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숙현 '가혹행위' 안주현 8년 선고에 유족·누리꾼 "형량 적다" 불만

남승렬 기자 2021. 1. 2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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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애슬론(철인3종) 국가대표 출신 고(故) 최숙현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씨(오른쪽)와 최숙현의 동료 선수들이 22일 오전 대구지방법원에서 열린 경북 경주시청 직장운동부 전 운동처방사 안주현씨에 대한 선고공판을 방청한 뒤 심경을 밝히고 있다. 이날 법원은 안씨에게 징역 8년에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2021.1.22/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대구=뉴스1) 남승렬 기자 = "주문, 피고인을 징역 8년과 벌금 1000만원에 처합니다."

22일 대구지법 21호 법정. 재판장의 주문을 들은 부모와 동료들은 착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법정에서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국가대표 출신인 고(故) 최숙현 선수에게 상습적으로 가혹행위를 일삼은 경주시청 직장운동부의 전 운동처방사 안주현씨(46)에게 징역 8년이 선고된 직후였다.

재판부는 이날 안씨에게 징역 8년에 벌금 1000만원, 80시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수강, 7년간 신상정보 공개 및 아동·청소년 관련기관·장애인 복지시설 취업 제한을 명했다.

숨진 최 선수에 대한 폭행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안씨는 경주시청팀에서 소위 '팀닥터'로 불린 인물이다.

선수 폭행과 폭언, 강제 추행은 물론 의사 면허나 물리치료사 자격증 없이 선수들에게 의료행위를 하고 치료비 등 명목으로 돈을 받은 혐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의사 자격이 없음에도 고 최숙현 선수 등을 상대로 무면허 의료 행위를 한 점과 그 대가로 선수들로부터 총 2억6000여만원을 받은 점, 20대 초반의 여성 선수 9명의 가슴 등을 만져 추행한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런 추행과 가혹 행위가 결국 최숙현 선수의 극단적 선택을 초래했다.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죄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과거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트라이애슬론 유망주인 최 선수는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문자메시지를 마지막으로, 꽃다운 삶을 버리면서까지 '그 사람들'(경주시청 직장운동부 전 운동처방사 안주현, 전 감독 김규봉, 전 주장 장윤정) 죄를 밝혀줄 것으로 호소했다.

유족과 동료 선수들은 "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형량이 너무 적다"고 항소의 뜻을 밝혔다.

선고 직후 취재진과 만난 최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씨 등 유족과 동료 선수들은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최씨는 "숙현이가 세상을 등지면서 운동선수에 대한 가혹 행위를 자신의 몸으로 증명했다. 앞으로 이런 가혹행위가 절대로 자행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항소 여부에 대해서는 "변호사와 상의한 후 결정하겠다"고 했다.

동료 선수 정모씨(25)는 "형량이 너무 적다. 직접 피해를 겪은 피해자로서 죗값이 너무나 적다. 착잡한 심경"이라고 털어놨다.

다른 동료 선수(22)도 "저희도 피해를 입었지만 숙현 언니가 받은 정신적 피해는 엄청나게 컸다. 언니가 고통을 받으면서 세상을 떠났는데 언니를 생각하면 가해자의 형량이 너무 적다"고 말했다.

유족 등은 다른 가해자인 장윤정 전 주장을 언급하면서는 울분을 터트렸다.

정 선수의 어머니는 "김규봉(전 감독)이나 안주현보다 장윤정이 더 나쁘다"며 "이 사람들(안주현·김규봉·장윤정)이 어린 선수들과 3년을 같이 생활하면서 고통을 준 게 얼마인지 아느냐. 너무 억울하다. 그 기억을 평생 안고 가야 하는데 누가 책임을 질 수 있냐"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장윤정은 5년형 구형 받았는데, 10년 구형 받은 안주현이 8년 선고 받았으면 장윤정은 형량이 더 적게 나올 것 아니냐. 절대 용서하지 못한다"고 했다.

앞서 검찰은 안씨에게 징역 10년을, 김 전 감독에게는 징역 9년, 장 전 주장에 대해서는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안씨 선고에 대해 누리꾼들도 "형량이 적다"며 들끓었다.

관련 뉴스를 전한 뉴스1 기사의 댓글에서 누리꾼들은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성토했다. 댓글의 대부분은 항소를 촉구하며 더 큰 엄벌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한 누리꾼은 "너무 후한 것 아니냐. 한 사람의 인생을 파괴한 자의 죄가 너무 가볍다"고 썼다.

다른 누리꾼은 "8년이라니, 최소한 18년을 선고해야 한다. 사람 목숨이 8년에 1000만원이냐"고 일갈했다.

고 최숙현 선수 어머니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철인 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분야 인권침해에 대한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왼쪽은 최 선수 아버지. 2020.7.22/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인 최숙현 선수는 안씨, 김규봉(43·구속 기소) 전 감독, 장윤정(32·구속기소) 전 주장 등으로부터 당한 가혹 행위를 견디다 못하고 지난해 6월26일 0시27분쯤 사회관계서비스망 메신저를 통해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짧은 메시지를 남긴 뒤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죽음으로 스포츠계에 만연한 인권 침해가 수면 위로 떠올라 재발 방지를 위한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김 전 감독과 장 전 주장 등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29일 대구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 뉴스1

pdnam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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