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핵무기 금지조약' 최초 발효..한국·일본은 불참

김윤나영 기자 입력 2021. 1. 22. 15:27 수정 2021. 1. 25.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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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 회원들이 핵무기 금지조약 발효 소식에 기뻐하고 있다. ICAN(Aude Catimel) 제공

핵무기를 전면 금지하는 유엔의 ‘핵무기 금지조약(TPNW)’이 22일 세계 최초로 발효됐다. 참여연대는 “인류와 핵무기는 공존할 수 없다는 믿음을 현실로 만들 역사적인 국제조약”이라며 “거대한 변화가 시작됐다”고 환영했다.

핵무기 금지조약은 모든 핵무기의 개발·실험·생산·보유·사용뿐 아니라, 핵 보유국의 다른 나라들에 대한 ‘핵우산’ 제공까지도 금지한 최초의 국제 조약이다. 핵무기 금지조약은 핵보유 예외를 인정한 기존 핵확산 금지조약(NPT)과는 달리 핵무기 자체를 비인도적인 불법으로 간주한다. 유엔 회원국의 60%인 122개국 찬성으로 2017년 7월 채택됐다. 50개국이 비준하면 90일 후에 발효된다는 규정에 따라 22일 0시부터 법적 효력이 발생했다. 50번째 비준에 참여한 국가는 지난해 10월 서명한 온두라스였다.

핵무기 금지 조약은 있으나마나 한 조약이 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기존 ‘핵확산금지조약(NPT)’를 대체할 목적으로 추진됐지만 주요 핵보유국인 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중국 등 5개국은 참여하지 않았다. 미국의 ‘핵우산’에 들어간 일본과 한국도 비준하지 않았다.

일본 피폭자 단체인 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는 이날 도쿄(東京) 나가타초(永田町)의 국회에서 집회를 열고 일본 정부와 각 정당에 핵무기 금지조약 비준을 요구하는 문서를 제출했다. 원폭 피해 지역인 나가사키(長崎)시의 평화공원에서 피폭자 등 시민 200여명이 핵무기 철폐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히로시마(廣島) 원폭 피해자인 아베 시즈코(93)는 NHK 방송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에 “핵무기 피해의 끔찍함, 핵의 위험성을 핵보유국에 전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18세 때인 1945년 히로시마에서 피폭당한 후 평생 후유증과 차별에 시달려왔던 그는 “그날을 겪은 나는 핵무기는 결코 이 지구상에서 사용하지 말아야 할 무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핵무기 금지조약에 “서명할 생각은 없다”고 답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유엔은 조약에 비준하지 않은 나라도 옵저버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지만, 스가 총리는 옵저버 참석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도 핵무기 금지조약에 가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참여연대는 22일 성명을 통해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상에는 인류를 전멸시키고도 남을 약 1만3400개의 핵탄두가 존재하고, 전세계 핵무기의 90%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 등 핵보유국들은 지금도 핵무기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한반도는 핵 전쟁의 위협이 상존하는 지역이며 한국은 일본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원폭 피해자가 있는 국가로, 핵무기 금지조약에 찬성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남북 모두 핵무기 금지조약 서명으로 핵무기 없는 세상을 향한 거대한 역사의 물결에 하루 빨리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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