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금광'에 매혹된 억만장자, 우주패권을 꿈꾸다
15세기 콜럼버스는 신대륙 발견을 위해 스페인에서 거금을 모았다. 그의 도전은 신대륙 항로 경쟁에 불을 붙였다. 19세기 미국 캘리포니아에는 금광을 캐기 위한 골드러시가 있었다. 21세기 골드러시 무대는 더 광활하다. 바로 우주(space)를 향한 '쩐의 전쟁'이 시작됐다. 거대한 재력을 앞세운 미국 슈퍼리치들은 불나방처럼 우주라는 불구덩이 속에 자진해서 뛰어들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은 세계 1위 갑부 자리를 다투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50)와 아마존 창업자 겸 CEO인 제프 베이조스(57)다. 둘의 자산은 합쳐서 400조원이 넘는다.
그들은 왜 민간 우주 개발을 놓고 혈전을 벌이는 것일까. 신기술에 탐닉하는 너드(nerd·괴짜) 출신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인류사에 길이 이름을 남기고 싶은 명예욕이 발동한 것인가. 그도 아니면 미래 블루오션을 선점하기 위한 동물적인 기업가의 감각일까.
책 '우주를 향한 골드러시'는 세계 최고 부자들이 우주에 매혹되는 이유와 그들의 피 튀기는 혈전을 다루고 있다. 우주 전쟁에 참전한 슈퍼리치 명단에는 역시 '괴짜'인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도 있다. 그는 베이조스처럼 우주에 관광객을 보내는 것이 목표다.
직접 우주 개발 회사를 설립하는 이 3인방과 달리 항공우주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미국의 억만장자만 25명이 넘는다. 결국 지금 우주산업에 환상적인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는 이들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기구(ESA) 등 올드스페이스가 아니다. 파괴와 혁신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로 우주에 깃발을 꽂으려는 뉴스페이스가 우주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독일에서 20년 이상 과학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약하고 있는 저자는 슈퍼리치들이 우주를 향해 품고 있는 야망과 욕망을 은밀하고 꼼꼼하게 파헤친다. 우주산업의 두 절대군주인 머스크와 베이조스의 집념과 활약에 책의 절반 이상을 할애한다.
머스크보다 일곱 살 많은 베이조스 역시 '우주 덕후'다. 아폴로 11호를 보며 우주비행사를 꿈꿨던 그는 '무중력 상태가 집파리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전국 청소년 학술대회에서 우승했다. 1980년대 말 프린스턴대에서 전자기술·전산학 학사를 취득했다. 그리고 비밀스럽게 2000년 블루오리진을 설립하며 로켓 개발에 뛰어들었다.
21세기 골드러시는 로켓 개발을 통한 민간 우주 수송 수단, 소행성·기타 천체의 채굴, 지구 관찰용 인공위성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과 화성 탐사로 크게 나뉠 수 있다.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우주 수송 서비스 제공 기업이자 국제우주정거장 화물 공급 업체다. 대형 로켓을 개발하고 화물 탑재량을 늘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재사용할 수 있는 팰컨9 로켓을 지난해에만 26회나 우주정거장에 발사했다.
하지만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사람을 우주 한가운데로 수송하는 것이다.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은 오는 4월 처음으로 유인 로켓을 우주에 보내 본격적인 우주 관광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 우주선은 100㎞ 높이까지 치솟아 약 5분간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는 단기 우주 관광이 목표다.
수년 전 발사체의 해상 착륙 특허를 놓고 분쟁을 벌였던 이들은 아이들처럼 유치한 말싸움과 조롱도 즐긴다.
베이조스는 2015년 12월 로켓 발사에 성공한 머스크에게 "클럽에 들어온 걸 환영한다"며 자신의 우위를 알렸다. 머스크도 "블루오리진은 개발을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음에도 궤도를 벗어난 우주선 개발에 성공하지 못했다"며 비꼬았다. 하지만 우주 개발은 섹시한 만큼 실패 가능성이 큰 과제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우주 전쟁의 승자는 누가 될까. 머스크가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베이조스가 신비주의 전략을 펼치는 만큼 그가 어떤 깜짝 발표를 하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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