 대만 출신 '장'(장첸)을 만나면서 관계에 변화가 시작된다. 동성애에 대한 섬세한 묘사로 세계를 놀라게 했지만, 1998년 한국에서 개봉하는 데 애를 먹었다. 당시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인 탓에 영화 상영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1년이나 늦게 개봉한 데다 주요 장면은 선정성을 이유로 삭제되기도 했다.

극장에서 무삭제판 '해피투게더'를 보는 것은 1만원으로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즐거움 중 하나다. 서로에게 몸을 포갠 채 탱고를 추는 장면 하나만으로 우리가 영화를 사랑한 이유를 다시 곱씹게 한다.

[강영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