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일상을 확 바꾼 '냉장고'의 100년 혁명

전지현 2021. 1. 2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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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의 탄생 / 헬렌 피빗 지음 / 서종기 옮김 / 푸른숲 펴냄 / 1만9800원
1970년대만 해도 냉장고가 없는 집이 대다수였다. 여름에 얼음이 없어도 살 만했고, 음식도 적당히 먹을 만큼 만들어 오래 보관하지 않았다.

그랬던 우리 삶에서 냉장고는 어쩌다 생활필수품이 됐을까. 뜨거운 여름 차가운 음료가 주는 쾌감에서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상온에서 금방 상하던 식재료가 냉장고에서 수명이 연장되는 기적을 맛보게 되면서 없어서는 안 될 가전제품이 됐다.

20세기 냉장고 제조사들은 집에서 쓰기 알맞은 냉장고를 만들기 위해 전력투구했다. 이와 동시에 영화나 드라마에 냉장고를 등장시켜 친구나 가족처럼 묘사하면서 애틋한 감정을 드러내게 했다. 그 결과 냉장고는 단순한 음식 저장고를 너머 우리 삶의 동반자이자 영혼의 안식을 주는 물건이 됐다. 슈퍼마켓이나 마트에서도 냉장고가 없다면 채소와 고기, 생선, 아이스크림 등의 유통이 마비된다.

영국 런던과학박물관 소비자가전 부문 큐레이터 헬렌 피빗의 저서 '필요의 탄생' 주인공은 냉장고다. 인류 일상을 바꿔버린 냉장고 혁명을 탐구한다.

우선 냉장고는 매일 장을 봐야 하던 주부의 가사 노동을 덜어줬다. 일주일에 한 번만 식재료를 구입해도 든든한 저장고가 있지 않은가. 그러나 인간의 타고난 수집 성향과 결합하면서 낭비가 발생한다. 냉장고 속 묵은 식재료를 잊은 채 새로운 먹거리를 사들인다.

그래도 냉장고 덕분에 우리 혀는 더 즐거워졌다. 젤리와 아이스크림 등 차가운 디저트 종류가 무궁무진해졌고 청량 음료와 수제 맥주, 고기와 샐러드 요리도 다채로워졌다. 무엇보다 식중독 위험을 줄이는 공로를 세웠다.

이렇듯 영특한 냉장고의 역사가 런던과학박물관에 고스란히 펼쳐져 있다. 장롱이 연상되는 19세기 빅토리아 여왕 시대 육중한 나무 상자는 얼음덩어리를 보관하는 아이스박스였다.

19세기 후반 들어 세계 각지 천연 얼음 공급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해 냉각기술이 발명됐다. 1850년대 나온 시브·해리슨 제빙기는 60년 후 일렉트로룩스가 저소음 가정용 냉장고를 만드는 데 영감을 줬다. 소음이 심한 증기 압축 방식 대신 고체 연료식 난로에서 생성한 열과 암모니아수를 채운 보일러로 냉각 효과를 냈기 때문이다.

오랜 시행착오 끝에 발명된 냉장고가 가정에서 제대로 쓰이는 데 시간이 걸렸다.

1950년대만 해도 수선 중인 옷가지를 보관하거나 우유는 밖에 둔 채 전원을 연결한 집도 있었다. 오죽했으면 1961년 '프레스트콜드 포스트'가 "냉장고는 단순한 찬장이 아니다"라는 표제를 내걸었을까. 100년간 진화해 온 냉장고에 얽힌 일화뿐만 아니라 사진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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