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2대주주 HYK, 초고속 승진 조현민에 반기.. 감사 자리 노린다

최지희 기자 2021. 1. 22.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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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차녀인 조현민(38) ㈜한진 부사장이 지난해 말 그룹 내 항공 관련 계열사에서 전부 물러나고 한진(002320)의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그룹 내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 부사장은 ㈜한진에서 근무를 시작한 지 5개월 만에 한진그룹의 또 다른 주력 사업인 물류를 책임지는 역할을 맡았다. 이를 두고 ㈜한진의 2대 주주는 경영권 분쟁을 예고하며 제동을 걸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을 두고 ‘반(反) 조원태 연합’과 분쟁을 경험한 한진그룹은 ㈜한진의 견제 세력과 접촉하며 대화에 나섰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은 조 부사장이 경영진 자리에 오른 뒤 그의 역할을 확대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조 부사장은 지난해 9월 한진 전무로 부임한 뒤 지난해 12월 말 미래성장전략과 마케팅을 총괄하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회사는 미래성장전략실을 신설하고 마케팅총괄부를 마케팅실로 확대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해 조 부사장의 장악력을 키웠다. 이로써 한진은 경영관리를 총괄하는 류경표 대표와 사업 부문을 총괄하는 노삼석 대표의 각자 대표 이사 체제에서 조 부사장이 추가된 ‘3인 총괄 체제’가 됐다.

조현민 ㈜한진 부사장. /한진그룹 제공

조 부사장은 ㈜한진 내 입지를 확실히 다지기 위해 이사회에 진입한 뒤 대표이사 선임을 시도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오는 3월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이 상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변수는 경영 참여를 선언한 ㈜한진의 2대 주주 사모펀드(PEF) 운용사 HYK파트너스와의 표 대결이다. HYK의 최대 출자자는 섬유업체 경방(000050)이다.

현재 조 부사장의 우호지분은 최대주주인 모회사 한진칼 등을 포함해 27.45%다. 여기에 GS홈쇼핑(6.62%)과 우리사주조합(3.98%)까지 포함하면 38.05%다. 반면 HYK 지분은 9.79%이며 국민연금도 6.27%의 지분을 갖고 있다.

/그래픽=정다운

HYK는 작년 12월 ㈜한진에 처음으로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서한을 보낸 데 이어 이번주 초에도 전문경영인 도입, 신규 이사 추천 후보 선임 등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서를 보냈다. 이 내용은 3월 주총에서 공론화할 예정이다. HYK는 개정 상법상 대주주와 특수 관계인 지분을 모두 합쳐 3%의 의결권만 인정하는 ‘3%룰’을 이용해 감사위원 진입을 시도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HYK 측은 조 부사장의 승진을 언급하며 "한진그룹 오너일가가 경영에 참여하면서 보여왔던 일탈이 더 이상 발생하면 안 된다"며 "재벌 일가의 폐쇄적 경영을 감독하기 위해 내용증명을 발송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소액주주들의 표를 염두에 두고 자신들의 공식 웹사이트에 주주제안서를 올리기도 했다.

한진 관계자는 "주주이기 때문에 따로 언급할 말이 없다"며 "첫번째 내용증명에 대해서는 답변을 했으며 이번 건은 내용을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한진은 주주서한에 답변을 한 뒤에도 실무진이 직접 HYK 측과 만나 대화를 했다.

이 밖에도 한진은 HYK가 서한을 보낸 다음날인 지난 21일 경영 목표를 내놨는데, 업계에서는 갑작스러운 발표를 두고 HYK를 의식한 대응이라는 평이 나왔다. 이날 발표에서 한진은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직무 전문성 교육을 강화해 인력 운영 효율을 높이고 유휴자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조 부사장의 우호지분이 많아 당장 HYK가 그룹 전체에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조 부사장이 급하게 승진을 하면서 경영권 분쟁 빌미를 줬다"며 "추후 계열 분리까지 고려한다면 분쟁 없이 안정적으로 입지를 다져나가는 것이 중요한데 항공 위주로 업무를 맡던 조 부사장이 갑자기 물류업에 등장해 회사를 이끄는 위치까지 오른 건 성급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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